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한국교회는 추억을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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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한국교회는 추억을 먹고 산다
  • 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 승인 2024.02.21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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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 교수
조성돈 교수

한국교회가 이 사회에서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은 아마 3.1운동일 것이다. 당시 기독교인은 20만 명 정도였다. 전 국민의 약 1.5% 정도 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근현대사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 3.1운동의 핵심은 기독교였다. 민족대표 33인 중 16명이 기독교 지도자였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만세운동이 크게 일어났던 지역엔 모두 교회가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반도 지도에 교회가 있었던 지역을 표시하고 만세운동이 일어났던 곳을 겹쳐보면 거의 일치한다. 수감자 중 기독교인은 약 20%였다고 한다. 분명 전 국민 대비 1.5%였던 기독교인이었는데 일제의 감옥에서는 20%가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이는 기독교가 얼마나 힘껏 만세운동에 참여했는지를 보여준다.

한국교회가 자랑하는 것은 대한제국의 멸망 과정에서, 그리고 일제강점기의 혹독한 탄압 속에서도 이 민족을 지키고 이끌었다는 점이다. 해방이 되고 1948년 5월 31일 첫 제헌의회가 열렸다. 그 자리에서 임시의장으로 선출된 이승만 의장은 회의를 시작하기 전에 제헌의원으로 참여한 이윤영 목사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이승만 의장은 이 나라가 독립한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것이 인간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기독교인이 인구의 20%가 되고, 가장 많은 교인을 가진 종교가 되었다. 그래서 국회가 개원하는데 국회의장이 누군가를 불러서 기도하고 시작하자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마 우리 모두가 상상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그런데 기독교인이 인구에 5%밖에 안 되던 그 시기에 그것이 어떻게 가능했는가. 아마 기독교인이 아니었던 절대다수의 의원들도 대한민국이 독립하고, 이렇게 나라를 세워갈 수 있었던 것은 기독교인들 덕분이라는 사실을 인정했을 것이다. 그래서 동의했고, 함께 일어나 머리 숙여 기도한 것이다.

과거에는 한국교회가 3.1절 기념예배와 8.15 광복절 기념예배를 지켰다. 각 개교회로, 때로는 지역별로 연합하여 기념예배를 드렸던 기억이 있다. 현재도 일부 지역에서는 연합된 형태로 이러한 예배를 지키고 있다. 아마 한국 사회에서 유일하게 나라의 국경일에 교회에서 기념예배를 드리는 날이 아닌가 싶다. 그 의미는 한국교회가 역사 가운데 이바지했던 그 일을 기억하고자 함일 것이다. 비록 소수였지만 역사를 움직였고, 민족과 나라를 구한다고 기도하고 희생하였던 일이다. 그리고 그 결과 교회가 존중받았고, 존경받았던 일이다. 그래서 자랑스럽게 3.1절과 광복절을 한국교회의 절기로 받아들인 것이다.

우리는 이미 교회가 어떠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우리의 기억에 가지고 있는 교회는 이 민족의 고난 가운데 함께 한 교회이다. 어둠이 암만 짙게 깔려 있을지라도 희망을 볼 줄 알고, 오늘 이 길을 가면 고난과 고통이 함께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발걸음을 떼는 교회이다. 강도 만난 자를 보면 길을 멈추고 그를 싸매고 돌보고, 고난받는 자를 만나면 그의 소리를 들어주고 함께 소리 내주는 교회이다. 성경은 항상 우리에게 사회적 약자들을 돌아보라고, 그들의 신음 소리를 들으라고, 고아와 과부와 나그네 된 자들을 돌보라고 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교회는 바로 이러한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한 교회이다. 3.1절 105주년을 앞두고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높여 드릴 수 있기를 바란다. 3.1절이 우리의 흐린 기억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래서 한국교회가 이 사회에서 다시 존중받고 존경받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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