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상태바
“세상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습니다!”
  • 이의용 교수
  • 승인 2023.08.31 11: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의용의 감사행전 (53)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이의용 / 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안타까운 이야기 한 편. 한 청년이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했다. 어느날 퇴근 길에 폐지 줍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났다. 고향의 할머니 생각도 나고, 측은한 마음도 들어 인사를 하면서 지갑을 열어 1만원 권 한 장을 손에 쥐어 드렸다. 그날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일부였다. 그 다음날 퇴근길에도 그는 같은 장소에서 할머니를 만났고, 어제 그랬던 대로 또 1만원 권을 드렸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 퇴근을 하다 같은 장소에서 그 할머니를 또 만났다. 할머니는 그를 반갑게 맞으며 “왜 주말에는 안 왔느냐”고 따지듯이 물었다. 매일 그의 퇴근길목을 지키며 기다렸던 모양이다. 그는 할머니 손에 1만원권 한 장을 꼭 쥐어드린 후, 다음날부터 마을 뒷길로 돌아서 퇴근했다는….

호떡 장수 이야기 한 편. 어느 추운 겨울 저녁, 한 신사가 퇴근 길에 아파트 옆 길가에서 허름한 호떡집이 생긴 걸 발견했다. 포장마차 안에서는 젊은 여인이 아이를 업고 호떡을 굽고 있었다. 안 됐다는 생각에 호떡 천원어치를 샀다. 그 다음날에도, 그 다음날에도….  집에 호떡이 쌓여 그 다음날부터는 날마다 천원만 놓고 왔다. 그러던 어느날 천원 한 장을 돈통에 넣어주고 돌아서려는데, 호떡을 파는 젊은 여인이 작은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저, 손님…! 실은 그 사이에 호떡값이 1천5백원으로 올랐는데요….” 

배려가 계속되면 그걸 받고 누리는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받고 있는 것, 누리고 있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게 된다. 나아가 ‘권리’로 여기기 쉽다. 가난한 폐지 줍는 할머니와 호떡 파는 여인을 돕는 데에도 더 깊은 지혜와 배려가 필요한 것 같다. 

감사를 막는 벽이 참 많다. 그 중 하나가 채권자 의식이다. 채권자 의식이란 “나는 당연히 받아야 한다!”, “나는 받을 게 있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다. 그러니 감사의 기준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채워지지 못할 때 분노하고 불평하게 된다. 분노하면 자신이나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 어린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들은 그런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된다. 아이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채권자 노릇을 한다. 무엇이든 자기 손에, 입에 넣고 싶어한다. 그래서 어떤 부모는 아이가 먹을 것을 양손에 들지 않도록 한다. 성숙하지 못한 어른들도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지금 내가 소유하고 누리고 있는 것이 누군가가 양보했거나 베푼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모든 것 양손에 움켜쥐려 한다.  

감사를 잃었을 때 나타나는 현상
그러다 채무자 의식이 조금씩 자라기 시작한다. “내가 누리고 있는 건 당연한 게 아니라, 누군가 내게 베풀어 준 것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걸 베풀어준 이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나누려 한다. 어른이 된 것이다. 

하나님께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신앙이 어릴 때에는 채무자 의식으로 뭔가 ‘달라’는 기도를 많이 한다. 그것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할 때 불평하고 분노하게 된다. 그러나 신앙이 성장하면서 채권자 의식은 채무자 의식으로 조금씩 바뀌게 된다. 불평과 불만이 감사로 바뀐다. 소위 ‘기복신앙’은 우리를 채권자 의식에 계속 머물게 하기 쉽다. 

우리 사회에 무서운 범죄 사건이 잦아지고 있다. 거리에 장갑차와 기관총을 든 경찰이 등장했지만 달라지는 게 없다. 우리의 가정과 학교 교육이 채권자 의식(욕심)만 키워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불평과 불만, 상대적 박탈감이 더 커져 자신과 남을 해하는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는 것이다.

손경민의 ‘은혜’는 곡도 아름답지만 가사는 더 훌륭하다. 누구에게나 베풀어주시는 하나님의 일반 은혜(common grace)와, 나에게만 베풀어주시는 하나님의 특별 은혜(special grace)를 잘 설명해주고 있다.

우리는 나를 하나님의 섭리와 선택으로 구원해주신 하나님의 특별 은혜에 채무자 의식을 갖고 당연히 감사해야 한다. 아울러 햇볕과 비를 내리시고 양식을 주시는 하나님의 일반 은혜에 당연히 감사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우리는 우리가 누려왔던 하나님의 일반 은총을 삶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기후 위기가 극심해지면서 그걸 또 실감하게 된다. 

“내 삶에 당연한 건 하나도 없었소. 모든 것이 은혜였소”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것이 바로 감사다. 이제 그 은혜를 혼자 누리지 말고 이웃과 나눠야 한다. ‘채권자’에서 ‘채무자’로, ‘받는 사람(taker)’에서 ‘주는 사람(giver)’으로 성숙해야 한다!

(사)아름다운 동행 감사학교 교장, 전 국민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