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독교 산책] 그리스도인과 철학자의 차이는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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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기독교 산책] 그리스도인과 철학자의 차이는 ‘하나님의 계시’에 대한 이해
  • 이상규 교수(백석대 역사신학)
  • 승인 2023.09.2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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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 기독교 신앙을 변증한 사람들(7)
이상규 박사
이상규 박사

앞에서 소개한 유스티누스는 그리스 철학을 공부한 인물로서 그리스도인이 된 후에도 철학을 포기하지 않았고, 철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그는 그리스도인이 되기 이전에도 철학자였지만 그리스도인이 된 후에도 철학자였다. 그는, 기독교의 진리는 기존의 철학을 통해서도 조화롭게 설명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성경의 초자연적인 것 혹은 초월적인 것까지도 이성의 한계 안에서 해명하려는 점은 그의 약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기독교 신앙을 그리스 철학과 일치시키려 했는데, 참된 그리스도인은 참된 철학인이요, 참된 철학인은 참된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기독교야말로 참된 철학(vera philosophia)이라고 본 것이다. 여기서 진일보하여 플라톤이 추구한 지존의 존재(supreme being) 혹은 영원자는 우리가 믿는 하나님과 일치한다고 생각하고 플라톤 역시 그리스도인이라고 보았다.

유수티누스의 입장을 좀 더 설명해 보자. 유스티누스는 기독교와 그리스 철학 사이에는 접촉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당시의 우수한 철학자들은 다른 모든 것들을 존재하게 만든 지존의 존재(supreme beeing)가 있다고 생각했다. 존재하는 다른 모든 것들은 그 지존의 존재로부터 파생된 것이다. 소크라테스나 플라톤도 육체의 죽음 이후에도 생명이 있음을 인정하였다. 플라톤은 현세를 초월하는 실재(reality)가 있음을 알았기에 영원한 실제(eternal reality)와 또 다른 세계를 가정한 것이다. 그 영원한 실재가 영원자인데, 비록 플라톤 같은 이들이 진리를 이해하는 방식이나 태도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았으나 영원한 실재, 곧 영원자가 존재한다는 그 결론 자체는 정확하다고 보았다. 그 영원자를 우리는 하나님이라고 말하는데, 철학자들은 그냥 ‘지존의 존재’라고 말하고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유스티누스는 철학자들에게도 진리의 편린들이 있다고 본 것이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과 비그리스도인 철학자들과의 차이점이란 무엇인가? 유스티누스는 그리스도인들은 ‘계시’(啓示)를 가졌음으로 하나님을 분명히 알 수 있지만, 계시를 갖지 못한 철학자들은 하나님을 분명히 알 수 없고 희미하게만 알 수 있다고 보았을 뿐이다. 이처럼 유스티누스는 기독교를 해명하기 위해 세속 철학을 긍정적으로 수용했으나 모든 변증가들이 다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후에 소개할 타티아누스(Tatian, Tatianus, 110~172)는 정반대였다. 타티아누스에게 있어서 세상의 모든 철학과 사상은 무가치했고, 어떤 진리도 담아내지 못하는 야만적인 것이었다. 기독교만이 유일하고 참되고 순결한 가르침이라고 본 것이다.

그리스 철학 용어나 사상이 기독교 신앙을 해명하는 지적 도구가 된 것은 사실이다. 이를테면, 에센스, 본질, 혹은 존재를 의미하는 우시아(οὐσία, ousia)와 실제나 개체를 의미하는 휘포스타시스(ὑπόστασις, hypóstasis) 같은 단어들이다. 이런 단어들이 없었다면 기독론이나 삼위일체 교리를 적절하게 설명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니케야 신조나 칼케돈 신경과 같은 신앙고백문서의 작성도 어려웠을 것이다.

유스티누스가 그리스 철학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성경의 가르침을 이성의 한계 안에서 해명하려 한 점은 약점으로 지적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핍박받는 그리스도인들을 변호하고 기독교 신앙을 옹호했다. 그는 억울한 핍박에 대해 변호하고자 했다. 순교를 면하게 하는 것이 일차적 목표가 아니라 억울하게 죽임을 당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기독교의 진리를  전파하고 죽임을 당하는 것은 값진 일이지만 기독교가 미신으로 오인되어 미신을 위해 죽임을 당하는 것은 억울한 죽음이 되기 때문이다.

백석대·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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