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인일기백(人一己百) 
상태바
[한주를 열며] 인일기백(人一己百) 
  • 송용현 목사(안성중앙교회 담임)
  • 승인 2024.02.28 14: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용현 목사
송용현 목사

‘남이 한번 하면 나는 백번 한다’는 뜻으로, 조선 중기의 학자이며 정치가인 조익(趙翼)의 포저집(浦渚集) 권 28 중 원조잠(元朝箴)에 나오는 말이다.

조익은 조선시대에 어느 학파에도 속하지 않고 자유로운 학문 활동을 펼친 열린 생각을 지닌 학자였다. 어려서 다섯 살에 시를 짓고 여덟 살에 상소문을 올릴 정도로 영특한 천재성을 지녔으나 벼슬에 뜻을 두지 않아 과거도 보지 아니하였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할아버지의 권고로 24세에 과거에 응시하여 급제하였다. 어느 날 문득 26세의 늦은 나이에 사회초년생으로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정작 중요한 배움은 뒷전이 되었다. 하여 훌쩍 가버린 시간들, 자신을 돌아볼 여유가 없는 삶, 초조해진 조익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잠(箴)을 지었다. 거기에서 나온 말이 ‘남이 한번 하면 나는 백번하리’ 이다.

중용(中庸)에 人一能之 己百之 人十能之 己千之(인일능지기백지인십능지기천지)라 했다. 남과 같이 해서는 결코 남보다 앞설 수 없다. 남이 한번 할 때 나는 몇 배 이상의 각고의 노력을 하여야 남을 앞설 수 있음을 기억하자. 물론 신앙인의 모습과는 배척되는 것 같지만 <盡人事待天命(진인사대천명)>임을 안다면 결코 주어진 사명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고린도전서 3장 6절에 “나는 심었고 아볼로는 물을 주었으되 오직 하나님께서 자라게 하셨나니”라는 사실을 기억하자. ‘심었고’ ‘물을 주었다’라는 말은 주어진 사명에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더불어서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기쁨으로 그 단을 거두리로다. 울며 씨를 뿌리러 나가는 자는 정녕 기쁨으로 그 단을 가지고 돌아오리라”(시편 126:4~6)는 약속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는 삶이 되자. 요즘도 많은 곳에서 이런저런 세미나가 열리고 있다. 그러나 찾아보면 기본에 충실하기 보다는 방법론에 치우진 경향들이 많이 있다. 목회자는 모름지기 조금은 미련해야 한다. 다른 이들이 넓은 길을 찾고 빠른 길을 찾을 때 좁은 길이고 구부러진 길이지만 거기서 ‘느림의 미학’을 배우고 우직함을 잃지 않는다면 주님의 갚아 주심이 반드시 있을 것이다.

겨울을 지나고 봄이 오는 계절에 많은 목회자들이 겪는 일들 중 하나가 장례다. 죽음은 연령을 불문하고 불시에 찾아올 수 있는 불청객임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넘어서서 ‘카르페 디엠’을 되새겨 보아야 하며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는 계절의 변화 속에서 죽음이라는 불청객이 우리 생에 찾아온다면 현재의 유예된 행복은 미래에서는 찾을 수 없기에, 행복을 미래에 맞추지 말고 현재에서 찾아야 한다는 가르침의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철학자 키케로는 ‘지혜로운 사람에게는 삶 전체가 죽음에 대한 준비’라고 하였고 또한 ‘죽음은 당하는 것이 아니라 맞이하는 것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렇기에 예수님도 산상수훈을 통해서 오늘, 이 땅에서 천국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며 그것을 소유한 자들이 될 때에 영원한 내세의 천국시민이 될 수 있다고 가르치셨음을 알 수 있다. 대지의 새싹이 움틈을 소망하며 더 사랑하고 더 기도하고 더 감사할 수 있는 신앙인이 되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