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서 해설] 상황과 조건에 타협해 우상 섬기는 것, 하나님에 대한 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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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서 해설] 상황과 조건에 타협해 우상 섬기는 것, 하나님에 대한 배반
  • 유선명 교수( 백석대 교수·구약신학)
  • 승인 2023.08.09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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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명 교수의 예언서 해설 (95) - “나 여호와가 내 칼을 칼집에서 빼낸 줄을 알지라” (겔 21:5)

에스겔은 비유의 대가였습니다. 백성들과 나라를 책임질 생각도 없으면서 입만 나불대는 거짓 예언자들은 황무지에 있는 여우요(13:4), 부실하게 쌓고 겉만 번듯하게 회칠한 담입니다(13:16). 스스로 잘났다 교만한 이스라엘은 목재도 못되고 땔감으로나 쓸 포도나무이며(15:6), 유기되어 생명이 위태롭던 영아를 건져주고 길러서 신부로 삼았더니 외간 남자와 바람을 피운 여인입니다(16:22). 이스라엘의 영적 타락을 꾸짖는 이 ‘남편을 배신한 여인 비유는, 그들은 여간 몸 파는 여인과 달리 돈을 받기는커녕 돈을 주면서 외도를 했다는 비난에서 절정에 달합니다(16:34).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이 이방인과의 관계에서 보여준 배신행위도 꾸짖으십니다. 바로 그들이 바벨론과의 조약을 어긴 일입니다. 근동의 새로운 패권국 바벨론과 맞설 수 없던 유다 왕국은 전면전과 살육을 면하는 대신 그들에게 조공을 바치는 속국의 지위를 받아들이기로 조약을 맺었습니다. 예레미야와 에스겔을 비롯한 참 예언자들은 이처럼 바벨론에게 복속되는 것을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유다는 바벨론을 치려는 이집트와 따로 밀약을 맺고 기회만을 엿보다가 바벨론의 노여움을 사 처절한 보복을 당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가리켜서도 특별한 비유가 사용됩니다.

“큰 독수리가 레바논 백향목의 순을 따 기름진 땅에 심어 포도나무가 자라났는데, 이 포도나무가 결실할 무렵이 되자 엉뚱한 다른 독수리에게 구애를 하며 물을 구해달라 하는구나.” 그 비유의 진의는 분명합니다. “너희가 이 비유를 깨닫지 못하겠느냐 하고 그들에게 말하기를 바벨론 왕이 예루살렘에 이르러 왕과 고관을 사로잡아 바벨론 자기에게로 끌어가고 그 왕족 중에서 하나를 택하여 언약을 세우고 그에게 맹세하게 하고 또 그 땅의 능한 자들을 옮겨 갔나니 이는 나라를 낮추어 스스로 서지 못하고 그 언약을 지켜야 능히 서게 하려 하였음이거늘 그가 사절을 애굽에 보내 말과 군대를 구함으로 바벨론 왕을 배반하였으니 형통하겠느냐 이런 일을 행한 자가 피하겠느냐 언약을 배반하고야 피하겠느냐”(겔 17:12~15) 

고대 국가들의 조약은 각기 섬기는 신들을 ‘증인’으로 삼아 그 신들의 이름을 걸고 맺기 마련이었습니다. 아무리 상대가 포악하고 우상신을 섬기는 나라일지라도,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맺은 약속을 어기는 것은 하나님을 욕보이는 행동이었습니다. 여호와 하나님은 거짓을 미워하십니다. “여호와께서 미워하시는 것 곧 그의 마음에 싫어하시는 것이 예닐곱 가지이니 곧 교만한 눈과 거짓된 혀와 무죄한 자의 피를 흘리는 손과 악한 계교를 꾀하는 마음과 빨리 악으로 달려가는 발과 거짓을 말하는 망령된 증인과 및 형제 사이를 이간하는 자이니라”(잠 6:16~19) 일찍이 여호수아 시대에 기브온 주민들이 이스라엘을 속여 조약을 맺고 진멸을 면했던 것도, 하나님께서 비록 거짓 정보에 근거했어도 하나님의 이름으로 맺은 약속을 지키라 명령하셨기 때문이었습니다(수 9:19~20). 슬프게도 왕조 말 유다는 하나님의 말씀도 역사의 교훈도 외면하고 망할 길로 들어섰습니다. 그들은 ‘사악한 이방 나라’ 바벨론과의 약속을 깨는 것은 나라를 지키는 데 필요한 외교적 스킬일 뿐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는 그들의 이중성에 진노하시고 그들을 향한 최후통첩을 내리셨습니다. “여호와의 말씀에 내가 너를 대적하여 내 칼을 칼집에서 빼어 의인과 악인을 네게서 끊을지라… 모든 육체는 나 여호와가 내 칼을 칼집에서 빼낸 줄을 알지라 칼이 다시 꽂히지 아니하리라”(겔 21:3~5) 죄를 깨닫고 돌이키라고 주신 비유에 반응하지 않을 때 ‘여호와의 칼’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닌 실재가 되어 유다 백성의 목숨을 앗아가게 될 것입니다.

백석대·구약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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