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주를 열며] 공정사회, 유니버설한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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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를 열며] 공정사회, 유니버설한 세상
  •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
  • 승인 2023.09.22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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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호 목사.
김한호 목사.

4조각의 케이크와 5명의 사람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5명 모두에게 공정하게 케이크를 나눌 수 있을까요? 과거에는 네 조각을 1/5로 나눠서 먹는 방법을 선택하였는데 이것은 평등이라 말합니다. 그런데 이 방법은 개개인의 상황을 고려하지 못한 것입니다. 지금은 개개인의 상황과 능력에 맞게 나누어 가집니다. 이것이 공정입니다. 요즘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른 단어가 공정입니다. 공정이란 ‘공평하고 올바름’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잘하는 것은 더 잘하도록 돕고 부족한 점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공정이라 말합니다.

성서에 등장하는 포도원 품꾼에 관한 비유 속에 등장하는 주인은 공정에 대해 깊은 교훈을 줍니다. 포도원 주인은 하루에 한 차례가 아니라 다섯 차례에 걸쳐 품꾼을 고용합니다. 새벽에 하루 종일 일할 일꾼들을 불러들여 놓으면 그들과 함께 하루 일을 마치는 것이 보통인데 이 포도원 주인은 세 시간마다 한 번씩 나가서 일자리를 못 구한 일꾼들을 불러들였습니다. 그리고 아침 일찍 온 일꾼이나 저녁 늦게 온 일꾼이나 노동 시간과 상관없이 모두 동일하게 한 데나리온을 일당으로 지급했습니다. 그러자 먼저 온 일꾼들이 불공정하다고 집주인에게 원망과 불만을 가졌습니다. 일당에 대해 ‘상당하게’라는 애매한 표현이 사용되었지만, 헬라어 성경은 ‘공정한 품삯’이라 표현합니다. 주인은 공정하다고 말씀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말씀을 들으면 불공정하다고 느껴집니다.

이 비유는 포도원 주인인 하나님께서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은혜가 모든 사람들에게 공정함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포도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시간에 상관하지 않고 언제든지 포도원 문을 열어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처음 된 자들로 은혜를 받았고 이후에도 하나님의 포도원에서 일하는 일꾼 모두에게 동일한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할 수 있는 은혜를 주시며 또한 정당한 보상을 해 주시는 분임을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자격이 있어서 일을 한 것이 아닙니다. 자격이 있어서 나를 불러 준 것이 아닙니다. 주인의 선택입니다. 허물과 죄 많은 우리를 불러 주신 것입니다.

바울에게 복음을 전해들은 에베소 사람들은 예수를 믿고자 에베소 교회를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먼저 믿는 유대인 크리스천들이 이방인들이 할례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들을 무시합니다. 로마인들과의 차별을 받으며 불평등한 사회에서 살아가는 그들이 에베소 교회를 찾은 또 다른 이방인들에게 불공정을 경험하게 만들었습니다. 사도 바울은 그들에게 ‘생각하라’ 즉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과거에 그들은 허물과 죄로 죽을 수밖에 없었으나 이제는 ‘살리시고 일으키시는’ 하나님을 기억하라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교회 안에 자리하고 있는 이러한 불공정한 제도를 ‘막힌 담’이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 시대에도 막힌 담이 존재합니다. 전 세계의 관심은 평등보다는 공정에 있습니다.

모두에게 평등한 사회보다는 각자의 상황에 맞는 배려와 나눔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부자가 더 부자가 되고 능력이 있는 사람은 더 많은 것들을 가지게 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은 우리를 가로 막고 있는 ‘막힌 담을 허무는 것’입니다. 우리의 공동체 안에서도 지금까지 쌓아놓은 장벽과 불공정한 모습들을 무너뜨림으로서 예수님과 함께 지어져가야 합니다. 성별과 세대를 넘어서 모두가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자유롭게 토론하고, 생각을 나누어야 합니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막힌 담을 허물어 갈 때 하나님이 원하시는 공정한 사회, 유니버설한 아름다운 세상은 이루어지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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