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말보다 행동으로
상태바
[은혜의 샘물] 말보다 행동으로
  • 최운식 장로
  • 승인 2023.08.23 13: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운식 장로
최운식 장로/서울장위감리교회 원로장로,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

얼마 전에 큰 회사의 대리로 근무하는 조카와 조용히 앉아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함께 이야기하는 중에 ‘기독교인의 행동’이 화제에 올랐다. 그는 다소 역정 섞인 말투로, 직장에서 예수 잘 믿는다고 떠들며 설치는 사원들 때문에 창피하고 화가 나서 교회를 못 다니겠다고 하였다. 장로의 아들로, 얼마 전에 교회 집사가 되어 바른 신앙생활을 하려고 애쓰는 그가 이러한 말을 하는 것이 의아스러워 그 이유를 물어 보았다.

그는 몇 사람의 실례를 들면서 이야기하였다. 예수를 믿는다고 떠들며 설치는 사람들이 교회에 나가지 않는 사람보다 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행동을 하여 사람들의 빈축을 사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라고 내세웠으면, 그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그렇지 못할 바에는 예수 믿는 사람이라고 떠들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사람들은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그들의 말과 행동에 혐오감을 느끼고, 예수 믿는 사람은 다 저렇다고 비아냥거린다고 한다. 그런데도 장본인들은 그런 사실을 모르는지, 예수를 믿고 자기 교회에 나오라고 전도를 한단다.

우리 둘레에는 이웃을 사랑하며 남모르게 봉사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 그런가 하면, 기독교인임을 내세워 성경의 가르침대로 살려는 선량한 기독교인들을 속이거나 바가지를 씌워 자기의 이익을 챙기는 사람도 있다. 이런 사람들도 틈만 나면,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도하고, 예수를 믿도록 권면하는 말을 한다. 이러한 사람의 전도가 효과가 있을까? 열심히 전도하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예수 이름을 더럽히거나 욕되게 하여 전도를 방해하고 있지 않은가?’ 하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이다.

내가 아는 교수 한 분이 들려준 이야기는 전도와 관련하여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그는 교회에 좀 다니다가 미국 유학을 갔고, 거기서 열심히 교회에 다녔다고 한다. 그가 박사학위를 받고 귀국한 지 얼마 안 되어 부인과 함께 교회에 갔을 때의 일이라고 한다. 교회 마당에 주차 공간이 있기에 후진하여 주차할 요량으로 차를 앞으로 뺐는데, 그 사품에 점잖게 차린 한 중년 남자가 잽싸게 차의 머리를 앞으로 하여 그 자리에 차를 댔다. 그는 화가 나기도 하고, 기가 막혀 멍하니 서 있다가 다른 자리에 차를 대고, 그 사람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사람은 미안하다는 표정 하나 없이 차의 문을 잠그고, 바로 그 교회로 들어갔다. 그는 ‘저렇게 뻔뻔한 사람과 한 자리에 앉아 예배드릴 수 없다’는 생각에 부인만 예배에 참석하게 하고, 그대로 돌아왔다. 그 뒤로 그는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는 신앙은 사람을 보고 믿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한 사람의 그릇된 행동을 구실로 교회에 나가지 않는 것은 잘한 일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교회의 임원일지도 모르는 그 중년 남자는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행동을 하여 전도는 커녕 제 발로 찾아온 교인을 문전에서 쫓아버리고 말았다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말로 전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행으로 전도를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전도는 말보다 행동으로 해야 한다는 말을 하다 보니, 전에 근무하던 대학에서 가르친 M군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시 공무원 채용시험에 합격하여 동사무소에 근무하면서 대학입시 공부를 하여 30세가 다 되어 야간대학에 입학하였다. 그는 2학년 때부터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만 하였으므로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그러나 남을 돕는 일에는 앞장서곤 하였다.

학우들은 착하고 부지런하며 겸손한 그를 좋아하였다. 그래서 나이가 제일 많은 그를 과대표로 선임하였다. 그 때는 학교가 재단 문제로 교수와 학생들 모두 의견이 엇갈려 어려움이 많았다. 그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학우들에게 충고하고 설득하여 화합을 이루면서 무리 없이 과를 이끌었다. 그는 몇 학기에 걸쳐 과대표를 하면서 과의 일에 솔선수범하고, 봉사의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았다. 그래서 첨예하게 대립되던 재단 문제에 그와 의견을 달리하는 학우들도 그를 욕하거나 탓하지 않았다. 그의 말에 귀를 기울임은 물론, 인간적으로 그를 좋아하기도 하였다.

그와 친하게 지내던 한 학생이 나에게 이런 말을 하였다. “그동안 예수 믿는다고 하는 사람 치고 좋은 사람 못 봤습니다. 그런데 그는 좀 다릅니다. 예수 믿는 사람이 모두 그와 같다면 저도 교회에 다니겠습니다.” 나는 이 말을 들으며 기독교인은 말로 전도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전도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느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