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중간사] 인간이 할 수 없는 때 주어진 묵시문헌에는 윤리적 요구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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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약 중간사] 인간이 할 수 없는 때 주어진 묵시문헌에는 윤리적 요구 없어
  • 김병국 교수
  • 승인 2024.01.25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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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교수의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43)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 예언서와 묵시문헌의 차이
묵시문헌을 이해하기 위해 우선 일반적인 예언서와 묵시문헌의 차이를 알아야 합니다. 예언서 혹은 선지서의 범위를 아주 넓게 잡을 경우에는 묵시문헌도 예언서에 포함되게 됩니다. 즉 묵시문헌이 예언서의 진부분집합이 됩니다. 둘 다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이 다른 이들에게 하나님의 뜻을 전해 주는 형식의 문헌이니 말입니다. 그런데 예언서의 범위를 아주 좁게 잡을 경우가 있습니다. 그럴 경우 일반적인 예언서와 묵시문헌의 차이를 설명해야 합니다.

<묵시문헌과 하나님의 계시> 보통 요한계시록의 문학 장르를 묵시문헌으로 봅니다. 그런데 이것은 요한계시록이 하나님의 초자연적 계시의 결과라는 것을 무시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묵시문헌은 문학 장르의 명칭입니다. 시편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쓰였지만 시편의 문학 장르는 ‘시’입니다. 시편의 문학적 장르가 시라고 한다고 해서 그것이 하나님의 계시임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듯이, 성경의 어떤 책들의 문학적 장르가 묵시문헌이라고 한다고 해서 그것이 하나님의 계시임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나님께서는 성경 기록자들을 통해 우리에게 계시를 주실 때 사람들이 이미 익히 알고 있는 문학 장르의 형식을 빌어서 주셨습니다. 그것들이 때로는 시이기도 했고 잠언집이기도 했고 묵시문헌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구약성경 중에서 어떤 것을 묵시문헌으로 보느냐 하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보통 이사야서 55~66장, 스가랴 12, 14장, 다니엘 7~12장 등을 묵시문헌으로 봅니다. 묵시문헌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반 예언서와 묵시문헌의 특징을 아주 짧게 설명하라고 하면, 아직 나라가 망하지 않아서 주의 백성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을 때 주시는 예언서는 일반 예언서이고, 이미 나라가 완전히 망해서 인간적인 방법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졌을 때 주시는 것이 묵시문헌이라고 보면 됩니다.
바벨론에게 나라가 망하기 전에는 하나님께서 ‘너희들 그러다가 나에게 혼난다. 이렇게 저렇게 행동을 고쳐라’라는 메시지를 주로 주셨습니다. 그것은 일반 예언서입니다. 하지만 나라가 망해서 주의 백성들이 포로로 끌려가서 노예생활을 하고 있을 때 ‘낙심하지 말고 인내해라. 하나님께서 기적적인 방법으로 너희를 구해내실 것이다. 주님의 역사하심을 기다하며 참고 기다리라’는 메시지가 주어집니다. 그것이 묵시문헌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묵시문헌의 특징으로 지적되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 묵시문헌에는 윤리적 결단에 대한 요구가 없다는 점입니다. 사실 요한계시록에서도 4장 이후부터는 윤리적 결단을 요구하는 메시지가 거의 없습니다. 성도들은 극심한 환난을 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윤리적 측면을 강조하는 성경학자들은 요한계시록의 문학적 장르를 묵시문헌으로 국한하는 것을 무척 싫어합니다. 그래서 (일반) 예언서를 끼워 넣는 것을 좋아합니다.

백석대·신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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