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복음화율 1%…이들도 ‘그리스도의 제자’로 은혜 누리길”
상태바
“시각장애인 복음화율 1%…이들도 ‘그리스도의 제자’로 은혜 누리길”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01.31 00: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창간특집 : 한 알의 밀알 된 사람들 (1)
시각장애인 복음화에 헌신하는 ‘AL 미니스트리’ 정민교 목사

시각장애인 위한 기독교 전자도서관 ‘AL 소리도서관’ 개관
성도들의 양육과 목회자들의 사역 지원…북 콘서트 개최도
장애인·비장애인 접촉점 확대, 장애인 향한 인식 개선 도모

 

지난해 AL 소리도서관을 개관한 정민교 목사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데이지 도서 제작이 출판업계서 당연시 되는 문화가 조성되길 바란다”며, 문서선교에 대한 비전을 전했다.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198821일 창간된 <기독교연합신문>은 요한복음 832절 말씀을 사시로 내걸고, 그동안 교회를 살리고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구원하는 일에 선교적 사명을 품고 힘차게 달려왔다.

올해로 창간 36주년을 맞아 본지는 이 같은 소명을 되새기며, 하나님의 마음과 예수님의 시선이 머물렀던 사회적 약자와의 동행에 주목했다특별히 창간호에서 
한 알의 밀알이 되리라고 소명을 다짐했던 바. 오늘날 모든 사람이 진리 되신 예수 그리스도를 알고 구원을 얻길바라며, 선한 사마리아인을 자처한 주인공들을 직접 만났다.

우리나라에서 복음화율이 1%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국내 최초로 기독교 웹 전자도서관을 설립한 ‘AL(Abounding Love) 미니스트리대표 정민교 목사(부산 흰여울교회)도 그중 한명이다.

시각장애 성도와 목회자들의 양육 및 목회연구 지원을 위해 기독도서 무료 보급에 힘쓰며, 장애인식 개선에도 일조하고 있는 그는 그리스도의 몸 된 지체로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소망을 내비쳤다.

AL 소리도서관 홈페이지 캡쳐.

시각장애인들도 ‘양육’을
부산 영도구에 위치한 흰여울교회. 정 목사가 시무하는 이곳에선 시각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한데 모여 성경공부를 하고 교제를 나누며 평범한 신앙생활을 이어간다. 지난해 6월 오픈한 ‘AL 소리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 전용 전자도서를 다운받은 덕분에 빚어진 풍경이다.

2009
AL 미니스트리를 세우고 시각장애인 복음화에 뛰어든 정 목사는 잔뼈가 굵은 베테랑 사역자다. 그는 한 사람이 태어나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그리스도인으로를 슬로건으로 정하고,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장벽 없이 어울리는 사회통합을 이루고자 구슬땀을 흘린다.

한국의 시각장애인 수는 약 25만명으로 매우 적어서 관련 인식도 부족합니다. 더욱이 예나 지금이나 복음화율은 1%도 안되는 실정이죠. 이에 다음세대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신앙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일이 절실함을 느꼈습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지난해 AL 소리도서관을 탄생시키는 도화선이 됐다. 시각장애인용 웹 전자도서관인 AL 소리도서관은 기독교 출판사로부터 기증받은 책을 E-Book 형태의 데이지(Daisy) 도서로 제작해 보급한다. 데이지 도서란 시각장애인용 전자도서를 일컫는다.

시각장애인을 비롯해 저시력·난독장애 등을 가진 사람들은 AL 소리도서관에 올라온 데이지 도서를 컴퓨터나 스마트폰, 점자정보단말기에서 읽을 수 있다. 저작권 침해를 방지하고자 장애등급을 받은 시각장애인만 열람 가능하다.

