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잔운동은 복음주의 선교운동, 신사도운동과는 관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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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잔운동은 복음주의 선교운동, 신사도운동과는 관계 없어”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9.21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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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로잔위원회 신학위, 지난 15일 기자회견 열고 입장 발표
선교 변질시키는 자유주의 경계, 시작부터 복음 전도 강조

“온전한 복음을 온 교회가 온 세계에 전하자.”

로잔운동은 복음주의 선교운동의 모태다. 1974년 스위스 로잔에서 빌리 그래함과 존 스토트, 랄프 윈터 등 세계적인 기독교 지도자들과 선교 신학자들이 모여 오직 한 분이신 주님을 고백하고 온전한 복음을 온 세계에 전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 아래 사회적 책임도 함께 강조해 온 로잔운동의 전통은 2차, 3차 대회를 거듭하며 더욱 단단하게 자리 잡아 왔다. 1989년 마닐라에서, 2010년 케이프타운에서 계승된 로잔의 정신은 이제 2024년 서울로 이어진다. 내년 9월 송도에서 개최되는 제4차 로잔대회에는 전 세계 222개국에서 5천여 명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모여 세계 복음화의 내일을 논의한다.

이처럼 의미가 깊은 세계 선교의 축제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만도 상징성이 큰데 뜻하지 않은 잡음도 들려온다. 로잔운동이 이단과 연관이 있다는 몇몇 이들의 문제 제기다. 정말 그럴까. 한국로잔위원회 신학위원회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들의 주장을 일축했다. 개최까지 1년을 남겨둔 로잔운동의 역사와 함께 한국로잔위원회의 입장을 들여다봤다.

복음주의 선교 운동의 본산

세계 선교를 위한 각국 기독교 지도자들의 의기투합은 로잔운동이 처음은 아니다. 1910년 세계 기독교 지도자들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로 모였고 ‘에딘버러 선교대회’라는 이름의 세계선교대회를 열었다. 기독교 역사상 최초의 범 지구적 선교 지도자 대회다. 선교 지도자 1,200여 명이 모인 이 대회에선 전 세계에서 펼쳐지고 있는 선교 사역의 동향이 보고되고 선교 상황의 시급성이 강조됐다. 에딘버러 선교대회는 이후 세계교회협의회(WCC)가 탄생하는 기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복음화를 위한 세계 교회의 연합을 기치로 내걸었던 WCC의 정신은 변질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 이른바 ‘사회 선교’를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니 복음전파의 중요성과 순수성이 옅어졌다. 1968년 열린 WCC 웁살라 대회에선 선교를 ‘인간화와 정치적 해방’으로 정의하는 자유주의 신학이 대두됐고, 급기야는 선교사들이 현지에서 철수하라고 권고하는 ‘선교 모라토리움’(moratorium)이 제기되기도 했다.

자유주의 신학에 따른 선교적 위기감 속에 복음주의자들에게는 복음 전파와 선교를 위한 연대의 필요성이 싹텄다. 이에 미국 복음주의 부흥운동의 대표주자이자 세계적인 복음 전도자 빌리 그래함, 영국 복음주의 지성을 대표하는 존 스토트 등이 복음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선교의 우선성, 그리고 사회적 책임을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도전과 복음주의 선교 네트워크에 대한 갈망은 스위스 로잔으로 모여 1974년 로잔운동이 탄생하는 밑거름이 됐다.

대망의 1차 로잔대회는 ‘온 땅이 주님의 음성을 듣게 하라’는 주제로 150개국에서 2,700여 명의 복음주의 지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세계선교를 위한 신학적 기초를 놓은 ‘로잔언약’이 발표됐다. 로잔언약은 그리스도의 유일성과 보편성, 성경의 권위와 능력을 강조하면서 기독교인의 사회적 책임도 놓치지 않은, 현대 교회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문서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복음전도의 필요성과 목적이 무엇인지 규정한 로잔언약은 각기 다른 배경을 지닌 복음주의자들의 연합을 이끌어 냈고 20세기 말 선교 운동에 막대한 영향을 끼쳤다.

