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 산책] 내적 타락과 외부의 공격에 대항하여 기독교 신앙 용감히 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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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산책] 내적 타락과 외부의 공격에 대항하여 기독교 신앙 용감히 변호
  • 이상규 교수(백석대·역사신학)
  • 승인 2023.10.1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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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73) - 기독교 신앙을 변증한 사람들(10)
이상규 박사
이상규 박사

이러한 비난에 대하여 답하면서 유스티누스는, 모세와 선지자의 글을 토대로 기독교를 옹호하고 있다. 이것은 구약을 경전으로 삼고 있는 유대인들에게 호소력을 갖게 하기 위한 의도였을 것이다. 유스티누스는 기독교 신앙이란 창조주 하나님과 그의 아들 구주 예수 그리스도와 예언의 성령(prophetic spirit)께 대한 신앙이며, 선지자들과 사도들을 통하여 계시된 다른 모든 교리들은 앞의 이 교리들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또 이런 신앙을 고수하는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을 배반하지 않았으며, 선지자들과 사도들은 옛 그리스도는 참된 메시야임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기독교인들은 율법을 어기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단지 할례나 의식법 같은 율법은 지킬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점은 성경을 바르게 해석할 경우 밝히 드러난다고 변호했다. 유스티누스는 이런 대화 방식의 글을 통해 유대교적 도전에 대항하여 기독교 신앙을 변호하고 유대인들이 곡해하는 바를 제시하면서 기독교의 우월성을 제시한 것이다.

필립 샤프가 지적하듯이 유스티누스가 쓴 저작들은 당시 교회의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저작으로 간주되고 있다. 기독교회가 소수집단으로서 멸시와 박해를 받으면서도 담대하게 신앙을 지키고 기쁘게 죽음을 맞이하던 당시 상황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그의 글 여러 곳에 산재해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모습들, 정직하고 진실한 삶의 태도, 교회에 대한 열정적인 사랑, 내부의 타락과 외부의 공격에 대항하여 기독교 신앙을 용감하게 변호하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고, 교회의 정규 예배와 성찬에 관한 신뢰할만한 기록을 남겨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립 샤프는 “유스티누스의 문체는 유려하고 활기가 넘치지만 산만하고 집중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유스티누스가 기독교 신앙을 변증하려는 강력한 의무감과 신선한 감동에 치중했을 뿐, 수사학적 완성도나 예술적 효과 같은 점에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의 글에는 자신의 스승이었던 플라톤의 문학적 기교가 묻어난다고 지적한다.

정리하면, 유스티누스의 제1, 2변증서는 철학자가 철학자들을 상대로 말했지만, <대화>에서는 아브라함의 자손의 입장에서, 그리고 구약 성경을 믿는 사람으로서 유대인들의 공격에 대답한 것이다. 즉 하나님을 섬기겠다고 고백한 이들이 어떻게 율법을 어길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면서, 고난과 죽임을 당한 인간 예수를 어떻게 메시야로 믿을 수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하여 설명했다. 이 <대화>에서 구약 인용을 보면 초기 기독교인들이 성경의 예언을 어떻게 해석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또 유스티누스는 구약을 우의적(寓意的), 혹은 유형론적(類型論的)으로 해석하였음을 알 수 있다. 유스티누스의 변증서는 결국 3가지 강조점, 곧 1. 기독교의 정당성을 호소하였고, 2. 기독교인이라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 박해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3. 국가는 불확실한 근거로 기독교인을 처벌할 권리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그의 글은 변증적 동기에서 기술되었지만 창조론, 우주론, 로고스(logos)-기독론 등 기독교 교리를 형성하는데도 크게 기여하였다. 동시에 그의 작품은 2세기의 예배의식, 신약본문, 경전 등을 연구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자료로 간주되고 있다.

유스티누스는 <제1변증서>, <제2변증서>, <유대인 트리포와의 대화> 외에도 <모든 이단을 논박함>(Against All Heresies), <마르키온을 논박함>(Against Marcion)같은 글을 쓴 것으로 보이지만 모두 유실되었다. 에우세비우스에 의하면 유스티누스가 <시편찬송>(Psalter), <영혼에 관하여>(On the Soul)이란 글도 썼다고 말하는데 이 역시 유실되었다.

백석대·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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