이 사역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계기에 대해, 그는 가까운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사실 제 아내가 시각장애인인데 책을 즐겨읽어요. 그런데 읽을만한 기독서적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우리 교회 시각장애인 전도사도 시각장애인 사역자가 도움을 받을만한 책이 변변찮다며 고충을 토로하는 게 아니겠어요. 그 모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 길로 실태 조사에 나선 정 목사는 적잖이 당황했다. “시각장애인용 도서 현황을 살펴보니 일반도서나 에세이는 많지만 개신교 서적은 불과 2,000여권 뿐이었습니다. 심지어 이중에는 이단 사이비 도서도 섞여있었죠. 성경과 주석자료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었어요.”

물론 현재 국립장애인도서관이나 점자도서관 등 전국 40여곳 단체에서 시각장애인용 도서를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매달 가독 분량이 제한되고 원하는 책을 요청하면 만들어주는 시스템이라 번거로움이 큰 상황.

정 목사는 코로나19로 개인 경건생활이 중요해졌지만, 평신도는 차치하고 목회자나 사역자들을 위한 기독서적마저도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 안타까웠다앞으로 40년을 넘게 목회해야 하는데, 책이 없어서 설교 준비가 안 되고 양육을 할 수 없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에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결심이 섰다고 전했다.

정민교 목사가 시무하는 부산 흰여울교회에선 시각장애인들과 비장애인 성도들이 데이지 도서를 통해 함께 양육을 받는다.

‘문서 선교’의 비전
개척자의 길은 녹록지 않다. 그래서 어떤 시련에도 흔들리지 않을 단단한 사명이 필요하다. AL 소리도서관을 개관하기까지의 여정도 그랬다. 이 길목에서 정 목사는 근본적으로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헌신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숱하게 받았을 터다.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방황하는 저를 바로 서도록 지탱해준 교회의 목사님이 바로 시각장애인이셨어요. 성도들을 한결같이 사랑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이런 분이 믿는 하나님이라면 나도 믿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나님의 사랑과 예수님의 생명에 빚진 자의 마음으로 시각장애인들을 자연스레 품기 시작한 그는 한창 믿음이 뜨거웠을 때는 하나님, 저를 시각장애인으로 만들어주세요!’라고 기도할 정도였다. 그러나 하나님은 운명처럼 시각장애인 배우자를 허락하시며, 새 길을 여셨다.


“AL 소리도서관을 오픈하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도 높았습니다. 먼저 웹 접근성을 갖춘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비용만도 어마어마했죠. 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훨씬 멋졌습니다. 2022년 말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는데, 취지에 공감한 수많은 분들의 후원으로 불과 두 달 반 만에 2,000만원이 모금된 겁니다.”

이후 사역은 속전속결로 전개됐다. 하나님은 종이책을 데이지 파일로 변환할 수 있는 기술자들을 붙여주셨다. 감수는 시각장애를 가진 아내와 교회 전도사, 그리고 장로님 세 분이 맡아 꼼꼼하게 진행한다. 이밖에 유명 목회자들이 기꺼이 고문을 맡아주며 공신력을 더해주었다.

이 같은 섬김의 손길에 힘입어 정 목사는 부산에서 서울을 수시로 오가며 수많은 기독교 출판사 및 저자들과 접촉했다. AL 소리도서관이 문을 여는 데 제일 중요한 콘텐츠, 기독도서를 기부받기 위해 직접 발품을 판 것이다.


저작권법상 책을 사서 스캔을 뜨고 데이지 도서로 제작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출판사와 저자들을 직접 만나 시각장애인용 기독도서 보급의 취지와 필요성을 알리면, 장기적으로 사역에 더 힘이 생기죠. 본인의 지적재산권이 소외된 이웃을 위해 쓰이는 걸 알면 앞으로 원고 기부도 더 쉬워질테니까요.”

소망을 갖고 뿌린 씨앗은 벌써 싹을 틔우고 있다. 발로 뛴지 5개월 만에 저자 80여명, 출판사 30여곳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20236월 개관 당시 AL 소리도서관에 올라온 데이지 도서는 50. 이후 매주 신착도서 5권씩을 꾸준히 올린 덕분에 지금은 200권이 넘는 시각장애인용 책을 소장하고 있다. 회원수도 매달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다.

