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계종은 너무 앞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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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계종은 너무 앞서갔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12.09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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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자승 전 총무원장이 지난달 29일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칠장사에서 69세 나이로 사망했다. 불가 용어로 승려가 죽었다는 입적(入寂)을 한 것이다. 사망의 원인은 화재였지만, 실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살이었다. 

조계종은 자승이 메모 형식의 여러 유언장을 남기고 스스로 절집을 태워 사망했다고 공표했지만,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을 둘러싸고 여전히 의문이 풀리지 않고 있다. 한때 불교계 수장이었던 승려가 사망하자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각계 인사들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한국교계에서는 한교총 대표회장 이영훈 목사, 교회협 총무 김종생 목사 등이 빈소가 차려진 조계사를 직접 방문해 조문하기도 했다. 한 사람의 죽음에 충분히 공감하고 애도할 수 있다.

그런데 자승의 죽음을 알리며 조계종은 ‘소신공양’(燒身供養)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소신공양은 불가에서 자기 몸을 태워 부처 앞에 바친다는 뜻이다. 언론들은 앞 다퉈 소신공양을 기사제목으로 내다 걸었다. 조계종 대변인은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겼다”며 추켜세웠다. 불교의 용어로 만들어낸 ‘포장된 죽음ʼ이었다. 단어의 힘이 이렇게 무섭다. 

조계종은 자승의 마지막에 대하여 깨달음 끝에 죽음을 선택했다고 한 사람의 승려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도 자승 죽음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하다. 평가도 다르다. 

자승의 사망 이후 종단자정센터에서 전국 승려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응답자의 93.1%는 “소신공양이라고 말할 수 없다”, 87%는 ‘종단장’에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전 세계 자살률 1위 국가이다. 나라 전체가 자살예방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며 보도자료까지 내야 했을까? 책임 있는 종교라면 한 승려의 자살을 무작정 칭송할 것이 아니라 더 책임 있는 반응을 해야 맞다. 조계종은 너무 앞서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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