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듣기 좋았던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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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듣기 좋았던 말들
  • 이복규 장로
  • 승인 2023.12.11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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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이 나한테 해 준 말 가운데 가슴 뛰는 말들이 있다.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라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꼭 있어야 할 사람!”

언젠가 고등학교 국어 교사인 대학 동창이 한 말이다. 국어 교사가 되려고 입학한 모교에서, 교사가 아니라 교수가 되어 연구하고 강의하고 있는 내게, 그 말은 큰 격려였다.

인생은 묘하다. 원래 목표대로 중고등학교 교사가 되었다면, 이런 말을 듣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나는 새로운 것 연구하기는 즐기지만, 이미 만들어진 교재 내용을 충실히 전달하는 중·고등학교 수업은 즐겁지 않은 사람이다. 교사로 있었다면, 필시 ‘그 자리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을 게 뻔하다.

“미국에 와요. 나랑 23개 주 자동차로 여행합시다. 비행기 표만 끊어 와요.”

언젠가 미국에 안식년 가 있던 교수가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미국 여행의 동행이 되어 달라는 요청이었다.

“혼자 돌면 되지 굳이 왜 나를?”

이렇게 묻자 그 대답이 엉뚱했다.

“이 교수랑 함께 여행하면, 하나님이 함께하셔서 안전할 것 같아….”

일찍부터 교회 다니는 분이며, 한참 연상인 분이 이렇게 말해 놀랐다. 하나님이 나와 동행하실 게 분명하므로, 나와 여행하면 덩달아 자신도 보호를 받으리라고 믿어서 그런다니! 그때 대학 자체평가위원 일을 맡고 있어 응하지는 못했지만, 지금도 생각하면 각별하다.

꽤 오랜 시간 교유한 그분이 무슨 근거로 나를 그렇게 보았을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짚이는 게 있었다. 가장 큰 것은 뭐니 뭐니 해도 1996년에 한글판 <설공찬전>을 발견한 일이 아닐까 싶다. <홍길동전>보다 100년 전에 씌어진 소설로서, 한글로 읽힌 최초의 소설이요, 500여 년간 역사에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이 소설의 발견은, 신앙의 눈으로 보면, 하나님의 주도면밀한 섭리의 결과다. 이분도 신앙인이기 때문에, 이 기적 같은 사건을 보면서, 나를 하나님이 동행하는 사람으로 확신해 이런 요청을 하기에 이른 듯하다.

이 작품 발견 무렵, 실제로 그렇게 고백한 사람도 있다. 그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고 여러 매체에서 한참 다룰 때 만난 불신자 한 사람이, 발견 과정을 듣더니만 이렇게 말해서 놀랐다.

“우연이 아니군요. 이 선생님이 믿는 하나님이 도와주신 거네요.”

그때 알았다. 하나님 믿으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이런 일을 통해서도 전도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아 더욱 더 연구에 매진하게 되었다. 맞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도다. 내가 만약 논문 표절이라든가 교수로서 함량 미달이었다면, 그 불신자는 뭐라 했을까? “장로라는 사람이 저런 걸 보니, 하나님은 없나 보군.” 아마 이랬으리라.

“형은 적이 없어서 부러워요.”

국립민속박물관에 근무하던 후배가 어느 날 해 준 말이다. 적이 없는 게 부럽다니? 반문하자, 자신은 적이 많다고 했다. 가만히 생각하니, 적대적인 사람이 있으면 마음 편하기 어렵겠다.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처럼,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언제 어디서 만날지 몰라 마음이 불편할 듯하다. 아직 내게 그런 사람은 없으니 다행이다. 

“닮고 싶은 사람!”

50년간 만나고 있는 교회 동갑 장로가 언젠가, 내 개인 다큐를 촬영하는 자리에서, 나를 두고 한 말이란다. 나는 그 장로를 닮고 싶은데, 이렇게 말했다니 참 감사했다.  

지인 하나는 딸한테서 이런 말을 들었다며 좋아한 적이 있다. “세상에서 아빠를 가장 존경해”라고 했다며,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말이 걸작이었다. “혹시라도 내 딸이 그 말 취소할까봐, 조심하고 있어.” 나도 그렇다. 내게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좋은 말 해 준 사람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남은 인생길 반듯하게 걸어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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