그런가 하면AL 소리도서관의 취지에 공감해 업무협약을 맺은 출판사 세움은 앞으로 발행하는 모든 책에 이 도서는 시각장애인의 기독교 도서 보급을 위해 AL 소리도서관에 기증하여 데이지 파일로 제작됩니다란 문구를 삽입하기로 약속했다고작 한 줄에 지나지 않는 이 문구가 지니는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세상 사람들에게 기독교 출판사 만큼은 사회적 약자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곳이란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문화가 점차 비기독 출판사들로 확대돼, 궁극적으로는 정보접근에 약한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데이지 도서 제작이 출판업계서 당연시 되는 문화가 조성되길 바랍니다. 이것이 제가 꿈꾸는 문서 선교입니다.”

현재 데이지 도서 한 권을 만드는데 필요한 비용은 10만원. 개척교회 목회자로서 그리고 AL 미니스트리가 백프로 후원을 통해 운영되는 만큼 빠듯한 형편이다. 더욱이 수요가 적은 기독교 도서만을 보급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혹자는 정부 예산에 기대라고도 조언하지만, 이 경우 실적 위주의 일반 도서도 제작해야 할뿐더러 종교편향의 문제로 이단들의 도서 제작도 거부할 수 없어서 사실상 문서 선교가 불가능하다.


저는 느슨한 연대의 시너지를 믿습니다. AL 소리도서관 사역은 누구 한 명의 힘만으로는 결코 이뤄질 수 없거든요. 후원자를 비롯해 기술자, 출판사, 저자 그리고 중보기도자까지. 시각장애인 복음화에 뜻을 둔 수많은 사람들이 동참해야 일궈나갈 수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이 느슨한 연대에 참여하는 크리스천들이 더욱 늘어나길 기대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어울림’
요즘 정 목사의 귀에는 AL 소리도서관에 대한 긍정적 피드백이 속속 들려온다. “‘교회를 30년 다녔지만 목사님 덕분에 처음으로 제자훈련을 받아본다.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는 시각장애인 성도부터, 머나먼 미국에서 전화를 걸어와 고맙다는 인사를 남긴 목회자도 계셨습니다. 얼마 전에는 맥체인 성경읽기표를 제작해달라는 문의도 들어왔어요.”

지난해에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북 콘서트도 개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참석자 50여명이 모여 뜨거운 관심을 표한 가운데, 개중에는 장애인들을 위한 문화생활의 저변을 확대해줘 감사하다는 고백도 터져나왔다.


정보접근권 향상의 문제는 장애인이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장애인의 정보접근권을 높이는 일은 그들의 능동적인 사회 참여를 위한 필수조건인 셈이죠앞으로 북 콘서트처럼 책을 매개로 비장애인이 장애인들과 만나고 편견과 오해를 거두길 바랍니다.”

궁극적으로 장애인 인식 개선을 꿈꾼다는 정 목사는 <시각장애인 안내법: 우리 교회에 시각장애인 성도가 온다면?>이란 소책자도 만들어 전국 교회에 배포하기도 했다. 1쇄로 2,000부를 제작한 데 이어 2쇄로 2,000부를 추가 제작해 나누어 줄 만큼 반응이 뜨거웠다. 책자에는 일상생활은 물론 교회 안에서 비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들을 도울 지혜로운 방법들이 담겼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하는 교회와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거듭 밝힌 정 목사. 그는 끝으로 다양한 분류의 기독교 전자 데이지 도서를 배포하고 싶다특히 각 교단과 신학대학교와 연계해 자료집과 교재들을 만들고 싶다. 시각장애인들이 신학생 시절부터 학습권을 보장받고, 목회자가 되어서도 사역에 큰 도움을 얻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정 목사는 아직은 개척 단계라 고생길이 예상되지만, 시각장애인용 기독교 도서를 제작하는 일은 수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위탁해준 사명이라 생각한다시각장애인도 구원의 감격과 은혜를 동일하게 누리길 바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이 길을 걸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