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은 명료하고 결코 우리를 어둠 속에 내버려 두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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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은 명료하고 결코 우리를 어둠 속에 내버려 두지 않는다”
  • 박찬호 교수 백석대
  • 승인 2023.12.28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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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교수의 목회현장에 꼭 필요한 조직신학_40) 성경의 명료성

츠빙글리(Hudlrych Zwingli, 1484~1531)는 보통 칼빈(1509~ 1564)과 함께 개혁주의신학을 시작한 사람이다. 하지만 칼빈에 비해서 츠빙글리는 우리나라 교회에 거의 소개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2019년 츠빙글리의 개혁교회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는 일을 통해 조금씩 그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츠빙글리를 다룬 신학자 중에는 대표적으로 헤르만 바빙크(1854~1921)가 있는데 그의 박사논문은 츠빙글리의 윤리를 다룬 것이었다.

30년 가까운 기간 활동하였던 루터(1483~1546)나 칼빈에 비해 비교적 짧은 12년 동안 스위스의 북동부 취리히에서 종교개혁자로 활동하였던 츠빙글리는 루터와 함께 종교개혁 1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런가하면 칼빈은 2세대 종교개혁자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츠빙글리의 저술들은 대부분 자신의 설교를 확대 발전시킨 것들이다.

그 가운데 초기 저술이라고 할 수 있는 ‘하나님의 말씀의 명료성과 확실성’은 오이텐바흐 수도원의 수녀들을 대상으로 1522년 설교한 내용이다. 이 글은 2011년 두란노아카데미에서 출판한 기독교고전총서 19권 <츠빙글리와 불링거>에 수록되어 있다. 이후에 2014년 연세대출판문화원에서 번역 출간한 <츠빙글리 저작선집> 1권에도 실려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츠빙글리는 자신의 취리히 종교개혁을 마태복음 강해설교로 시작하였다. 츠빙글리의 주된 관심은 사제들이 성경에 맞는 설교를 하는 것이었다. 츠빙글리의 적대자들은 성경의 권위를 인정하기는 하였지만 성경 이외에 교회 전통과 교회의 관습적인 결정들을 성경과 버금가는 권위를 가진 것으로 인정하였다. 츠빙글리는 금식 규정이나 사람들이 일상적인 신앙생활에서 성인들을 부르는 관습과 사제의 독신 규정, 그리고 수도자들의 종신서약 등에 대해 ‘그러한 교회 관습들은 성서에 나오지 않는다’라는 근거를 들어 반대했다.

츠빙글리는 하나님의 “말씀은 명료하고 결코 우리를 어둠 속에 내버려 두지 않는다”라고 확신한다. 말씀은 온전한 구원과 은총의 빛으로 우리의 영혼을 비춘다. 츠빙글리는 우리가 하나님 말씀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하나님에게서 가르침을 받는 인격적인 경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나님의 영의 도우심이 필요함을 주장한다. “하나님이여 우리에게 그 영을 허락하소서.”

이 부분과 관련하여 조직신학에서 토론되고 있는 성경의 완전성 교리 가운데 성경의 명료성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성경의 완전성은 성경의 신적 권위, 성경의 필요성, 성경의 명료성과 성경의 충족성 등을 말한다. 이 교리들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당시의 가톨릭교회의 잘못된 주장을 반대하는 것이다.

성경의 명료성 교리를 통해서 개혁자들은 가톨릭교회가 주장하는 성직자주의를 반대하고 있다. 성경은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은 자격을 갖춘 사람들에 의해서 바르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 이른바 성직자와 평신도 사이의 위계질서가 확립이 되는 것이다. 평신도들은 성직자의 도움이 없이는 구원을 받을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성경을 바르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맹율이 현저하게 높았던 시절에 이것은 상당 부분 사실이었을 것이다. 심지어 성경은 제대로 보급되지도 않았고 일반 성도들이 읽을 수 있도록 번역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성경의 명료성은 당시의 상황과 잘 연결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개혁자들이 주장하고자 하였던 성경의 명료성은 구원에 필요한 지식은 성경 각 부분에서 똑같이 명료한 것은 아니지만 성경 전체를 통하여 인간에게 단순하고 포괄적인 형태로 전달되어서, 진지하게 구원을 찾는 사람은 성령의 인도 아래 성경을 읽고 연구함으로써 필요한 지식을 자기 힘으로 얻을 수 있으며 교회나 성직자의 도움이나 인도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종교개혁자들은 성경의 명료성을 강조하면서 성경에 인간 이성을 초월하는 신비들이 있다는 것을 부인하려 하지 않고 흔쾌히 인정하였다. 또한 그들은 성경의 명료성을 통해 성경을 바르게 이해하려면 학문적인 석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부정하지도 않았다. 성경은 그 명료성으로 인하여 자기 해석적이라고 말하였고 성경이 성경의 해석자라는 위대한 원칙을 설정하였던 것이다. 

성경의 완전성 교리 가운데 성경의 명료성은 문자 그대로 이해하면 안 된다. 성경은 고대 문서다. 그렇기 때문에 원문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해석자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진지하게 구원을 찾는 사람에게 분명한 구원의 길을 제시해준다고 성경의 명료성 교리는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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