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화해보다 사랑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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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화해보다 사랑이 쉽다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12.28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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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용의 감사행전 (66)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한번은 KOSTA에 강사로 갔다가 청중이 제출한 질문에 대해 토론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날 질문은 어떤 남성이 여성과 연애를 하다가 그만 성범죄를 저질렀는데, 상대방으로부터 꼭 용서를 받아야 하느냐는 것. 하나님께로부터 용서를 받으면 된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꼭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했다. 

나는 아무리 어려워도 피해자로부터 반드시 용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고, 다른 두 분의 목사님은 상황이 어렵다면 하나님께로부터 용서를 받으면 된다고 주장했다. 목사님들은 성경 본문을 인용하면서 주장을 했는데, 나는 내 상식에만 의존했지 성경 본문을 제대로 인용하지 못했다. 고맙게도 토론회 후 여러 학생들이 내 주장에 동의한다며 다가와 응원을 해주긴 했다.

영화 ‘밀양’(2007)은 이창동 감독의 작품으로 원작은 이청준의 단편 ‘벌레 이야기’(1985)이다. 1980년대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이윤상 군 유괴살해사건’이 배경이다. 중학교 교사가 제자를 납치해 살해했다. 그런데 범인이 사형 집행 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나는 하나님의 품에 안겨 평화로운 마음으로 떠나간다. …“ 이청준 작가는 이 말이 참혹한 사건 자체보다 더 충격이었다며 작품 동기를 밝혔다. 

영화 ‘밀양’에서 신애는 납치범에게 아들을 잃고 고통 가운데 만난 예수님을 통해 그 고통을 이겨낸다. 아들을 잃은 슬픔이 치유된 듯했지만, 교도소에서 아들의 살해자를 만나는 순간 그 마음이 무너져내린다. 하나님께로부터 이미 용서를 받았노라며 온화한 미소로 대답하는 원수의 모습. 원수도 사랑하라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대로 그를 용서하러 어렵게 교도소에 갔는데 그가 이미 용서를 받았다니…. “내가 용서하지 않았는데, 누가 나를 대신해서 용서를 했나”며 신애는 절규한다. 

가해자, 피해자, 그리고
하나님 사이의 3자 간 화해

내가 하나님 앞에 잘못을 했을 때에는 당연히 용서를 빌어야 한다. “만일 우리가 우리 죄를 자백하면 그는 미쁘시고 의로우사 우리 죄를 사하시며 우리를 모든 불의에서 깨끗하게 하실 것이요”(요한1서 1:9) 교회에서 밤낮 듣는 가르침이다. 

그럼, 내가 다른 사람에게 잘못을 했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영화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화해는 당사자 간 법적 화해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음을 가르쳐준다. 내가 가해자라면 하나님께 잘못한 것이므로 하나님께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자에게도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화 ‘밀양’의 납치범 같은 ‘평생원수’가 된다. “그러므로 네가 제단에 제물을 드리려고 하다가, 네 형제나 자매가 네게 어떤 원한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나거든, 너는 그 제물을 제단 앞에 놓아두고, 먼저 가서 네 형제나 자매와 화해하여라. 그런 다음에 돌아와서 제물을 드려라”(마태복음 5:23~24) 

다른 사람이 내게 잘못을 하고 용서를 구해올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주님, 내 형제가 나에게 자꾸 죄를 지으면, 내가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어야 합니까? 일곱 번까지 하여야 합니까?” 예수께서 대답하셨다. “일곱 번만이 아니라, 일흔 번을 일곱 번이라도 하여야 한다”(마태복음 18:21~22)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는 건 그가 알아서 할 일이다. 막상 이런 상황이 우리에게 닥친다면 단 한 번의 용서도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평생원수’들을 남긴다.

이보다 더 어려운 문제는 상대방이 내게 잘못을 해놓고도 사과를 하지 않을 때다. 성경은 이렇게 가르친다. ‘원수 갚는 것은 내가 할 일이니, 내가 갚겠다’,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로마서 12:17~21) 그런데 영화에서 신애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너무도 억울해서. 누가 신애의 믿음에 손가락질을 할 수 있을까. 

하나님과의 화해, 다른 사람과의 화해, 그리고 나 자신과의 화해-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니 평소에 누구와도 ‘사과-용서’라는 심각한 단계에 접어들지 않도록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평하게 지내는 수밖에. 진정한 화해보다 사랑이 쉽다.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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