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교총-한기총’ 통합추진 “교단 허락부터”
상태바
‘한교총-한기총’ 통합추진 “교단 허락부터”
  • 이현주 기자
  • 승인 2023.08.23 13: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기총, 오는 9월 7일 통합 위한 임시총회 예정
한교총, 상임회장회의서 회원 교단들 반발 거세
이단 문제-법인 통합-교단 결의 등 ‘산 넘어 산’

기독교 연합기관의 통합이 가시화됐다는 여론몰이에도 불구하고 교단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오랜 내부 혼란으로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정서영 목사)가 지난 16일 임원회를 열고 “한국교회총연합과 통합을 가결하고 9월 7일로 임시총회 날짜를 확정했다”고 밝힌 것과 달리 한교총(대표회장:이영훈 목사)은 지난 18일 상임회장회의를 열어 기관통합 추진에 대해 보고했으나 “한기총 내 이단문제의 우선적인 해결과 교단 추인을 받는 것을 전제로 통합추진만 지속할 것”을 허락했다. 당초 양측 대표회장이 9월 임시총회 후 통합총회까지 연내에 마치는 것을 논의한 것과 다른 결론이다.

한교총 상임회장회의가 지난 18일 개최되어 한기총과 통합 안건을 다뤘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한교총 상임회장회의가 지난 18일 개최되어 한기총과 통합 안건을 다뤘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지난 18일 열린 한교총 상임회장 회의에서는 통합이 가시화될 것 같은 위기감을 느낀 교단들이 강한 반대 의견을 쏟아냈다. 통합추진위원회는 △통합된 기관의 명칭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로 하고 기관의 운영은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방식으로 한다 △양 기관은 각각 임시총회를 개최하여 다음 사항을 결의한다. 한기총은 1의안-본회는 양 기관의 통합을 위하여 명칭을 제외한 모든 사항은 한교총 정관으로 변경한다. 2의안-본회는 한교총과 함께 ‘통합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고, 그 총회의 결의대로 본회를 운영한다. 한교총은 1의안-본회는 한기총과 통합하며, 본회의 법인은 통합된 기관의 사업을 수행하는 법인으로 정관을 변경하여 운영한다.

2의안-본회는 한기총과 함게 ‘통합을 위한 총회’를 개최하고, 그 총회의 결의대로 본회를 운영한다 △부속사항으로, 이단성 관련 사항 처리는 공 교단의 기존 결의대로 하여 회원권을 부여하지 않으며, 통합된 기관 운영에 따른 쟁점 처리는 ‘후속처리위원회’를 두어 한다. 본 합의는 양 기관의 결의 이후 발표한다는 지난 7월 2차 회의 내용을 보고했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연합기관이 각각 다른 대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더라. 내용이 가시화됐으니 오늘 가결해서 임시총회를 열고 법인 통합 후 완전 통합을 하자. 역사성이 있으니 이름은 한기총으로 하되 금권선거 등 문제가 있으니 한교총의 정관을 쓰도록 하겠다”고 안건을 내놓았다. 
임시총회와 통합총회 개최의 건에 가장 먼저 반대한 교단은 예장 통합이다. 이순창 총회장은 “명백히 어떤 이단이 어떻게 정리됐는지 명시해달라. 급하게 할 것 없다. 우리 교단은 총회에 보고 후에 진행해야 한다. 9월 이후로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권오헌 고신 총회장이 이순창 통합 총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권 총회장은 “통합 명분에 누가 반대하나. 하지만 한기총을 탈퇴할 때 우리 총회는 4년의 진통을 겪었다. 올해 총회에서 보고한다고 해도 결론나지 않는다. 보고하면 이단문제 조사 후에 합의해야 한다. 만나자마자 바로 결혼할 수 없다. 다만 뒤로 물러나지는 말자는 원칙으로 교류와 교제를 이어자는 것은 찬성한다”고 말했다. 권 총회장은 한교총은 공교단 중심, 한기총에는 단체도 포함된 회원 구성의 차이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언급했다.

이에 대해 이영훈 대표회장은 “나는 한기총과 한교연 연합을 위해 10번 넘게 모임을 가졌지만 깨진 상태다. 그래서 한교총을 만들었다. 한교총 정관이 교단 중심이니까 우리 정관대로 가면 된다”며 회원권 문제는 한교총 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됨을 강조했다.

