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 산책] 이교도나 유대교보다 우월한 신앙,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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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산책] 이교도나 유대교보다 우월한 신앙, ‘기독교’
  • 이상규 교수(백석대·역사신학)
  • 승인 2023.11.09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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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76) - 기독교 신앙을 변증한 사람들(13)
이상규 박사
이상규 박사

5. ‌디오그네투스에게
(ΠΡΟΣ ΔΙΟΓΝΗΤΟΝ): 
이 지면을 통해 변증가와 변증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변증서는 남아 있으나 그 글의 필자가 누구인지 알려지지 않는 작품인 <디오그네투스에게>라는 변증서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2세기 후반의 무명의 변증가가 쓴 이 글은 오랫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작품인데, 15세기 초 콘스탄티노플의 어느 생선 가게의 헌 종이꾸러미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마침 콘스탄티노플에 와 있던 젊은 프랑스 유학생이 이 문서를 사서 1436년 도미니크 수도회 신학자에게 넘겨준 것이 이 문헌을 유럽 사회에 소개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1592년 앙리 에티엔느(Henri Estienne)에 의해 <디오그네투스에게 보내는 편지> (Επιστολή προς Διόγνητον, Epistola ad Diognetum)라는 이름으로 출판되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콘스탄티노플에서 처음 발견된 이 문서는 오랫동안 스트라스부르 시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었으나 1870년의 보불전쟁(普佛戰爭) 때 화재로 소실되었다. 보불전쟁이란 프로이센과 프랑스 간의 전쟁(1870.7~ 1871.5)인데, 통일 독일을 이룩하려는 프로이센과 이를 저지하려는 프랑스 제2제국 간에 벌어진 전쟁이었다. 비록 원고는 불에 탔으나 이미 이 글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전문이 출판되었기 때문에 이 문서는 오늘까지 전해지게 되었다.


<디오그네투스에게>는 2세기 당시의 다른 문서에 비해 짧은 글이지만 문장이 매우 우아하고 내용이 선명하다. 또 기독교적 신앙과 삶을 적절하고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브리테니카 사전에서는 이 책을 “그리스도 신앙에 관한 한 신약성경을 제외하고는 이 책만큼 현대인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저술은 없다”라고 말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 책에서 저자는 기독교는 국가의 어떤 종교나 유대교 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증명하려고 시도한 작품인데, 이 글은 리용의 이레나이우스, 알렉산드리아의 클레멘트, 로마의 히폴리투스와 같은 2세기 교부들의 저서와 유사한 점이 있어 이 책도 비슷한 시기인 2세기부터 3세기 초에 기록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디오그네투스는 어떤 인물인지 알려져 있지 않지만 귀족 출신의 비 신앙인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 12개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기독교 신앙에 대한 디오그네투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데, 이 책이 취급하는 내용은 이 책 서두에서 언급된 바처럼, 기독교의 경신(敬神)행위, 세상에 대한 신자들의 무관심, 죽음에 대한 태도, 다른 종교에 대한 거부, 기독교인들의 형제애, 기독교 신앙이 늦게 나타난 이유 등인데,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4부분으로 구분될 수 있는데, 첫째, 이교도와 유대교보다 우월한 기독교 신앙(1~4장), 둘째, 세상에 사는 그리스도인의 역할(5~6장), 간략한 기독교 교리해설(7~9장), 마지막 권고(10~12장)이 그것이다. 이 글에서 저자는 상대를 설득시키기 보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내면과 영혼에 호소하고 권유하면서 감화를 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볼 때 이 책은 기독교 신앙의 변호와 함께 기독교 신앙을 권유하는 전도라는 두 가지 성격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책의 내용을 좀 더 정리해 보자.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이교도들과 유대인들의 경신(敬神)행위를 비판하는데, 이교도의 신들은 인간의 물질적 산물이기 때문에 그들을 공경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유대인들은 한 분이신 참된 하나님을 공경하지만, 불합리한 율법 규정을 지나칠 정도로 엄격히 지키면서 바르게 공경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이를 통해 기독교 신앙이 올바른 경신 행위임을 드러내고 있다.

백석대·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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