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소설] “그동안 쉼 없이 달렸으니…내게 맡기고 푹 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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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소설] “그동안 쉼 없이 달렸으니…내게 맡기고 푹 쉬어요”
  • 박경희 작가
  • 승인 2024.02.07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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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 36주년 특집 소설 // 박경희 작가의 ‘휴가’

꽈당.

3층 계단에서 미끄러졌다. 얼었던 눈이 녹은 곳을 잘못 짚은 탓이다. 발목이 똑 부러졌다. 입원해 골절 수술을 받은 뒤, 깁스를 한 채, 칩거 중. 억지 휴가다. 야생마처럼 달리던 왕희에게 누워 있는 시간은 쉼이 아니라 고역이다.

침대 위에 누워 방안을 무심히 살폈다. 낡은 가구며 누렇게 변한 천장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두리번거리다 화장대 위 걸어놓은 ‘가족사진’에 눈길이 멈춘다. 막내아들이 대학에 들어가던 날 찍은 사진이다. 지나온 세월의 강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공무원이었던 남편이 사업을 택한 건, 악수였다. 외아들인 남편은 시어머니 도움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 선배가 특허를 낸 의료기를 생산하는 일이었다. 공장도 짓고 직원도 꽤 뽑았다. 왕희는 걱정이 되긴 했지만, 일단 기도로 밀 수밖에. 말릴 생각 조차 못했다. 남편은 사업 시작 5년 만에 거리에 나앉았다. 바르고 정직한 남편에게 사업은 도박인 셈이었다.

왕희의 인생은 그때부터, 널뛰기였다. 광장시장에서 포목 장사로 돈을 번 시어머니는, 부동산 사재기로 통장을 불려 나갔다. 졸부인 시어머니는 아들 며느리를 쥐락펴락했다. 남편이 부도가 나자, 시어머니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남들은 남편이 사업 망하면 마누라가 해결사로 나서던데 넌 뭐하냐? 네 친정이 도와 줄 형편도 아니고…허구헌날 교회 나가 기도만 하면 뭐 하냐. 하늘에서 돈이 떨어진다냐?”

시어머니의 불호령에 잠을 이룰 수 없다. 친정까지 들먹이는 통에 자존감이 곤두박질 한다. 솔직히 기도도 제대로 안 된다. 드디어 왕희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더는 이대로 살 수 없노라고. 변화를 꿈꾸며 거리로 나섰다. 연년생 두 아들이 초등학교 5, 6학년 때였다.

전업주부로 살던 왕희가 취업을 하는 일은, 멀고 험했다. 결혼 전, 유치원 교사였던 경험을 살려 몇 군데 이력서를 넣었다. 경단녀의 비애를 온몸으로 느꼈다. 무작정 거리를 헤맸다. 상가 아르바이트라도 구하려 힐끔거렸다. 그때였다. 누군가 왕희의 손목을 잡았다. 광고지 돌리는 여자인 줄 알고, 무시한 채 걸었다. 한참 걷다 뒤를 돌아보았다. 여자는 이때다 싶은지, 명함을 건네며 말했다.

“저랑 이야기 좀 나누시겠어요? 잠깐이면 됩니다.”

정직한 눈빛에 마음이 끌렸다. 여자는 카페로 왕희를 이끌었다. 

“보험설계사는 생각보다 매력적인 직업입니다. 투자금 없이 돈 벌 수 있는 유일한 길이지요. 용기만 있으면 됩니다.”

왕희는 다짜고짜 보험을 해 보라는 여자의 말에 솔깃하면서도 화가 났다.

“저를 어찌 알고 그런 말을 하세요?”

여자는 이미 예상한 듯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여사님의 모습에서 5년 전 제 모습이 보였거든요. 불안하고 막막해 보였어요. 벼랑 끝에 선 사람처럼…”

명함을 건네며, 여자는 묻지도 않은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건성이지만 듣다 보니, 현재의 자신의 모습과 맞닿았다. 슬며시 여자가 건넨 명함을 들여다보았다.

<달나라 보험. 이나라 팀장>

‘명함 가진 여자!’

왕희는 무작정 도전해 보고 싶었다. 시어머니의 돈을 갚기 위해서라면, 불 속이라도 뛰어들어야 한다.

“진짜 돈 벌 수 있나요? 완전 초보도요?”

“네. 장담합니다. 도전해 보겠다는 용기만 있다면 가능합니다.”

다음날, 왕희는 이나라 팀장이 이끄는 보험사에 나가 교육생이 되었다. 

인생 정말 모를 일이다. 왕희는 보험은 달나라 일이며, 밑바닥 인생이 선택하는 일이라 믿었다. 편견의 늪에 빠져 쭈뼛거리는 왕희를 향해 팀장은 돌직구를 날렸다. 

