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법을 정의로 둔갑시키는 요즘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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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법을 정의로 둔갑시키는 요즘 언론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4.02.01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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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교포 목사로부터 촉발된 ‘명품백’ 논란이 뜨겁다. ‘명품백’이라는 프레임은 내용의 본질과 상관없이 뉴스 수용자들에게 매우 자극적인 이미지를 형성한다. 기자회견 내용만 보면 ‘이것은 뇌물이었고, 뇌물을 받았으니 얼마나 부도덕한가’에 초점에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본질은 그 이면에 있다. 명품백이 아니라 누군가 ‘함정’을 파서 ‘불법’적으로 이슈를 만들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안타깝게도 정당하게 정보를 수집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는 언론이었다.

한국기자협회는 취재에 대한 윤리강령 10가지를 제정하고 이를 준수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그 중 이 사건에 비추어 반드시 지켰어야 할 윤리강령 몇 가지를 보자.

첫째 공정보도다. “우리는 뉴스를 보도함에 있어서 진실을 존중하여 정확한 정보만을 취사선택하며, 엄정한 객관성을 유지한다.” 

둘째 정당한 정보수집이다. “우리는 취재과정에서 항상 정당한 방법으로 정보를 취득하며 기록과 자료를 조작하지 않는다.” 독자의 알권리를 위해 불법적으로 정보를 취득할 수는 없다. 기자의 양심과 윤리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런데 명품백 사건을 주도한 유튜브 매체는 재미교포 목사와 함께 계획한 함정취재임을 당당히 밝히고 있다. 불법적 정보 취득에 대한 언론의 양심과 부끄러움이 그들에게는 없었다.

셋째는 사생활 보호다. “우리는 개인의 명예를 해치는 사실무근한 정보를 보도하지 않으며, 보도대상의 사생활을 보호한다.” 하지만 요즘 언론들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개인의 사생활을 파헤치는 기사를 서슴지 않는다.

이런 일들을 고의적이고 계획적인 방법으로 추진하면서 “불법도 정의”라고 주장한다면 같은 언론인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어렵다. 언론은 갈등과 불일치를 조정하고 중재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 공동체를 파괴하고 불법을 정당화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1988년 창간된 기독교연합신문이 36주년을 맞았다. 혼탁한 세상을 보면서 기독언론의 역할을 다시금 상기하게 된다. 언론인들은 ‘윤리강령’을 중요하게 여긴다. ‘불법’도 ‘정의’로 둔갑시키는 요즘 언론의 세태가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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