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만큼 능력만큼, 이제 세계를 향해 도전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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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만큼 능력만큼, 이제 세계를 향해 도전할 겁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4.01.23 14: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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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천성만교회가 11년째 이어온 ‘독서마라톤’

방학이면 교회 독마에서 공부하고 밥 먹고 놀고
성도들 헌신으로 … 행복한식당서 세대 간 소통
이찬용 목사 “전 세계로 우리 아이들 보내겠다”
부천성만교회는 방학이면 교회에서 '독서마라톤'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 곳에 마음껏 공부하고 뛰놀며 행복한 방학 기간을 보내고 있다. 
부천성만교회는 방학이면 교회에서 '독서마라톤'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 곳에 마음껏 공부하고 뛰놀며 행복한 방학 기간을 보내고 있다. 

“함께하는 놀이보다 스마트폰 게임에 더 익숙한 세대가 되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교회를 아이들의 고향으로 만들어주고 싶어서 방학이면 아이들과 함께 독서마라톤을 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얼마든지 아이들의 고향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깔깔거리고 뛰노는 아이들을 보며 더욱 확신을 갖게 됩니다.”

부천성만교회 이찬용 목사는 언젠가 맞벌이 부모를 둔 아이들의 안쓰러운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방학 중에 학원을 다녀오면 그저 TV를 보거나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게임만 해야 하는 초등학교 아이들, PC방을 전전하며 잘못된 환경에 노출되기 일쑤인 청소년들이었다. 이찬용 목사는 아이들이 자라서 ‘교회’와 ‘고향’을 같은 정감으로 느끼게 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꿈을 먹고 살지요’, ‘컴앤씨’ 등 이미 다음세대를 위한 특화된 사역을 한국교회에 소개해온 이찬용 목사가 또 하나의 아이디어로 ‘독서마라톤’을 시작한 계기였다. 그렇게 11년의 세월이 흘렀다. 올해 미국과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이제는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독서마라톤’으로 비상할 채비까지 마쳤다.

태오는 왜 집에 가기 싫어졌을까?
성만교회 아동부와 중고등부 아이들은 평일(화~금)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각기 다른 공간에서 ‘독서마라톤’을 달린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면 봉사자 선생님들에게 휴대폰을 맡기고 익숙하게 친구들과 하이파이브를 친 후 각자의 자리로 향한다.

아이들은 자유롭게 책을 읽고, 숙제도 한다. 모르는 내용이 있더라도 상주하고 있는 선생님에게 물어보면 된다. 봉사자들은 교회학교 교사와 학부모이다. 특별한 제약 없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지만 시간은 엄격하게 관리된다.

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독서마라톤이 진행된다. 아동부 아이들이 독서마라톤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와 책 읽기에 열중하고 있다.
화요일에서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독서마라톤이 진행된다. 아동부 아이들이 독서마라톤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와 책 읽기에 열중하고 있다.

지루할 수 있는 아이들을 위해 요일별 특별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그림’, ‘레크리에이션’, ‘음악’을 배울 때면 이 겨울에도 땀을 흘릴 정도로 집중한다. 처음 공부만 하거나 책을 읽을 땐 좀이 쑤셔 가만히 있질 못한다. 그마저도 귀엽기만 하다. 그래도 금방 적응하는 아이들이다. 올 겨울방학에는 마태복음 5장에 나오는 예수님의 산상수훈 말씀을 필사하고 암송하는 훈련도 한다.

초등학교 1학년에 올라가는 윤태오 친구는 처음엔 독마 입실을 완강히 거부했다. 자신을 두고 떠나간 엄마를 부르며 문앞에서 칭얼거리기만 했다. 교사들은 서두르지 않고 기다려준다. 다음날은 반전이다. 독마가 끝나고 집에 가야 할 시간, 태오는 이제 집에 가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엄마가 진땀을 내는 모습에 교사들은 안심하듯 웃을 뿐이다.

매일매일 독서마라톤이 운영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헌신하는 성도들이 중요하다. 학부모뿐 아니라 교회학교 교사들이 더 애정을 갖고 참여하고 있다. 하루 연차를 내고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 간식을 위해 찬조를 아끼지 않는다. 매일 8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맛있는 간식을 먹일 수 있는 이유다.

25년 차 교회학교 교사이자 독서마라톤 실무를 총괄해온 김수영 권사는 “교회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목사님의 목회철학과 그간 쌓아온 우리 교회만의 노하우, 언제든 자원하는 성도들 덕에, 독서마라톤은 매번 성공”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행복한식당에서 밥 먹어요”
독서마라톤에 참여하는 아이들에게는 정성껏 직접 지은 밥을 해 먹이고 있다. 교구별, 부서별로 책임을 맡아 교회 식당에서 밥을 먹이다, 지금은 교회 인근 ‘행복한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행복한식당’은 성만교회가 2022년 4월 문을 연 아주 특별한 식당이다. 지역 내 70세 이상 외로운 어르신이면 누구나 1,000원으로 식사할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다. 가장 신선한 좋은 재료를 이용해 교인들이 직접 밥과 반찬을 지어 대접한다. 아이들은 행복한식당에 들어서며 힘차게 “안녕하세요!!” 인사하며, 할머니 할아버지를 익숙하게 대한다. 어르신들은 아이들이 밥 먹는 걸 지켜보는 것만으로 미소가 인다.