“체면 따위 개나 줘요! 돈 있어야 자식 가르치고 먹이잖아요! 자식은 부모를 기다려 주지 않아요!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결단하세요.”

팀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말만 아니라, 시범을 보였다. 왕희를 데리고 택시 회사를 찾았다. 그녀는 만나는 기사마다 명함 박힌 선물을 건넸다. 실실 농담하며 명함을 밟는 사람, 험한 말로 모욕을 주는 기사도 있었다. 그녀는 어떤 경우든 흔들리지 않았다.

“보험은 여러분의 진정한 배경이자, 든든한 통장입니다.”

누구 앞에서도 거리낌없는 그녀 앞에서, 왕희는 작아졌다. 도저히 팀장처럼 나설 용기가 없었다. 도망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어디든 왕희를 끌고 다녔다. 늘 당당한 목소리로 보험을 청하는 팀장이 경이로워 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월급봉투였다. 사무실 팀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이나라 팀장의 월급이 공개되었다.

천만 원이 넘는 봉투를 들고 환히 웃는 팀장이 영웅처럼 보였다. 왕희는 아무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고맙게도 팀장은 자기 영역이나 고객을 왕희에게 슬쩍 넘기기도 했다. 초보자인 왕희에게는 마중물이었다. 결심이 선 왕희는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찾기로 했다.

‘대형 사무실이나 아파트는 접근조차 힘드니까 재래시장이나 상가 시장을 일터로 잡아 보자. 손님을 기다리는 곳은 어디든 찾아가 보는 거야. 팀장님처럼 무조건 도전해 보자고’

왕희는 스스로 주문을 걸었다. 요즘은 재래시장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먹거리 음식점이 즐비한 곳이 많았다. 우선 식당을 찾았다. 왕희는 처음부터 상품을 팔지 않았다. 된장찌개라도 주문해서 먹은 뒤, 슬그머니 주방에 들어가 설거지를 도왔다. 처음에는 의아해하던 주인도 나중에는 은근히 기다리기까지 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두 시까지 앞치마를 두르고, 성심껏 식당 일을 도왔다. 요일을 정해 놓고 식당을 바꿔 가며 도전했다. 눈도장을 찍는 일이 중요했기에.

6개월쯤 지나자, 식당 주인들이 먼저 보험에 관해 묻기 시작했다. 왕희는 슬슬 날갯짓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상품을 팔면 그동안 쌓은 공이 날아갈까 봐, 무심한 척 개인 사정에 꼭 맞는 정보를 흘렸다.

“진짜 연금처럼 붓는 보험이 있는 거야? 난 보험은 모두 소모성인 줄 알았지. 진작 말하지. 왜 이제야 알려 주는 건데… 나도 하나 들어줘.” 

순댓집 아줌마의 설레발이다. 얼마나 기다리던 순간인가! 왕희는 특유의 친근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보험에 대해 알고 보니 이보다 더 큰 저축은 없더라고요. 사람은 언제 어느 순간에 병에 걸릴지도 모르고…. 사고를 당할 수도 있잖아요. 누구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그런데 보험은 백 배 넘게 돌아오지요. 저는 보험 혜택 덕분에 삶이 바뀌는 걸 정말 많이 봤어요.”

왕희는 가방이 미어질 정도로 가지고 나온 소책자를 내밀며, 상품 설명을 했다. 순댓집 아줌마가 보험 들었다는 소문이 들자, 먹거리 시장 사장들이 일제히 한 건 정도는 계약서를 썼다. 어떤 사장은 갓 태어난 손자 교육 보험까지 들어 주는 등 선심을 팍팍 썼다.

덕분에 연말 시상에 ‘보험왕’이라는 타이틀까지 얻었다. 왕희는 두둑한 상금을 가슴에 안고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비록 시어머니에게 떠밀려 나온 세계지만, 이토록 큰 상을 받을 줄 꿈에도 몰랐다. 돈을 벌 때마다 시어머니 빚부터 갚아 나갔다.

돈이 신분인 세상 맞다. 누구도 왕희를 만만하게 보지 않았다. 두툼한 돈 봉투를 들고 집에 들어가면, 남편이 경이로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살림은 물론 아이들 학원비며 과외비가 충족하니, 집안에 드리운 검은 그늘이 사라졌다. 

그러나 예외도 있다. 강철 여왕 마마. 시어머니다. 나가서 돈 벌어 오라고 호통치던 때는 잊었는지, 레퍼토리가 바뀌었다.

“돈 좀 번다고 희번덕거리는 꼴이라니. 뭔 짓을 해서 보험을 파는 건지. 알 수가 있나. 몸 팔아서 보험 건수 올린다는 말도 있더구먼. 쩝.”

