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둘레길을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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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둘레길을 걸으며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3.11.01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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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단풍이 절정에 달한 지난 해 10월 중순, 우리 교회 ‘둘레길 걷기’ 소그룹 팀원들이 ‘충주호 종댕이길’ 걷기에 나섰다. 종댕이길은 충주호를 시원하게 내려다보며 자연 그대로의 숲을 즐기면서 걷는 길이다. 적당한 오르내림이 있어 걷기의 참맛을 느낄 수 있고, 곳곳에 쉼터와 정자, 조망대까지 있어서 가족이나 지인들이 함께 걷는 코스로 딱 좋은 길이다.

우리 교회에서는 지난 해 하반기에 성도의 교제와 친교를 목적으로 소그룹 모임을 조직하여 10월 초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이 소그룹에는 둘레길 걷기, 등산, 아로마테라피, 캘리그라피, 그림 그리기, 목공예, 스크린골프, 배드민턴, 기타 연주, 하모니카, 핸드드립커피, 낭독의 기쁨,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탐구회, 인도네시아 선교 등 14개가 있다. 각자의 취미, 소질, 희망에 따라 그룹 회원에 가입한다. ‘둘레길 걷기’ 소그룹 첫 행사로 오늘 15명이 나선 것이다.

L 목사님은 교회생활을 정삼각형으로 표현한다면, 제일 위 꼭지점인 정점은 ‘말씀’ 일 것이고, 아래쪽 두 꼭지점은 각각 ‘봉사’와 ‘친교’가 될 것이라며, 이것이 균형을 이루어야 바른 교회생활을 할 수 있다고 하셨다. 교제 활동을 매우 강조하신 셈이다. 성도의 교제를 통하여 다른 교우들의 삶이 얼마나 신실한지를 알게 되고, 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가정이나 일터에서도 말씀대로 살려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신선한 도전을 받기도 한다. 그러는 가운데 은연중에 자기 믿음도 성숙해 가리라.

둘레길 걷기 소그룹은 희망자가 많았다. 걷기가 좋은 ‘운동’이면서 동시에 정신까지 맑게 만들어 몸과 마음의 힐링을 돕기 때문이다. 우리 팀장 김 집사님은 목적지 사전 답사를 통해 교회에서부터의 거리, 중간 휴식 장소, 점심식사 장소 예약 등 철저한 준비를 했고, 총무 오 집사님은 준비물, 조 편성, 당일 일정, 기타 주의 사항을 사전에 알려주었다.

모두들 소풍을 나선 어린 아이들처럼 밝고 명랑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25인승 버스로 출발했다. 코로나 사태로 이런 모임이 거의 없었다가 오랜만에 얼굴을 가까이하니 웃음소리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소리가 버스 안을 가득 채웠다. ‘신앙’이란 공통의 끈이 있으니 삶 속에서의 신앙 이야기가 주류를 이룬 것은 당연하다. 휴게소에서 평소 베풀기를 좋아하는 L 장로님이 따끈한 커피를 사셨다.

목적지에 도착하여 나는 걷기 속도를 조절하며 될 수 있으면 그동안 만남이 적었던 분들과 대화를 나누려고 애썼다. 햇살과 바람이 어우러져 시원하고, 시선을 두는 곳마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니 마음이 넉넉해지고 발걸음은 경쾌해진다. 그 가운데 나누는 대화이니 더욱 풍성해질 수밖에. 내가 늘 신앙적으로 존경하는, ‘영혼이 맑은’ K 집사를 G 집사가 어떻게 만나 결혼했는지도 알아서 그 동안의 궁금증이 풀렸다. 이웃 동네에 사는 K 권사님. 평소엔 질문에만 배시시 웃으며 단답형으로 말씀하시던 분인데 말문이 터지니 그렇게 말씀을 잘 하실 수가 없었다. 아직 신앙생활을 안 하시는 부군을 언젠가 한번 만나보고 싶다. 우리 교회 설립 당시부터 30년 동안 함께 신앙생활을 해 오신 O 집사님. 피상적으로만 알았던 그분의 삶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고, 그토록 말씀 중심의 신앙생활을 해 왔으니 하나님께서 그 부부에게 복을 주실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런 대화의 장(場)이 아니면 듣기 어려운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리 높지 않은 정상(385m)의 정자에 올랐다. 호수 아래  유람선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고, 멀리 월악산이 보인다. 함께 오른 사람들이 달라서인지 자연 풍광이 지난 번 때와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눠 준 김밥으로 식사를 했다. H 권사님이 대추를, C 집사가 귤을 식후에 내놓으셨다. 먹을거리가 풍성하여 포식을 했다. 내가 준비한 커피를 나누어 마시고 하산 길에 나섰다.

잔잔히 흐르는 남한강물을 바라보며 조용하게 산책과 사색을 즐길 수 있는 길. 호수를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오솔길을 걸으며 교우들과 교제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다음엔 어디에서 누구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게 될지 벌써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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