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 산책] 그리스도인은 무시와 단죄, 박해 중에도 ‘생명’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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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산책] 그리스도인은 무시와 단죄, 박해 중에도 ‘생명’을 얻는다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3.11.16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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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77) - 기독교 신앙을 변증한 사람들(14)
이상규 박사
이상규 박사

<디오그네투스에게>라는 변증서 5~6장에서는 기독교 신자들의 고유한 생활 혹은 삶의 방식을 묘사하는데 이 문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수사학적 묘미, 표현의 적절성 등이 돋보인다. 기독교인들은 유대인들과는 달리 특별한 의복, 특별한 언어, 특별한 관습을 가진 이들이 아니지만, 세상의 영혼과 같은 존재로서, 이 세상 안에 살면서도 세상을 초월하는, 그리고 육신 안에 살면서도 육신의 욕망을 따라 살지 않는, 초자연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이들이라고 말한다(5~6장).

5장의 전문은 아래와 같다.

“그리스도인은 나라나, 언어나, 의복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구별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그들만의 고유한 도시에 사는 것도 아니고, 어떤 특수한 언어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며, 특유한 삶을 사는 것도 아닙니다. 그들의 교리는 정신착란자의 상상이나 꿈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처럼 인간적인 학설을 내세우지도 않습니다. 그들은 각자 주어진 삶에 따라 그리스나 다른 이방 도시들에 흩어져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속한 도시의 관습에 따라 옷을 입고, 음식을 먹으며, 삶을 영위합니다. 그들은 각기 자기 조국에 살면서도 마치 나그네와 같습니다. 시민으로서 모든 의무를 수행하지만 외국인과 같이 모든 것을 참습니다. 모든 객지가 그들에게는 고향이요, 모든 고향이 그들에게는 객지입니다.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하여 아이를 가지지만, 아이를 버리지는 않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식탁은 공유하지만, 아내를 공유하지(잠자리를 함께하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육신을 입고 있지만, 육신을 따라 살지는 않습니다. 그들은 지상에 살고 있으나 시민권은 하늘에 있습니다. 그들은 주어진 법에 순종하지만, 그들의 삶은 그 법을 초월합니다. 그들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지만, 사람들은 그들을 박해합니다. 그들은 무시당하게 단죄되고 죽임을 당하지만 그러나 그들은 그것으로 생명을 얻습니다. 그들은 가난하지만, 많은 사람들을 부유하게 합니다.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사실은 모든 것을 넘치게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은 능욕을 받으면서도 능욕하는 자를 축복하고, 모욕을 당하면서도 모욕하는 자를 존중합니다. 그들은 착한 일을 하는데도 죄인들처럼 벌을 받고, 벌을 받으면서도 생명을 얻는 것 같이 기뻐합니다. 그들은 유대인에 의해 공격받고, 헬라인들에 의해 핍박받지만 유대인들과 헬라인들은 왜 그들을 미워하는지 모를 것입니다.”

필자는 이 글을 읽으면서 기독교 신앙을 이처럼 간명하게 그리고 선명하게 제시하고, 기독교적 삶의 방식이 이교나 유대교와 어떻게 다른가를 이처럼 확실하게 제시하는데 대하여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살고 있으나 이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다”는 말은 헨리 반틸(Henry van Til)이 말한 것으로 회자되는데 사실은 2세기 당시에 <디오그네투스에게>에서 발견되고 있다. 우리의 몸은 이 세상에 있지만 이 세상의 가치로부터 심리적인 이민자라는 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그리스도인들은 자신이 속한 도시의 관습에 따라 옷을 입고, 음식을 먹으며, 삶을 영위하지만 이 땅에서는 나그네와 행인 같은 역려과객(歷旅過客)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 사상이 감동을 준다.

6장 또한 감동적이다. 6장 앞부분은 다음과 같다. “한마디로 영혼이 육신 안에 있듯이 그리스도인들은 세상 가운데 존재합니다. 기독교 신앙인들이 이 세상 여러 곳에 흩어져 살듯이 영혼도 육신의 모든 부분에 존재합니다. 기독교 신앙인들이 이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에 속하지 아니하였듯이 영혼도 육신 안에 있으나 육신에 속한 것은 아닙니다.”

백석대·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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