영화 ‘파묘’에 대한 해석(1)몸을 입은 영혼에 대한 ‘두려움’
상태바
영화 ‘파묘’에 대한 해석(1)몸을 입은 영혼에 대한 ‘두려움’
  • 최성수 박사(AETA 선교사)
  • 승인 2024.03.07 0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성수 박사의 기독교의 시선으로 영화 읽기]‘파묘’(장재현, 2024, 미스터리, 15세. 134분)

한국 무당으로 파묘 과정을 주도적으로 이끈 ‘화림’(김고은)은 일본 다이묘 정령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가 느낀 두려움, 이 두려움을 나는 영화를 보면서 몸으로 직접 느꼈다. 일제 강점기가 끝났음에도 한국의 정신과 심성에 교묘하게 은폐된 일본의 군국주의 정신과 그 영향력을 극일의 관점에서 다루고 있어서 통쾌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난 오히려 두려웠다.

나의 두려움은 죽어서 몸을 떠나는 혼을 믿는 한국 무속과 죽어서 몸을 입는 혼을 믿는 일본 무속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었다. 산 자가 귀신의 괴롭힘을 받아 고통을 받을 수는 있어도 산 자가 귀신일 수 있다는 신앙 곧 귀신이 육화했다는 설이 한국 무속엔 없다.

한국의 무당은 분노하고 억울하고 원통한 사연이 있는 귀신을 달래거나 쫓아내는 굿을 한다. 그런데 일본에선 가능하다. 산 자가 귀신일 수 있기에 귀신을 없애기 위해선 육화한 산 자를 죽여야 한다. 그것이 나무면 잘라내야 하고, 그것이 집이면 무너뜨려야 한다. 그것이 국가이면 점령해 멸망시켜야 한다.

게다가 한국 귀신은 자신과 관련이 있는 자에게만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일본 귀신은 가까이 있는 모든 걸 원망의 대상으로 삼는다. 과거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조선인을 무력하게 보고 주인 의식이 부족하다고 비난했던 이유나 가장 지척에 있는 한국을 일본이 그토록 미워하는 이유는 혹시 무속 신앙에서 온 것은 아닐까?

다시 두려움으로 돌아가 보자. 무당 화림이 두려워하고 심지어 일본 다이묘 정령 앞에 무릎을 꿇은 이유는 무엇일까? 나의 두려움은 지척에 있는 건 무엇이든 다 원망의 대상으로 생각하고 제거하려는 일본 정령에 대한 이해 때문이다.

화림 역시 마찬가지였다. 매우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다. 모르긴 해도 사무라이 정신이 침습하여 결실한 무속 신앙이 아닐지 싶다. 무속 신앙이 일상생활 깊숙이 침투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가 정녕 경계해야 할 건 자기중심의 사고와 우월주의 의식에 빠져 아무 이유 없이 주변을 평가절하하고 미워하고 심지어 폭력적으로 대하는 태도다.

한국 무속 신앙과 일본 무속 신앙의 갈등 구도를 보여주면서 감독이 말하고자 한 건 바로 이것이 아니었을지 싶다. 그리고 오늘 우리의 현실과 관련해서 과거 두려움에 한 번은 무릎을 꿇었으나 다시는 두려워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 도사리는 부정적인 잠재력을 반드시 무력화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최성수 박사
최성수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