이제는 익숙하게 사용되는 ‘미전도 종족’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바로 1차 로잔대회다. 선교 신학자 랄프 윈터가 로잔대회 기조연설에서 미전도 종족 개념을 소개하면서 ‘미전도 종족 선교 시대’를 열었다. 랄프 윈터는 타문화권 선교가 교회의 우선적인 사역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잔대회는 이후 마닐라에서 그 흐름을 이어갔다. 1989년 열린 2차 로잔대회에는 170개국에서 3,000명이 참석해 다양한 선교전략들을 논의했다. ‘온 교회가 온전한 복음을 온 세상에 전하자’는 로잔을 상징하는 슬로건이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다. 루이스 부시의 10/40창이 소개됐고 GCOWE 운동이 시작되는 계기가 됐다.

약 20년 뒤인 2010년 열린 케이프타운에서는 복음주의 지도자들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와 팀 켈러, 오스 기니스와 같이 지금 들어도 익숙한 기독교 지도자들이 전면에 나선 대회다. 선교에 있어서 전제가 되어야 할 HIS 원칙(Humanity 겸손, Integrity 정직, Simplicity 단순성)이 제시됐고 로잔언약과 마닐라선언을 계승하며 발전시킨 ‘케이프타운서약’이 발표됐다. 참가자들의 규모도 198개국 4,200명으로 확대됐다.

내년 한국에서 개최되는 2024 서울 제4차 로잔대회는 ‘교회여 그리스도의 통치를 선포하자’를 주제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다. 1차 로잔대회 이후 50년 만에 열리며 222개국에서 5,000명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선교에 큰 변화를 가져온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달라진 논의 주제들을 25개 이슈 트랙에서 다루게 된다.

“이단·다원주의 주장은 오해”

그렇다면 전 세계 복음주의 교회의 선교 축제인 로잔대회에 이단시비가 붙은 이유는 무엇일까.

논란에 불을 붙인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와 세계기독교이단대책협회는 ‘신사도 운동’의 주창자 피터 와그너가 마닐라에서 열린 제2차 로잔대회에 주 강사로 참석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 한국교회 주요 교단에서 ‘교류 금지’를 결의하고 KWMA에서도 탈퇴란 이름으로 사실상 제명된 인터콥이 로잔언약을 신앙 고백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은 잘못된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로잔위원회 신학위원회의 입장이다. 신학위원장 최형근 교수(서울신대)는 “문서 운동이라고 불릴 만큼 기록을 철저하게 남기는 로잔대회의 지난 서류들을 검토한 결과 피터 와그너는 로잔대회에서 주 강사로 참여한 일이 없었다”면서 “오히려 선교신학자들 사이에서 신사도운동이 문제로 지적된 이후 로잔대회는 이들과 철저히 거리를 뒀다”고 설명했다.

인터콥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인터콥은 홈페이지에 로잔언약뿐 아니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따른다고 명시한다. 그렇다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냐”고 반문하면서 “인터콥이 로잔언약을 받아들인다고 그들의 자유로 표방했을 뿐 로잔운동은 인터콥과 어떠한 관계도 갖고 있지 않다. 로잔운동은 WCC나 WEA와는 달리 본부를 갖춘 조직이 아닌 연합 선교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한상협과 세이협은 로잔운동이 WCC에 편승해 종교 혼합주의와 다원주의로 나아가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신경규 교수(고신대)는 “신근본주의 분리주의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주장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면서 “로잔운동은 처음부터 WCC의 자유주의 신학을 경계해 탄생한 복음주의 선교 운동”이라고 말했다.

복음 전도의 우선성을 상실하고 사회구원을 강조하는 사회윤리 운동을 띠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로잔대회의 모든 문서들은 복음전도의 우선성을 강조하면서도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복음의 총체성을 견지한다”며 “로잔운동은 복음 중심 운동이며 복음 전도와 선교 운동이다. 로잔의 성격과 입장을 깊이 알고 싶다면 로잔언약과 마닐라선언, 케이프타운서약을 탐구하길 권고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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