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빛교회, 화재로 예배당 전소…기댈 곳 없는 현실 ‘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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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빛교회, 화재로 예배당 전소…기댈 곳 없는 현실 ‘암담’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4.01.15 0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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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화재 발생…김효식 목사 “몸만 빠져나와”
사모는 난치병, 8천 만원 전세자금대출까지 '막막'

“양말 한 켤레도 들고 나오질 못했어요. 순식간에 불이 번져 어려운 병을 앓고 있는 사모만 겨우 부축하며 몸만 빠져나왔어요. 사용하던 핸드폰조차 들고 나오지 못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어 기도만 할 수밖에 없답니다.”

경기도 일산서구 외곽지역에 위치한 참빛교회는 지난 9일 오전 10시경 보일러실에서 전기누전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해 예배당 내부가 전소됐다. 건질 것이라곤 하나도 없을 정도로 화재 현장은 처참했다. 진화된 지 며칠이나 지났지만 온갖 그을음과 매캐한 탄 냄새가 진동했다.

화재 당일 교회 바로 옆 공장 직원들이 화재 사실을 빨리 알려줬기 때문에 김효식 목사(68)와 사모는 서둘러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예배당으로 사용하던 거실에서 참빛교회 최효식 목사(왼쪽)와 임재호 목사가  불에 타버린 성구와 집기를 살펴보고 있다.
예배당으로 사용하던 거실에서 참빛교회 김효식 목사(왼쪽)와 서울서부노회 서기 임재호 목사가 불에 타버린 성구와 집기를 살펴보고 있다.

보일러실에서 발생한 불을 처음 발견했을 땐 금방 끌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샌드위치 판넬로 덧댄 외벽으로 불은 순식간에 번졌고 인근 공장에서 모든 소화기를 동원하고, 소방차까지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을 잡는 데 결국 실패했다.

예배당으로 사용하는 거실부터 주방, 안방까지 모조리 불에 탔다. 강대상도, 십자가도, 성도들이 평소 사용하던 성경뿐 아니라 온갖 가구와 식기류, 의류까지 단 하나도 건질 것이 없었다. 강대상 옆에 펼쳐놓은 큰 성경책이 새까맣게 탄 모습은 안타깝기만 하다. 작년 사랑의교회 ‘한국교회 섬김의 날’에서 받은 TV도 쓸 수 없도록 망가져 버렸다고 한다.

교인 수 10명이 채 되지 않는 미자립 교회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을 당한 것이다. 화재 이후 김효식 목사는 신발부터 헌 옷가지까지 임시로 빌려 입고 있다. 교인 중에서 자기 집에 머물 수 있도록 돕고 있지만, 앞으로 대책은 전무하다시피 하다.

특별히 김효식 목사와 사모가 처한 현실은 매우 절망적이다.

김 목사는 폐결핵을 심하게 앓다가 죽다 살아난 후 뒤늦게 예수를 믿고 목회의 길에 들어섰다. 2007년 교회를 처음 개척해 지금까지 부르심을 따라 어렵게 목회를 이어왔지만, 경제적 여력은 거의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더구나 김 목사의 사모는 비결핵항상균 폐질환을 앓고 있는 난치병 환자다. 제대로 된 치료제가 부족해 대학병원에 입원하기 일쑤며, 항생제에 의존해 버티고는 있지만 기력을 쓰지 못해 거동이 크게 불편한 형편이다.

강대상 옆에 펼쳐놓았던 큰 성경이 처참하게 그을려 있다. 

무엇보다 기댈 곳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부모형제도 없고, 자녀도 없는 데다, 불에 탄 집을 얻기 위해 전세대출 약 8천만원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처음 개척했던 곳에서 8년 사역하다가 이곳에서 6년째 접어들었는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예배를 드릴 수 없어서 당분간 교인들은 흩어져 주일을 지키도록 했습니다. 지금은 기도만 할 뿐입니다.”

현재 김 목사의 곁은 서울서부노회 목회자들이 지켜주고 있다. 화재 소식을 듣자마자 노회장 정옥철 목사와 서기 임재호 목사가 팔을 걷어붙였다. 노회 목회자들과 함께 긴급하게 소정의 성금을 모았고, 총회본부에도 신속하게 화재 사실을 보고해 사회복지위원회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연결해주었다.

이런 불행 속에서도 김 목사는 감사를 고백했다.

“현실은 암담하지만, 그래도 아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 감사합니다. 특히 노회 서기 임재호 목사님의 전화가 아니었다면 화재 당일 큰 일이 났을 겁니다. 신년하례회가 있어 일찍 출발하려고 했는데, 시간 여유가 있으니 천천히 나와도 된다고 직접 전화로 알려준 겁니다. 그 덕에 출발을 늦춰 불길을 확인하고 아내를 대피시킬 수 있었습니다.”

기자가 방문할 날에도 임재호 목사는 화재와 관련해 김 목사가 경황이 없어 놓치는 부분을 설명하며, 기사를 접한 돕는 손길이 나타났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임 목사는 이번 화재를 겪으며 김 목사 역시 호흡에 문제가 있지만, 한사코 병원 가기를 마다한다고 귀띔해주었다.

“이런 정황에 자신이 어떻게 병원을 가냐는 겁니다. 폐결핵을 앓았던 분이라 연기를 마시고 호흡이 무척 안 좋은 게 보여요. 정말 안타까워서 백방으로 도우려고 하는데, 하나님께서 돕는 손길을 좀 붙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화재로 살아남은 것은 마당에 매어놓은 강아지와 닭장 속 오골계 몇 마리뿐이었다. 김 목사는 화상을 입은 손으로 꺼낸 아주 작은 달걀 7개를 손에 쥐어주었다. 아무 것도 줄 수 없는 형편에서 무엇이라고 나누고픈 목회자의 마음이 더욱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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