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가을이 주는 시그널
상태바
[연합시론] 가을이 주는 시그널
  • 이정익 목사(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 승인 2023.11.09 13: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정익 목사.
이정익 목사.

하나님께서 이 땅에 사계절을 주신 것은 너무나 감사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중 가을은 단연 계절의 으뜸이다. 자신이 가진 신비한 역할이 그대로 나타나고 한해살이의 진풍경을 충실하게 연출하기 때문이다. 모든 식물들은 하나같이 열매로 자기를 나타내고 모양과 맛과 자신의 실체를 표현한다. 작은 씨 하나를 심었을 뿐인데 자신보다 몇백 배 큰 열매들을 맺는다. 그리고 저마다 각기 다른 모양과 색깔과 맛을 낸다. 또 잘 익은 열매를 보이며 추수해 주기를 기다린다. 100배 결실한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가을은 결실의 계절이고 익어가는 계절이며 결산하는 계절이다. 자연과 식물들은 말없이 그 자연의 질서에 말없이 순응한다. 저마다 때가 되면 말없이 익어가고 결실하여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루어간다. 그런 식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몇 가지 살펴볼 모습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하나는 영적 추수이다. 성경은 지금은 추수할 때라고 했다(마 9:37~38). 여기 추수는 식물을 거두어들인다는 말이기도 하지만 영적 추수 즉 영혼 구원을 말씀하신 것이다. 오늘 우리는 말없이 익어가는 식물들을 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영혼 구원을 이루었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신앙인들의 숭고한 의무가 있다면 그것은 영혼 구원하는 일일 것이다. 영혼을 구원하는 일은 이 땅의 먼저 믿은 신앙인들 모두에게 주어진 가장 기본이 되는 사역인 동시에 내가 알게 된 천국을 알려주고 전해주어야 한다는 의무가 주어져 있다. 이 가을에 우리는 이점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또 한 가지는 모든 식물들을 보면서 나는 얼마나 익어가고 있고 성숙하였는가를 돌아보는 일이다. 식물들은 아무 말 없이 그리고 조용하게 자신을 익혀가는 일에 충실하게 임한다. 색깔로 맛으로 모양으로 크기로 영양으로 내용으로 자신을 완성해 간다. 그리고 열매들은 저마다 그렇게 익어가는 자신을 누군가 알아주고 추수해 주기를 기다린다.
우리는 해마다 가을을 맞이하면서도 열매들이 속삭이고 전해주는 그 음성을 듣지 못하고 살아간다. 너무 시끄럽고 분주하고 정신없이 살아가느라 그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이고 잘 익은 모습이 전해주는 그 의미조차도 새겨볼 만한 여유도 없이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해마다 가을이 주는 그 깊은 의미를 느끼지도 못한 채 살아간다. 그 모습들이 얼마나 감미롭고 신비롭고 아름다운데도 그것을 모르고 이 가을을 또 의미없이 보내고 있다.

헨리 나우웬은 예일대학교 교수였다. 모든 사람들이 그의 성공을 칭송하고 우러러보았다. 그는 그 칭찬에 우쭐해 살아가다가 어느 순간 자신이 예수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고 그의 앞에 예수가 저 멀리 흐려져 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어느 날 사표를 던지고 정신지체장애자들을 돌보는 시설로 들어가 그들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는 일을 한다. 왜 여기서 일하게 되었는가 묻는 기자들에게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높은 자리로 올라가 칭찬을 듣는 동안 내 앞에서 흐려져 가는 예수를 발견했다. 이제는 낮은 자리에서 예수를 만나고자 한다고.

가을은 신비한 계절이다. 말은 없지만 자연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역할을 충실하게 이루며 자신을 익혀간다. 그리고 자신에게 주어진 한해살이의 결산을 이룬다. 이 가을에 익어가는 식물들을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익혀가는 계절이 되었으면 한다.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