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명심할 것은 “하나님을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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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복잡한 세상 속에서 명심할 것은 “하나님을 아는 것”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8.23 11: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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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97) - “내가 주 여호와인 줄을 너희가 알리라” (겔 23:49)

 에스겔 23장은 공예배에서 읽고 설교하기 민망할 정도로 직설적인 성적 묘사를 통해 남편을 버리고 음란한 짓을 벌인 두 자매가 바로 이스라엘과 유다라는 ‘불편한 진실’을 전해주는 강력한 말씀입니다. 한 어머니에게서 난 자매 오홀라와 오홀리바는 각각 사마리아와 예루살렘을 가리키니(1~5절), 이 말씀은 예루살렘 성전을 보유한 남왕국 유다만이 아니라 북왕국을 포함하는 이스라엘 전체를 향한 예언의 말씀입니다. 북왕국이 멸망한 지 130년이 지났지만, 에스겔의 시대에도 하나님의 마음은 여전히 ‘온 이스라엘’을 품고 계심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들려주시는 ‘두 자매 이야기’는 천사 같은 두 소녀의 모습과 함께 시작하지 않습니다.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타락한 존재였습니다. “그들이 애굽에서 행음하되 어렸을 적에 행음하여 그들의 유방이 눌리며 그 처녀의 가슴이 어루만져졌나니”(3절)

정치적 억압에 신음했지만 신앙의 힘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마침내 해방과 건국을 이룬 신앙의 민족… 그런 이스라엘은 여기에 없습니다. 에스겔의 꾸짖음 앞에 선 이스라엘은 정치적으로만 아니라 종교적으로도 이집트의 노예였고 뼛속까지 노예근성에 젖어있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가망 없는 그들에게 무제한의 사랑을 부어주셨지만, 슬프게도 자매는 남편 되신 하나님의 헌신적인 사랑을 걷어차고 맙니다.

“오홀라가 내게 속하였을 때에 행음하여 그가 연애하는 자 곧 그의 이웃 앗수르 사람을 사모하였나니”(5절) 유부녀 이스라엘이 눈을 둔 이웃 남자는 ‘잘생긴 고관, 준수한 청년, 말타는 기병’입니다(6~7절). 앗수르의 부와 문물은 물론 그들의 우상종교에도 열광했던 이스라엘의 치부를 여지없이 폭로하는 말씀입니다. 그것이 다가 아닙니다. 처음이 어렵지 한 번 해본 짓은 습관이 되는 법, 오홀라는 앗수르와 정을 통하고도 또다시 애굽 남자들에게 눈을 돌립니다. 질펀한 애정행각이 이어지고 음행은 그치지 못하는 습관이 되어버립니다. 이 길의 끝이 좋을 리가 없습니다. 애굽 남자들와의 관계를 눈치챈 앗수르 남자들이 그녀를 잡아 벌거벗기고 아이를 빼앗은 뒤 죽여버립니다(10절). 동생인 오홀리바가 한 일은 언니가 한 것과 똑같습니다. 통정 상대가 앗수르 대신 그 뒤를 이은 신바벨론 제국으로 바뀌었고(15절), 음란함의 묘사가 강해졌으며(20절), 이중플레이를 들켜 당한 보복이 더 끔찍하다는 것이(25절) 차이입니다. 언니가 저지르고 당한 일을 알면서도 똑같이 행동했으니 처벌이 더 큰 것도 당연하겠지요. 오홀리바가 북왕국 이스라엘의 멸망을 지켜보고도 우상숭배에 빠진 남왕국 유다를 가리킨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홀라-오홀리바 자매의 이야기는 북왕국 이스라엘과 남왕국 유다가 역사 속에서 택한 정치적 행보가 가져온, 성적 측면을 포함한 영적 타락상을 정확히 그려주고 있습니다. 앗수르와 바벨론에게 충성을 맹세하면서 뒤로는 이집트와의 밀약을 맺은 왕과 지도자들은 ‘전략적 모호성’을 챙기는 스마트한 외교를 했다고 생각했겠지만, 하나님께서는 언약 백성의 앞날은 오직 하나님께서 책임지실 테니 그들은 하나님 백성답게 진실과 공도를 좇으라고 요구하셨습니다.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여라”(레 11:45; 벧전 1:16)라는 말씀대로 이스라엘의 정치적 행동조차 ‘진심이기를’ 바라셨던 하나님께서 앗수르와 바벨론의 종교에 ‘진심이었던’ 이스라엘이 깨닫기 원하신 것은, 에스겔이 여러 번 반복한 단순한 문장에 온전히 담겨있습니다. “내가 주 여호와인 줄을 너희가 알리라”(49절) 우리도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 시대와 환경이 아무리 복잡하고 어지러워 보여도, 여호와 그가 하나님이신 줄 참으로 알면 다른 모든 것이 제 자리를 찾을 것입니다.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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