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수 박사의 영화 읽기]애국이냐 인간 존엄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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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수 박사의 영화 읽기]애국이냐 인간 존엄이냐
  • 최성수 박사(AETA 선교사)
  • 승인 2023.11.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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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브릿지](스티븐 스필버그, 스릴러/드라마, 15세, 2015)

영화 <스파이브릿지>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는 1957년 미국에서 소련 스파이로 활동하다 붙잡힌 루돌프 아벨의 검거와 도노반의 법정 변호, 그리고 비행기로 소련 영공에서 첩보활동을 하다 추락하여 체포된 개리 파워스와 아벨의 극적인 포로 교환 과정을 담고 있다. 역사가들에 의해 냉전의 절정기로 평가되는 1957~1961년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인간 존엄을 지켜내려는 변호인 도노반의 투쟁적인 노력을 담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변호인은 하나의 갈등 상황에 직면한다.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위법 행위와 진정한 애국심은 법이 수호하려는 인권을 보호하는 일이라는 주장 사이에서 벌어진 갈등이다.

이런 갈등과 변호인의 투쟁을 염두에 둘 때, 이 영화가 던지는 화두는 이것이다.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폭력과 위법은 묵인될 수 있는가? 아니면 법을 지키는 일이 진정한 애국인 건가? 애국과 인간 존엄 중 어느 것이 우선적인 가치인가?

반공이데올로기뿐만 아니라 나치의 전체주의와 일본의 군국주의는 소위 애국과 애족이라는 이름으로 자신들의 폭력적인 만행을 합리화했다. 소련은 공산주의 이념을 통해 희생을 강요했고, 폭력을 정당화했다. 미국의 매카시즘으로 대변되는 반공이데올로기 역시 애국을 빙자하여 무수한 사람들의 인권을 유린했다. 한반도는 어떤가. 이념을 위해서 혹은 국가를 위해서 북한은 주민의 인권을 유린하고 있고, 남한 역시 예외는 아니다.

현대 대한민국 사회는 가치의 충돌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편에는 반공을 강조하는 정부와 여당 및 친정부 단체들이 있고, 다른 한편엔 보편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흐름이 있다.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에 복지와 인권과 신뢰도에 있어서 최하위다. 소위 국격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하지만, 반인권, 반민주, 반민중의 정치를 통해 오히려 대한민국 국격은 한없이 추락했다.

무엇이 문제일까?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반민주, 반인권, 반민중의 정치를 관용해도 되는가, 아니면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또 구현하는 것이 진정으로 애국하는 길인가. 지금까지 대한민국 역사를 보면 결국 국가의 반공이데올로기보다는 보편적 가치를 구현하는 일이 더더욱 미래 전망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단순히 미국 특유의 영웅주의적인 영화, 혹은 미국을 영웅시하는 영화로 폄하하기 이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감상하고 또 영화가 던지는 화두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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