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신뢰(信賴), 후 개혁(改革)
상태바
선 신뢰(信賴), 후 개혁(改革)
  • 승인 2004.10.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인웅목사/덕수교회

지도자가 어떤 공동체를 이끌어 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 구축이다. 지도자로 선임될 때 다수의 지지로 선출됐다 하더라도 반대 세력의 내용과 비중을 가볍게 평가하면 곤란하다. 반대 세력이 그 공동체 내의 영향력이 많은 세력일 경우에 그들의 지지와 협조를 받아내지 못하면 일하기 어렵다.

그들이 개혁이 대상이기 때문에 그들을 그 공동체의 중심에서 변두리로 몰아내고 새로운 중심 세력을 형성하기 위해 물리적인 힘을 통해서 기존 세력을 약화시키려고 한다면 상당한 위험 부담을 안게 된다.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법으로 점진적인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 새로운 지도 그룹은 우선적으로 확고한 신뢰를 구축해야만 한다.

충분한 신뢰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혁을 시도하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지도자에 대한 불신이 팽배할 경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돼 일할 수 없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급할수록 천천히 돌아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새 지도자들은 그들의 개혁 프로젝트가 기존의 것들보다 훨씬 좋고, 그런 개혁 프로그램이 실현되면 행복한 미래가 온다는 것을 구성원들이 확신하고 따라오게 하는 설득 과정이 중요하다.

문제는 그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왜 변화를 싫어하고, 지도자를 불신하는지, 아니면 목숨 걸고 지켜야 할 것이 있어서 변화를 거부하는 것인지를 정확하게 분석해 그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 그러나 변화를 위한 고통이 따르더라도 성공과 행복이 보장된다는 확신이 있을 때 그들도 동참하게 된다. 이 때 절실히 필요한 작업은 새로운 규준(規準)과 비전을 제시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뢰 구축을 위해서는 언행일치의 실천성과 보편타당성이 있는 건전한 가치관의 검증을 받아야만 한다. 그리고 전문성, 능력, 합리적 사고, 민주적 절차, 확고한 비전을 제시해야만 한다. 무엇보다 포용력과 친화력이 있어야만 하며 청렴결백과 희생정신이 투철해야만 신뢰가 쌓이게 된다.

그러나 이런 조건이 갖추어진 지도력이라 해도 환경적 요건이 잘 갖추어져 하나님이 도우시는 지도자라는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 아무리 희생적으로 노력한다고 해도 세계 정세와 자연현상, 내부적 형편이 악화되면 신뢰 구축에 장애가 된다. 신뢰 구축을 위해서 일도 하지 않고 막연하게 때만 기다리자는 주장이 아니다. 신뢰 구축에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가장 성공률 높고 쉬우며 공감대가 형성되는 프로젝트를 시도해서 성공하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모든 구성원들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사업에 적극 동참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 이론을 근거로 우리나라의 당면한 문제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개혁의 주체 세력이 아주 어려운 개혁프로젝트를 한꺼번에 밀어붙이기 때문에 이를 반대하는 모든 저항 세력이 엄청난 다수의 세력으로 결집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와 사회와 교회 등 모든 분야는 개혁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고 있으며 이러한 개혁 방향과 성격에 대해 동의하지 못하는 세력들이 강력하게 저항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개혁 추진 세력들이 자신들의 계획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공동체 구성원들의 관심사를 폭넓게 수렴해서 개혁의 방향과 완급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개혁 의지만 과신,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추진하지 말고 신뢰 구축을 충분히 한 뒤에 가장 심각한 문제부터 한 가지씩 점진적으로 개혁해야만 성공 확률을 높이게 될 것이다. 피차에 밀리면 죽는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신뢰를 쌓아가며 상생상승(相生相乘)의 길을 선택하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