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약 중간사] 거짓으로 만들어낸 구전율법 철저한 율법주의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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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약 중간사] 거짓으로 만들어낸 구전율법 철저한 율법주의의 산물
  • 김병국 교수
  • 승인 2023.12.07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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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국 교수의 신구약 중간사 이야기 (36)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김병국 교수(백석대·신약신학)

<구전율법의 탄생>
그런데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시딤들이 규정들을 만들면 사람들이 그것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주어야 하는데, 일반 신자들은 ‘울타리’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이 평생 들어보지 못한 내용을 랍비들이 가르치니까 백성들은 그것을 신적 권위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하시딤들은 끔찍스러운 일을 합니다. 사람들의 의문에 해답을 제시하고, 자신들이 만들어낸 ‘울타리’에 신적인 권위를 입히기 위해 엄청난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대충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만들어집니다. ‘하나님께서 시내산에서 모세에게 주신 율법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성문율법(成文律法, written law)이라는 것인데,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책으로 기록하라고 하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세오경이 그것이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모세에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금하신 구전율법(口傳律法, oral law)이라고 하는 것이다. 당신들이 지금까지 이 율법에 대해 몰랐던 것은 오직 종교적 엘리트들에게만 전수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것이 기록되어 있는 책이 없는 이유는 하나님께서 그것의 기록을 금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말세이고 사회가 너무나 흉악해졌기 때문에 우리 하시딤 지도자들은 일반 백성들에게도 이 구전율법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당신들에게도 가르치기 시작한 것이다.’

이것이 하시딤들이 만들어낸 구전율법의 스토리였습니다. 하시딤들은 자신들이 지금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이 율법을 더 잘 지키게 된다면 하나님이 기뻐하실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미쉬나의 탄생>
구전율법은 시내산에서 모세가 하나님께 직접 받은 것으로서 잘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그런데 주후 70년에 티투스(Titus) 즉 디도 장군에 의해 예루살렘이 파괴되자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구전율법을 가르치는 학교는 예루살렘에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두 지역 혹은 두 랍비들 사이에 구전율법의 세부사항에 대해 이견이 발생하면 예루살렘이 그 기준 역할을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늘 변함없는 구전율법의 전승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예루살렘의 파괴로 인해 그 기준점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제는 이 사람, 저 사람의 구전율법이 달라도 그들 사이에서 옳은 것을 판단해 줄 기준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랍비들 사이에서는 이제 구전율법을 모세오경처럼 책으로 기록하자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그 의견은 따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구전율법을 책으로 기록하면 자신들이 한 말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구전율법을 책에 기록하지 않은 채 버텼습니다.

백석대·신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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