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지도자도, 백성도 모두 죄악에 빠지자 하나님 진노 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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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지도자도, 백성도 모두 죄악에 빠지자 하나님 진노 임해
  • 유선명 교수
  • 승인 2023.08.14 2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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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96) - “인자야 이스라엘 족속이 내게 찌꺼기가 되었나니” (겔 22:18)

“상한 사과 몇 개 있다고 상자 전체가 상했다고 볼 수는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수의 비행 경찰관 때문에 경찰 전체를 비난할 필요는 없다”는 말처럼 개인적 일탈을 근거로 조직 전체를 비난하지 말자는 취지로 인용되곤 하는데, 사실 그 ‘속담’은 “상한 사과 하나를 내버려 두면 상자 전체가 상한다”라는 오래된 속담을 뒤집은 반어법이라고 합니다. ‘상한 과일 몇 개’의 파급력은 개인의 죄가 공동체에 끼치는 해악을 잘 표현해 줍니다.

언약 백성 이스라엘이라는 신앙 공동체는 개인들의 일탈행위와 죄에 매우 취약했는데, 특별히 왕과 제사장처럼 백성을 이끌어야 할 지도자들의 죄는 나라의 운명과 직결되는 문제였습니다. 므낫세 같은 악한 왕의 범죄가 온 나라에 재앙을 불러온 것은 물론(왕하 21:11~12),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자’라 불렸던 다윗조차도 자신의 죄로 인해 온 이스라엘에 질병과 재난이 임하는 것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다윗이 사적 야망을 위해 징집을 염두에 둔 인구조사를 명하자 진노하신 하나님이 백성을 전염병으로 치셨던 것입니다. 다윗의 절규는 자신의 죄의 무게를 바로 이해한 사람의 자세를 잘 보여줍니다. “하나님께 아뢰되 명령하여 백성을 계수하게 한 자가 내가 아니니이까 범죄하고 악을 행한 자는 곧 나이니이다 이 양 떼는 무엇을 행하였나이까 청하건대 나의 하나님 여호와여 주의 손으로 나와 내 아버지의 집을 치시고 주의 백성에게 재앙을 내리지 마옵소서 하니라.(대상 21:17)”

이러한 전통에 비추어볼 때 에스겔 22장에 기록된 이스라엘의 ‘유죄 판결문’은 파격적입니다. 왕과 귀족, 종교권력자만이 아니라 백성 전체가 중범죄자라는 선고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주 여호와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셨느니라 너희가 다 찌꺼기가 되었은즉 내가 너희를 예루살렘 가운데로 모으고 사람이 은이나 놋이나 쇠나 납이나 주석이나 모아서 풀무 불 속에 넣고 불을 불어 녹이는 것 같이 내가 노여움과 분으로 너희를 모아 거기에 두고 녹이리라.(겔 22:20)”

귀금속을 제련할 때 불순물(찌꺼기)을 제거하는 과정에 빗댄 말씀인데, 이스라엘의 죄가 얼마나 깊고 넓었던지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에게 불순물이 섞였다 하지 않으시고 이스라엘이 곧 찌꺼기가 되었다고 말씀하십니다. 찌꺼기가 낀 것이 아니라 찌꺼기가 된 이스라엘! 그들의 죄는 그만치 넓고 깊었습니다. 선지자들은 백성의 재산과 목숨(영혼)을 삼키는 맹수요(25절), 제사장들은 율법을 어겨 하나님께서 ‘더럽힘을 받게’ 했으며(26절), 관료들은 백성을 물어뜯는 이리떼였습니다(27절). 슬프게도 죄악은 지도자들만의 것이 아니었습니다. 온 백성이 약자를 학대하고 착취하는 포악한 사람들이 되어 회복 불능의 상태가 되었기에 마침내 하나님의 진노가 임했던 것입니다.

이같은 ‘총체적 난국’ 선언은 얼핏 가혹하게 들리지만, 한편으로는 하나님 백성 개개인의 윤리적, 신앙적 책임 의식을 높이는 당부이기도 했습니다. 왕들과 제사장들, ‘힘 있는 자들’이 죄를 지어 우리가 이 지경이 되었다고 한탄하는 대신, 내가 어찌해야 우리 민족의 장래가 열릴 것인지 고민하고 기도하는 그 한 사람이 되라는 말씀입니다. “이 땅을 위하여 성을 쌓으며 성 무너진 데를 막아 서서 나로 하여금 멸하지 못하게 할 사람을 내가 그 가운데에서 찾다가 찾지 못하였으므로 내가 내 분노를 그들 위에 쏟으며 내 진노의 불로 멸하여 그들 행위대로 그들 머리에 보응하였느니라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30~31절)” 이것이 하나님의 속마음입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나님은 무너진 성을 막아서는 한 사람, 하나님의 진노를 거두어야 할 이유가 될 그 한 사람을 찾고 계십니다.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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