그는 “서두른다는 것은 개인의 생각이다. 실제 오랜 논의를 거쳤고 첫눈에 결혼한 사람도 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이라면 따르면 될 일”이라며 교단장들이 마음껏 의견을 개진하도록 발언의 기회를 줬다.

하지만 반대는 또 나왔다. 김만형 합신 총회장은 “한교총 태동까지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이 한기총이다. 사과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한교총이 생기고 회원들을 배려하는 것이 좋았다. 그런데 불쑥 통합얘기가 나오니 당황스럽다. 연합은 모두가 기뻐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누가 기뻐하겠냐?”고 반문했다.

반대가 심해지자 이철 감리교 감독회장이 지원에 나섰다. 이 감독회장은 “통합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고 통추위는 통합의 문을 열어준 거다. 앞으로는 디테일한 타협이 있어야 한다. 교단 총회 전에 양측이 세밀히 논의해서 교단에 이상이 없다고 보고하면 12월에는 통합이 가능하다.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다음세대를 위해 양 기관의 통합은 꼭 해야 한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감리교와 침례교의 통합 지원 사격에 고신은 “탈퇴”의 강수도 언급했다. 권오헌 총회장은 “한국교회의 95%가 한교총에 있다. 95%는 통합을 이뤘다는 뜻이다. 역사의 이름을 찾는 것은 귀한 일이다. 하지만 기독교 간판 달았다고 다 기독교가 아니다. 다 받아도 이단을 거르면 어차피 100% 안 된다. 급히 추진하다가 고신을 잃는다면 5% 잃은 건 마찬가지”라고 강하게 맞섰다.

장종현 백석 총회장은 “한기총에 5%만 남아있다고 해도 그 이름이 가진 인식이 안 바뀌더라”며 “이단 척결이 깔끔히 돼야 통합할 수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이단의 기준은 모호하다. 우리가 가슴으로 안지 않으면 어렵다. 후배들을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연합하면 좋겠다”며 이철 감독회장 발언을 지지했다. 

하지만 강한 반대 속에서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이단 문제 해결과 교단 추인 문제를 수용한다. 이 두 가지를 원칙으로 통합을 추진하되 통합 원칙은 재확인 한 것으로 하겠다”는 말로 회의를 마쳤다.

결국 한교총 상임회장회의에서는 한기총이 기대하는 9월 임시총회 결의는 얻어내지 못했다. 통합추진위원장 소강석 목사는 2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에 아쉬움을 표했으나 이영훈 대표회장은 “여전히 희망적”이라는 입장을 정리했다.

한기총 내부 관계자는 “우리는 할 만큼 했다. 한교총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라며 “한교총 정관을 검토하고 필요시 조정된 정관을 실행위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오는 9월 7일 임시총회를 열고 통합결의를 한 후에 한교총의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교총 회원교단들이 우려하는 이단 문제에 대해 한기총은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입장이다. 지난 7월 김노아 씨에 대해 이단으로 규정하고 회원 제명을 결정했고 그 외의 이단도 이미 탈퇴 혹은 제명처리됐다는 것. 하지만 한교총 회원 교단 중에서는 B목사와 J목사, I선교단체 등 교단과 갈등이 있거나 혹은 주의 및 교류금지 결정된 이단이 여전히 한기총에 잔류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기총 내부에서도 한교총이 지목하는 회원들에 대해 더 이상의 조치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귀뜸했다.

이영훈 대표회장은 통합 후 한교총의 정관을 사용한다고 했지만 이 역시 “법인 대 법인”의 통합 상황에서 한쪽의 해산 없이 정관을 임의로 합치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교총의 정관을 따를 경우 한기총에 속한 수많은 ‘단체’들은 회원권을 상실하게 된다. 이에 대한 법적 반발도 예상된다.


한편, 이처럼 기관 통합에 대한 양 단체의 온도 차가 확연한 가운데 한기총은 기독교계 대표로 종교지도자협의회 회원권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종교지도자협의회 차기 회장 순번이 ‘기독교’로 예정되어 있으며 차기 총회는 내년 4월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