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기독교 역사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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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의 샘물] 기독교 역사 탐방
  • 김기창 장로
  • 승인 2023.08.3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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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김기창 장로 / 천안 백석대학교회 원로장로, 전 백석대학교 교수

지난 7월, 우리 교회의 연중행사인 ‘기독교 역사 탐방’이 있었다. 이미 오래 전에 계획된 행사라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도 27명의 교우가 길을 나섰다. 인솔자 전 장로님이 오늘의 일정을 설명해 주셨다. 천안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성격이 좀 다른 세 박물관(기념관)이 서로 가까이 있어서 하루에 다 둘러보기에 아주 좋다는 말씀도 하셨다.

먼저, 여주에 있는 성서역사박물관을 찾았다. 한국 최초의 성서 고고학 박물관이란다. 숲이 우거진 산과 평화로운 계곡이 어우러진 넓은 대지 위에 자리 잡은 이 박물관은 영상관, 테마 전시관, 유물 전시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안내자 허 목사님(여)은 70세가 넘으셨는데도 두 시간 가까이 막힘없이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구약에 나오는 인물, 사건, 배경이 그렇게 복잡한데도 어찌 그렇게 설명을 잘 하실까? 그 해박한 지식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귀 기울여 들으면서 우리가 마치 성지 순례를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터키에 있는 초대교회를 설명하실 때는, 10년 전 그곳의 객원교수로 가 있을 때 제자들과 함께 물어물어 7교회를 둘러본 추억이 반추되어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예수님의 십자가를 대신 지고 간 구레네 시몬, 그의 고향(아프리카 북부 해안 도시)에서 1,800여 Km 떨어진 예루살렘에 와서 그 일을 해냈다는 이야기가 사실인가 싶기도 했다.

점심 식사는 이천 쌀밥으로 유명한 식당에서 했다. 가 보니 식당 안에는 벌써 손님들이 가득했다. 음식점의 성공 요소가 ‘맛’과 ‘친절’인데 이 집은 이를 충분히 갖추고 있었다.

식사를 맛있게 한 후, 이천에 있는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을 찾아 갔다. 이곳은 초대교회 교인들과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통하여 오늘을 살아가는 교회와 성도들에게 삶의 지표와 빛 된 길을 보여주고 있다.

1955년에 설립된 이 박물관은 ‘한국 기독교 문화 창달’이라는 목적을 갖고 설립된 출판사인 기독교문사에 뿌리를 두고 있다. 운영자 한영제 장로님이 그동안 다양한 기독교 양서들을 출판해오는 과정에서 수집된 한국 교회의 신앙·역사·문화와 관련된 10만여 점의 귀중 자료들을 전시하게 된 것이다. 한 분의 헌신과 노력으로 이런 큰일을 이루다니!

전시품 중 이수정 번역 ‘마태전’(1884), 길선주 목사의 친필 병풍, ‘묵시도’(1910년대), ‘호조’(1903년 당시 여권) 등이 눈에 띄었다. 또, 어떤 장로님이 82세 때부터 한국어, 일본어, 한자어로 성경을 필사한 작품도 많은 이의 눈길을 끌었다. 인쇄체로는 가히 느낄 수 없는 아름다운 예술품이었다. ‘나도 한번 도전해 볼까?’

참 놀랄 만한 일 또 하나. 제임스 게일 선교사는 <Korean Folk Tales>(1913)라는 번역서를 비롯하여 <춘향전>, <홍길동전>, <구운몽>(1922) 등을 영역하여 한국 문학을 외국에 소개하고, 최초로 1897년 한영사전과 신구약 번역본 완성 등 조선 땅의 한글 대중화에 엄청난 업적을 이룩하였다.

박물관 부지 내에, 평양 대부흥운동 100주년(2007)을 맞아 1907년 평양대부흥운동의 진원지이면서 북한의 3·1운동이 발화한 곳인 ‘평양 장대현교회’를 ⅕로 축소, 복원해 놓았다. 이는 관람객들에게 초대교회 신앙의 회복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우리는 ‘ㄱ자형’ 예배 공간에서 그 당시의 예배 분위기를 맛보며, 최 목사님의 낭송시를 듣고나서 각자 기도의 시간을 가졌다.

끝으로, 용인에 있는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을 찾았다. 이곳은 하나님의 말씀과 교회를 지키기 위해 생명을 드린 순교자들의 신앙을 기리고, 한국 기독교 200주년의 비전을 정립하기 위해 1989년 한국기독교 100주년 기념재단에 의해 개관되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기에 순교하신 분들이 많았다. 안내자 장로님의 설명을 들으며 1, 2 전시실을 둘러보았다.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라는 순교자의 말씀과 영상전시실에서 임자진리교회 이판일 장로님의 순교 정황 다큐멘터리를 보며 진한 감동을 받았다.

묵상, 사색, 성찰하는 공간인 마르튀스 채플실에 올라가 두 손을 모았다. 찬송가 85장 ‘구주를 생각만 해도’가 은은하게 들린다. 지금까지 나태했던, 세상적이었던, 이기주의적이었던 내 신앙을 반성하고 신앙의 궤도 수정을 바로 하자고, 또 순교자들의 후손들을 하나님께서 특별히 사랑해 주십사 하고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했다.

탐방을 마치고 교회에 돌아오니, 오후 6시. 오랜만에 해님이 슬며시 나와 우리를 반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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