손에 진물이 나도록 설거지해 주며, 얻은 결과물 앞에 악담을 퍼붓는 시어머니. 왕희는 온몸이 똥통에 빠진 느낌이었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어머니. 뭔 짓을 하다니요? 보험설계사 아무나 하는 건 줄 아세요? 지금은 대학 나와야 입사할 수 있고, 보험에 대한 지식 습득한 뒤, 시험에 합격해야 일할 수 있다고요. 사람들도 다 알아요. 더는 저를 모욕하지 마세요.”

‘이에는 이’로 대응했다. 밟아도 꿈틀대지 않던 며느리가 매달 빚을 갚아 나가자, 시어머니의 기가 조금은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마마보이 아들을 맘대로 휘두르는 건 여전했다. 육십이 다 된 아들을 초등학생처럼 대했다. 어머니의 드센 기 앞에 주눅이 들어선지, 남편의 사그라진 사업은 일어설 기미는커녕, 점점 더 쪼그라 들었다. 서리맞은 나뭇잎처럼 축 처져서 다니는 남편을 볼 때마다, 궁상 기가 옮을까 두려웠다.

왕희는 집에 있는 시간을 줄였다. 일찍 밖으로 나온 왕희는 열심히 발품을 팔았다. 해마다 보험왕을 차지하는 건, 저절로 들어오는 황금 보따리가 아니었다. 

두 아들 대학 갈 때, 등록금 걱정 줄일 수 있었던 것 모두 기적이었다. 사진 속에서 웃고 있는 두 아들의 얼굴을 보며, 왕희는 생각했다. 

‘용기라는 무일푼의 힘, 그 힘을 주신 하나님.’

“사진첩 안에 뭐가 들었어? 뭘 그리 뚫어지게 봐. 쉴 때 편히 쉬지!”

왕희는 남편이 들어오는 것도 모른 채, 옛 생각에 빠져 있었다. 

“도우미 아줌마 구하려 했더니, 엄마가 또 난리네. 그래서 일찍 들어왔어. 내가 당분간 살림 맡을게.”

“왜? 회사는 전혀 돌아가지 않는 거예요?”

왕희는 체념한 듯 물었다. 

“당신 화장실도 그렇고…. 식사도 혼자 못 챙기잖아! 회사야 늘 매한가진 걸.”

“아무리 적자라도 사장이 자리를 지켜야지. 내버려 두면 돼요? 내가 포장 음식 시켜 먹으면 되니까 신경 꺼요. 쓰러져 가는 회사 살릴 생각은 않고…”

“허허. 모처럼 여왕 마마처럼 모시겠다니까! 그렇게 짜증 내면 부러진 다리 더 안 붙어. 하나님이 불꽃처럼 피어나게 할 때를 기다려야지. 내 걱정 말고 당신 건강이나 챙겨.”

남편은 왕희가 아무리 화를 내도 너털웃음으로 일관했다. 사람이 좋은 건지, 바보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몇 겹 세월의 강을 건너는 내내 그랬다. 

“당신 굶고 있을 것 같아서, 들어오며 전복죽 좀 사 왔어. 최고 맛있는 걸로.”

남편이 쟁반에 죽그릇과 반찬을 나란히 펼쳐 놓았다. 왕희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죽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엄마도 죽 차려 드릴게. 내가 당분간 위층 아래층 다니며 해결할 테니까. 당신은 맘 편히 쉬어. 지금까지 당신 애썼잖아.”

남편이 이런 말 하기는 처음이었다. 자격지심 때문인지, 집안에 돈 들어가는 날은 더 뻣뻣하게 굴었다. 하지만 왕희는 입에 발린 칭찬보다 침묵이 낫다고 생각했다. 돈 잘 버는 마누라 앞에 주눅 든 모습이 싫어, 언제부터인가 보험왕이 되었다는 말도 삼갔다. 남편 능력은 못 믿어도 하나님 힘은 믿기에.

“과일도 먹어. 당신 좋아하는 청포도 사 왔어”

완전 간병인 분위기로 다가오는 남편이 낯설었다. 왕희가 싱싱한 청포도 한 알을 입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남편이 툭, 한마디를 던졌다.

“정말 고마워. 어머니 빚 갚아 줘서. 거기다 애들 대학 등록금도 해결하고…당신 덕분에 우리 애들 원하는 대학 간 것 보면, 엎드려 절하고 싶은 심정이야. 내가 못 나서. 당신 정말 고생 많았어.”

간병인에서 죄인 분위기로 변한 남편 모습에 왕희는 살짝 당황스러웠다. 무능은 죄라며, 속으로 남편을 은근히 무시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다. 

“당신이 술 먹고 노느라 그런 것도 아니잖아요. 물질은 하나님이 채워 주셔야 한다는 것 알면서도…틱틱거릴 때가 많았어요. 하나님께 더 간구하지 못하고 늘 당신 원망만 했던 것 미안해요.”