독서마라톤 기간 중에는 성만교회가 어르신들을 위해 문을 연 '행복한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성도들이 정성을 다해 지은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다.
독서마라톤 기간 중에는 성만교회가 어르신들을 위해 문을 연 '행복한식당'에서 밥을 먹는다. 아이들은 이곳에서 성도들이 정성을 다해 지은 밥과 반찬을 먹을 수 있다.

독서마라톤에 남매를 보내고 있고, 자신도 교사로 봉사해온 김은별 집사는 “마음껏 사랑받고, 또 받은 사랑을 흘려보내는 축복의 통로가 독서마라톤이다. 시간을 내 봉사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이곳에서 경험하는 감사와 은혜가 얼마나 큰지 모른다. 참여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라고 고백했다.

매일 ‘부천성만교회’ 네이버 카페에는 그날 독서마라톤에서 우리 아이들이 어떻게 보냈는지 게시글이 올라온다. 사진이 많은 것도 생생하게 전달해주고픈 마음에서다. 우리 아이가 ‘행복한식당’에서 어떤 반찬을 먹었는지도 알 수 있다.

미국 현지 레몬코브교회에서 독서마라톤을 진행 중인 성만교회 아이들과 교사들. 
미국 현지 레몬코브교회에서 독서마라톤을 진행 중인 성만교회 아이들과 교사들. 

이제 전 세계에서 독서마라톤을!
독서마라톤을 한창 진행 중일 때면, 이찬용 목사는 아이들을 데리고 이른바 ‘독마여행’을 떠나곤 한다. 섬으로 가기도 하고, 산으로 가기도 하고, 바다로 향하기도 한다. 올해는 강릉 ‘안반데기’로 별을 보러 떠난다. 100명이 넘는 아이들과 함께 떠나는 여행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여행지에서 담임목사님과 장로님들과 아이들이 뒹굴며 쌓은 추억을 생각하면 고생마저 은혜다.

독서마라톤 중에는 아이들을 조별로 엮어 서울시내 대형서점과 박물관, 관광지 등을 탐방하도록 내보낸다. 중고등학생과 초등학생을 섞어 조를 만들고 대중교통을 타고 스스로 목적지를 찾아오는 방식이다. 단골 서점은 광화문 교보문고다. 아이들이 스스로 대중교통을 갈아타고 끼니를 해결하며 찾아오면, 서점 곳곳에 숨어있는 장로님과 목사님을 찾아야 한다. 아이들에게 발견되면 목사님과 장로님들은 원하는 책을 한 권씩 선물한다.

이찬용 목사는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아이들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지 않길 바라며, ‘독마여행’과 ‘서울나들이’를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고생하면서 성숙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최근 이찬용 목사는 세계를 향해 나갈 것을 도전하고 있다. 독서마라톤을 해외에서도 진행해 세계를 이끌어가는 신앙인으로 키워내겠다는 포부다.

캄보디아 독서마라톤 중인 아이들을 보기 위해 이찬용 목사와 성도들이 깜짝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캄보디아 독서마라톤 중인 아이들을 보기 위해 이찬용 목사와 성도들이 깜짝 방문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미 지난해 여름 몽골 ‘독서마라톤’에 이어 올해 겨울에는 캄보디아에 29명, 미국에 18명의 학생들과 교사들을 보냈다. 캄보디아는 부천성만교회가 오래 전부터 돕고 있는 ‘소금과빛국제학교’에서 진행했다. 미국에서는 이찬용 목사가 방미 중 관계를 개척해둔 서부지역 농촌의 ‘레몬코브교회(Lomon Cove Community Church)’와 청소년 사역단체 ‘갓스 이미지(God’s Image)와 연결되어 어디서도 얻기 힘든 경험을 쌓았다.

부천성만교회는 조만간 일본,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등지에서도 독서마라톤을 진행할 계획으로, 지금부터 착착 준비 중이다.

이찬용 목사는 “다음세대 위기를 머리로만 걱정하지 말고, 교회들이 믿음만큼 능력만큼 한 걸음을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부천성만교회는 이제부터 세계를 향해 그 걸음을 내딛고자 한다. 독서마라톤이 그 역사를 이뤄내는 현장이 될 것”이라고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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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준석 2024-01-24 17:00:37
할렐루야!

한국 교회의 소금과 빛의 모델이라 생각됩니다.
멋진 교회, 귀한 아이들이네요 :)

귀한 기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