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되지 않는 마약은 없다…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삶을 망가뜨려”
상태바
“중독되지 않는 마약은 없다…자기도 모르게 ‘서서히’ 삶을 망가뜨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12.12 15: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독교 세계관으로 바라본 2023 사회이슈(2) //호기심으로 시작해 파멸로 끝나는 마약(하)

대마초가 마약중독의 드러그 게이트 역할
치유된 중독자의 ‘재사회화’ 목표로 삼아야

마약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서서히 좀먹게 한다. 단순한 호기심 때문에 처음 마약에 손댄 이들이 많지만, 그 이후에는 끔찍한 고통이 뒤따라온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대다수 마약 중독자들은 “자신은 중독되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심으로 처음 마약을 시작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마약이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대가는 ‘파멸’이라고 경고한다.

‘마약 청정국’이란 말도 이제 옛말이다. 동남아에서는 한국이 ‘블루오션 소비국’으로 떠오르고 있으며, 마약이 유통되는 경로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는 올해 9월 기준 사상 최초로 마약 사범이 2만명을 넘어섰으며, 이는 1년 전 대비 48%가 급증한 수치다. 마약을 이롭게 사용하면 의학적으로 통증 완화에 도움을 주지만, 인간의 극단적인 쾌락을 위한 도구로 남용할 경우 회복하기 힘든 손상을 입힌다. 마약중독은 결국 정신과 신체를 손상시켜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을 파괴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교회의 관심이 필요한 주제다.

최근 10~20대 마약중독자가 급증했다. 과거에는 마약을 구하려면 직접 사람을 만나야 가능했지만, 이제는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활발해져 마약의 접근성이 낮아졌다는 점도 청년층 마약 사범이 늘어난 이유가 된다.
최근 10~20대 마약중독자가 급증했다. 과거에는 마약을 구하려면 직접 사람을 만나야 가능했지만, 이제는 온라인을 통한 거래가 활발해져 마약의 접근성이 낮아졌다는 점도 청년층 마약 사범이 늘어난 이유가 된다.

10~20대 마약중독자 44% 증가

호기심에 의해서 마약을 접하기 쉬운 세상이 됐다. 마약의 연령층이 더욱 낮아지고 있으며, 최근 청년층의 마약 투약률이 높아지고 있다. 30대 이하 마약류 사범은 2018년 5,257명에서 2022년 1만988명으로 5년 만에 109%가 급증했다.

특히 10대와 20대에서 마약중독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5년 사이 44%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마약중독 치료자’ 현황 자료에 따르면, 10대의 경우 2018년 기준 370명에서 2022년 498명으로 34% 늘어났으며, 20대의 경우 2018년 893명에서 2022년 1,383명으로 55% 정도가 늘어났다. 10대와 20대 마약중독자가 44% 가까이 증가한 모습이다.

과거에는 마약을 구하려면 직접 사람을 만나야 가능했지만, 이제는 온라인을 통해 마약을 비교적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도 청년층 마약 사범이 늘어난 이유가 된다.  최근 수도권 대학가에는 ‘QR코드’를 통해 마약 판매링크에 접속이 가능한 전단지가 뿌려지기도 했다. 마약 유통 루트가 다양화되면서 30대 이하 청년들을 타깃으로 하는 마약 홍보활동도 대담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대중매체에 마약이 주요 소재로 등장하는 것도 마약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웹드라마 ‘하이쿠키’에서는 엘리트 고등학교에서 일어나는 청소년들의 마약문제를 다루고 있다. 청소년 마약 판매상이 수업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에게 마약 성분이 들어간 쿠키를 판매하고, 엄청난 자극과 집중력 향상을 경험한 학생들은 비싼 돈을 주고 쿠키를 구매한다.

최근 SBS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7인의탈출>에서도 주인공들이 모르는 사이에 마약에 취해 각종 범죄를 저지르는 장면이 주요 스토리로 등장했다. 문제는 이러한 드라마가 마약중독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보다 단순히 호기심을 자극해 마약 투약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마약의 효과를 극대화하여 알리기보다는 마약중독의 심각성과 폐해를 알리는 대중매체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특히 자라나는 다음세대를 대상으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릴 수 있는 예방교육이 요청된다. 마약중독 재활시설 다르크 임상현 센터장은 “청소년 마약중독은 무지에서 시작된다. 무엇보다 호기심에서 마약을 시작하는 청소년이 없도록 청소년을 대상으로 마약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누군가가 권유할 때 ‘난 싫다’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당부했다.

‘일상’을 파고드는 무서운 중독

전문가들은 호기심이나 지인의 권유로 비교적 ‘가벼운 마약(소프트 드러그)’을 시작했다가 강력마약으로 점차 자극을 강화해 나가는 방식으로 중독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한다. 마약 중독자가 처음 마약을 시작한 입문 마약(드러그 게이트)은 ‘대마초’인 경우가 많다.

지난해 6월 태국이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마약으로 지정돼 있던 대마초를 합법화했고, 올해는 독일이 기호용 대마를 합법화했다. 미국은 21개 주에서 대마초 합법화가 이뤄졌으며 유럽의 다수 국가에서도 대마초를 판매한다. 태국에서는 대마초가 포함된 음료나 아이스크림, 젤리, 껌 등의 각종 먹거리가 길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태국을 방문한 여행객들도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대마는 담배보다 의존도나 독성이 낮다며 우려를 불식하는 주장도 있지만, 환각을 유발하고 과다 흡입으로 인한 사망자가 나와 대부분의 나라에서 금지하고 있다. 또한 비록 대마초라고 할지라도 마약의 성분과 자극에 계속 노출되면 다른 마약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소프트 드러그를 몇 번 했다고 해서 마약만을 찾아 헤매는 폐인과 같은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서서히’ 마약에 중독된 채로 일상생활을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많이 있다.