왕희는 스스로도 놀랬다. 꼼짝없이 누워 있으면서, 돈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기 때문인 듯 싶다. 늘 한결같은 남편이 진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면목이 없소. 그동안 쉼 없이 달렸으니…내게 맡기고 푹 쉬어요. 나도 열심히 기도하면서 노력할 테니…”

실로 오랜만에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눈 셈이다. 각기 약함을 내려놓으니 이토록 마음이 편한걸. 그동안 왜 그리도 타인처럼 등 돌리고 살았는지. 후회스러웠다. 왕희는 청포도처럼 푸르르던 시절, 죽어도 그와 함께하리라 마음먹었던 순간이 떠올랐다.

“난, 늘 당신에게 감사했어. 그리고 놀라웠어. 그토록 자존심 강하고 남에게 허리 굽힐 줄 모르던 사람이 보험왕을 한 번도 놓치지 않는 걸 보면서….”

“주님이 나의 지팡이었으니까… 내 직업에 대한 확신이 컸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왕희는 남편의 말에 새삼 지난 시간이 떠올랐다. 맞는 말이다. 어쭙잖은 자존심을 내세우기보다는 흔들리지 않는 자존감을 지킨 것 또한 감사했다.

“당신하고 이렇게 터놓고 이야기하니까…. 불끈 용기가 생기네. 난 당신이 날 삭제된 인간으로 생각하는 줄 알았어. 그래서 늘 조심스러웠고. 애들한테도 못난 아비라는 자격지심에 아무 말도 못 했고.”

“지금 나에게 섭섭하다는 걸 돌려 말하는 거죠?”

“아냐. 진짜 고마워! 당신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은 장맛비에 떠밀려 가는 수박처럼 박살이 나 뿔뿔이 흩어졌을 거야.”

왕희는 남편의 깊은 내면에서 퍼 올린 고백 앞에, 콧등이 찡해왔다. 어쩌면 곰처럼 순전하고, 남 속일 줄 모르고, 주차장 봉사며 상위부 출장은 도맡아 하는 남편 덕분에 하나님이 도와주셨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 며칠 머리를 못 감았더니 가려워. 당신이 좀 도와 주실래요?”

왕희는 연애 시절처럼 코에 잔뜩 바람을 넣은 목소리로 말했다. 남편은 거대한 프로젝트를 부여받은 전사처럼 신이 났다. 남편은 왕희를 화장실까지 거의 안다시피 데리고 들어갔다. 왕희의 머리를 감기려다 말고 남편은 큰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당신 머리에 싸락눈이 내린 것 같네. 안 되겠어. 이 김에 염색까지 해 줄게. 염색약 있지?”

 왕희는 미장원에서 염색하는 게 편하지만, 남편에게 맡겼다. 모처럼 소년처럼 들뜬 목소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없었다.

 남편은 아기 목욕 시키듯, 왕희의 머리를 매만졌다. 손길이 어찌나 조심스럽고 섬세한지, 스르르 잠이 들 지경이었다.

 “당신 머리에 핀 하얀 눈꽃이 너무 많아서 염색약이 부족하겠네. 모두 내 탓이야. 미안해. 여보.”

 남편은 염색을 끝낸 뒤, 비닐을 씌우고 드라이로 말리는 등 최선을 다했다. 남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왕희는 울컥 목젖이 아팠다.

 “당신 머리에도 복사 꽃 천지네요. 고속도로도 뻥 뚫리고. 미안해요. 여보.”

 남편은 왕희에게 처음 듣는 사과의 말에, 할 말을 잃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얼른 머리 감겨 줄게. 염색 다 된 것 같은데….”

 왕희는 남편이 이끄는 대로 모든 걸 맡겼다. 따뜻한 물이 닿을 때마다, 황홀했다. 왕희는 남편을 향해 속삭였다.
 
“여보 내 인생 최고 휴가인 것 같아요.”

<strong>박경희 작가</strong><br><br>​​​​​​​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며 2006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의 ‘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2004년 월간 문학에 단편소설 『사루비아』로 등단했다. 『류명성 통일빵집』 『난민 소녀 리도희』 『리무산의 서울 입성기』 『리수려, 평양에서 온 패션 디자이너』 『리루다네 통일밥상』 『리정혁의 백두산 하이킹』과 같은 청소년 문학을 포함, 공저와 에세이집 등 3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박경희 작가

방송작가로 오랫동안 활동하며 2006년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의 ‘한국방송작가상’을 수상했다. 2004년 월간 문학에 단편소설 『사루비아』로 등단했다. 『류명성 통일빵집』 『난민 소녀 리도희』 『리무산의 서울 입성기』 『리수려, 평양에서 온 패션 디자이너』 『리루다네 통일밥상』 『리정혁의 백두산 하이킹』과 같은 청소년 문학을 포함, 공저와 에세이집 등 30여 권의 책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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