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구체적인 메시지가 담긴 에스겔의 ‘환상’은 실체다
상태바
[예언서 해설] 구체적인 메시지가 담긴 에스겔의 ‘환상’은 실체다
  • 유선명 교수(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 승인 2023.10.27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105) -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네 마음으로 생각할지어다” (겔 40:4)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선명 교수(백석대·구약신학)

유다가 포로로 잡혀간 지 25년이 되었을 때 에스겔을 사로잡은 하나님의 권능이 그를 이스라엘로 데려가 성읍과 성전을 보여주십니다(1~2절). 에스겔서의 종결부인 40~48장을 채우고 있는 이 성전 예언은 그 안에 그려진 성전이 솔로몬 때 세워진 실제 성전과는 판이한 구조와 엄청난 규모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비현실적’이고 ‘묵시문학적인’ 환상으로 치부되곤 합니다. 그러나 이같은 실재와 환상의 양분법은 예언자들이 ‘본’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습니다.

개역개정 40장 2절은 에스겔이 본 것을 ‘이상’이라 번역했는데 그 바탕이 된 히브리어 ‘마르에’는 본다는 뜻의 ‘라아’에서 파생된 말이고, 다른 곳에서 ‘환상’으로 번역된 ‘하존’ 역시 본다는 뜻의 ‘하자’에서 나온 말로서 그 둘을 엄밀히 나누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예언자들이 ‘보고 들은’ 것들이 다른 사람들도 동일하게 감지할 수 있는 시각적, 청각적 신호였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권능 가운데 그분이 택하신 예언자에게 분명한 메시지가 전달되었고, 그것이 다시 우리에게 선포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에스겔이 ‘본’ 성전의 ‘환상’은 하나님의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았다는 점에서 분명히 실체이며, 다른 모든 예언이 그렇듯이 상징성을 가졌기에 적절한 해석을 거쳐야 그 뜻을 바르게 알 수 있습니다. 에스겔의 성전환상은 새 성전의 건축을 위한 설계도가 아닙니다. 그것은 지상의 성전을 넘어서는 성전, “너희가 이 성전을 헐라 내가 사흘 동안에 일으키리라”는 말씀으로 자신의 죽음과 부활을 선언하신 주님의 가르침과(요 2:19) 하나님의 백성이 곧 성전이라는 놀라운 말씀을(고전 3:16) 예견하게 하는 상징적 공간의 설명입니다.

에스겔의 성전 묘사는 매우 정밀해서 마치 설계도를 언어로 풀어놓은 듯 읽히며, 성소의 내부까지를 상세히 밝히고 있는데, 이러한 묘사를 통해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의 신학입니다. 스스로 이스라엘을 떠나가셨다가 다시 돌아오시는 하나님의 임재를 새롭게 모시기 위해서는 옛 성전이 아닌 전혀 새로운 성전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우상숭배와 반역의 죄로 인해 더 이상 하나님을 모실 수 없었던 이스라엘 백성에게 새 마음과 새 영을 주시고서야 그들 안에 거하시겠다는 하나님의 뜻을 공간의 언어로 풀어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일찍이 에스겔 8~11장에서 바벨론 땅에 있던 에스겔을 예루살렘으로 이동시켜 보게 하시고 일러주셨던 메시지가 바로 하나님의 영광이 이스라엘을 떠나신다는 소식이었던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가 또 내게 이르시되 인자야 이스라엘 족속이 행하는 일을 보느냐 그들이 여기에서 크게 가증한 일을 행하여 나로 내 성소를 멀리 떠나게 하느니라(겔 8:6)” 포로된 지 25년, 전통적인 해방과 회복의 기간인 희년 50년의 절반이 되는 시점에 이 예언이 주어진 것이 우연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상실한 슬픔과 고통을 맛보았으니 이제 회개하고 새롭게 되어 하나님 임재의 회복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께서 부어주실 새 영을 사모하는 자만이 하나님의 영광스러운 임재를 모실 수 있듯이, 사람의 손으로 세워진 성전이 아닌 거룩한 무리가 이제 주님을 그들 안에 모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성전이 세워진 도성의 이름이 다름아닌 ‘여호와삼마’ (여호와가 거기 계신다)이니 더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습니까? 에스겔의 성전 예언은, 그리스도의 초림과 성령의 강림을 멀리서 바라보게 하는 초원거리 망원렌즈와 같은 메시지였던 것입니다. “깊도다 하나님의 지혜와 지식의 풍성함이여, 그의 판단은 헤아리지 못할 것이며 그의 길은 찾지 못할 것이로다(롬 11:33)”

백석대·구약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