자신은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마약을 통해 얻은 재미를 일상에서 느낄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중독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실제로 1970년대 대마초를 합법화해 연성(軟性) 마약을 허용한 네덜란드는 지금 더욱 강한 마약을 들여오는 창구로 유럽과 중동을 잇는 ‘약물 허브’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마약 관련 범죄로 살해된 사람은 189명에 달하며, 마약 카르텔을 중심으로 하는 범죄와 폭력이 잇따르고 있다.

마약, 무엇이 문제일까

이른바 ‘좀비 마약’으로 알려진 펜타닐의 오남용은 수많은 사람의 삶과 정신을 망가뜨리고 있다. 마약성 진통제 중 하나인 펜타닐은 중독성이 매우 큰 약물로 치사량이 아편 계열인 헤로인의 100배에 달한다.

단 한 번만 사용해도 엔도로핀 분비에 문제가 생기며,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힌다. 그로 인해 펜타닐 없이는 체내 진통효과를 주는 엔도르핀을 느낄 수 없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작은 고통도 매우 크게 느끼게 된다. 결국 펜타닐에 의존하게 되고, 약을 투약할수록 더욱 많은 양을 원하게 되면서 헤어 나올 수 없는 중독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미국은 수십 년째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있지만, 매년 7~8만 명의 시민들이 마약중독으로 사망하고 있다. 현재 미국 18~45세 청장년층의 사망 원인 1위가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의 과다복용일 정도로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마약은 인체에 들어와 신경전달물질의 분비에 영향을 미쳐 정상적으로 분비되는 양보다 더 많은 양을 과도하게 분비하게 만들고, 이로써 비정상적인 강도의 쾌감과 행복감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이는 실체가 없는 가상현실과 같은 ‘착란 현상’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이상원 교수(전 총신대 교수,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상임대표)는 “마약을 통한 환각 체험은 신경계통의 손상을 통해 인간의 정신이 신체를 제어하는 기능을 마비시키는 등 하나님의 형상을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마약중독은 인간의 신체와 정신을 손상시켜 결국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게 만드는 치명적인 죄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마약을 통한 환각의 체험은 마약의 약효가 유지되는 짧은 시간 동안 인간의 마음 특히 감각에 잠깐 떠오르는 상(像)에 불과한 것으로서 약효가 떨어지면 없어져 버리는 덧없는 것”이라며, “마약의 약효에 의해 신경계통이 손상되고 그로 인해 신체 통제기능을 상실하는 것은 하나님의 형상을 파괴하는 심각한 죄”라고 우려했다.

마약중독자에 대한 회복치료는 반드시 해독을 위한 약물치료와 정신의학적 진단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약물을 통한 신경계통의 안정화나 심리 조작은 일시적이며, 부분적인 효과 이상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교수는 근본적 치료는 ‘복음’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일축했다.

직업 자활 통한 ‘재사회화’ 목표

마약중독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란 쉽지 않다. 가족의 끝없는 보호와 사랑이 이어져야 한다. 사회적인 편견과 선입견으로 인해 경제적인 자립을 이루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고 중독자들이 복음으로 해방되고 다시 건강한 시민으로 사회 안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마약중독자로 20년 가까이 살았지만, 하나님의 은혜로 중독에서 해방돼 마약중독자들이 복음으로 해방될 수 있도록 돕는 이가 있다. 신용원 목사는 국내 최초의 마약중독 해방공동체 사단법인 ‘소망을나누는사람들’을 20년째 이끌어오고 있다. 소망을나누는사람들은 교정기관 교육상담을 비롯해 중독자들의 자조모임 ‘소망나눔’, ‘여름가족캠프’, ‘자활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신 목사는 “마약은 끊는 게 아니고 끊어지는 것이다. 성령에 붙잡힐 때 어둠은 소멸되는 것”이라며, “제가 회복될 수 있었던 것도 하나님과의 단절되었던 관계가 회복되었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정신과 심리적 영역에서만 다루려 한다면, 당뇨나 혈압처럼 평생을 관리해야 한다. 결국 중독자들이 겪는 공허함을 채울 수 있는 것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공동체는 신앙을 통한 영적 치유와 경제적인 회복이라는 2개의 축을 목표로 운영된다. 처음에는 마약중독자의 치유사역을 위해 애썼지만, 중독자들이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부터는, 2002년부터 디지털 광고업과 화훼업, LED 광고판 교체, 손세차장 일 등 중독자들의 자활사역에 나서고 있다. 신 목사에 따르면 마약 중독자들은 마약중독으로 인한 금단 증상보다 취업의 어려움과 경제적 문제로 인한 절망과 좌절감이 더욱 마약에 대한 유혹을 크게 불러일으킨다.

신 목사는 “많은 단체가 마약 중독자들의 정신적 문제에만 집중하고,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회복은 중독자들의 직업 자활을 통한 재사회화”라고 밝혔다. 중독자의 직업 자활을 통한 경제적 자립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정한 의미에서 중독에서의 회복을 논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신 목사는 “누구도 이들을 선교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에 안타까움이 있다. 그러나 천하보다 귀한 영혼을 복음으로 살리겠다는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지 도울 수 있다”며, “마약중독에서 벗어나는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이 일에 동참하는 교회와 협력자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