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떠나, 전북 종교문화 유산을 따라 걷는 힐링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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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을 떠나, 전북 종교문화 유산을 따라 걷는 힐링 여행”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7.25 0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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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은 ‘전북순례길’ 어떠세요?

조선왕조의 본향, ‘전주~군산 기독순례길’
대한민국 복음화율 1위, 전북 선교지 탐방
1~4코스로 구성, 식도락과 문화체험 기회도

정갈한 기왓장 사이로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는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도시를 떠나 고풍스런 한옥 가구가 오밀조밀 몰려있는 골목길을 따라 걸으며, 간만의 여유를 만끽해본다. 고즈넉한 한옥채가 빼곡히 들어서 있는 전주의 한옥마을은 한국을 사랑하는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들려야 할 필수 코스다. 하지만 전주를 대표하는 것은 비단 한옥마을뿐이 아니다. ‘한국의 갈릴리’라 불리는 전라북도에는 전통과 문화가 공존하는 동시에 호남 최초 선교사들의 발자취를 따라 걸을 수 있는 의미있는 선교지로 가득하다.

전북 CBS와 성지순례 전문여행사 ㈜돌봄여행사가 전주와 완주, 군산과 김제의 기독교 성지를 둘러보는 종교문화 힐링 여행상품 ‘전북순례길’을 선보인다. 소외된 땅에서 복음화율 1위 지역으로 거듭난 전라북도는 ‘전라복도’라 일컬을 정도로 기독교 신앙의 은혜를 입은 곳이다.

전북에 이렇게 복음의 열매가 맺혀진 데는 ‘한 알의 밀알’이 되어 이 땅에 떨어진 선교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1892년 미국 남장로교회는 호남 선교를 위해 ‘7인의 선발대’를 파송했다.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동양의 작은 나라를 위해 이들은 먼 타국에서 가장 빛나는 청춘의 때, 평생을 선교를 위해 헌신했다. 그들이 남긴 선교적 열매와 유산을 전북의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전주시근대역사기념관을 출발해 예수병원과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전주 서문교회, 남문교회에 이르는 코스는 전주의 ‘바이블 벨트’로 불린다.

전라도의 첫 선교지, ‘전주순례길’

전주 순례여행의 1코스는 전주 한옥마을 인근 반경 2km 구간을 잇는 순례길이다. 전라북도 선교 130년사를 조망하는 전주시근대역사기념관을 출발해 한강 이남 최초의 근대식 의료시설인 예수병원과 수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한 전주 서문교회, 남문교회에 이르는 코스는 전주의 ‘바이블 벨트’로 불린다.

‘전주기독교근대역사관’은 전주의 근대 기독교 역사를 살필 수 있는 곳이다. 1156㎡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로 건립됐다. 이곳에는 미국 남장로교회가 호남 선교를 위해 파송한 테이트와 레이널즈, 전킨 선교사 등 ‘7인의 선발대’의 생애와 업적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당시 전주는 호남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전라도의 수도 감영이 있었던 역사와 문화가 오래된 곳이었다. 선교사들은 1894년 전주를 호남지방의 첫 선교 거점으로 잡고 남서부 선교의 중심지로 만들고자 했다.

기념관 3층 의학박물관에는 마티 잉골드 왕진사진, 안과수술도구, 종양심부치료 기록지, 방광내시경 등 초기 한국 선교사들의 의료분야의 유물과 소장품 150여 점이 있다. 이밖에 근대 기독교의 역사를 조명하는 다양한 영상 콘텐츠 및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전북에 떨어진 ‘한알의 밀알’

기념관 뒤편에 있는 언덕길을 조금만 올라가다 보면, ‘전주선교사묘역’에 당도한다. 이곳에는 윌리엄 전킨 선교사를 비롯해 1898년 전주 예수병원을 세운 매티 잉골드 의사 등 선교사와 일가족 14명의 묘비가 세워져 있다. 짧은 묵념을 통해 낯선 타국 땅에 복음을 향한 일념 하나로 전 생을 바친 선교사의 숨결을 느껴본다.

전주선교사묘역에는 윌리엄 전킨 선교사를 비롯해 초기 선교사와 일가족 14명의 묘비가 세워져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전북 선교의 아버지’라 불리는 전킨 선교사 앞에 세워져 있는 그의 어린 세 아들, ‘조지, 시드니, 프랜시스’의 묘비다. 그는 태어난 지 얼마되지 않은 어린 아이들을 조선의 풍토병으로 한순간에 잃었다. 그럼에도 군산과 전주, 익산, 김제 등을 순회하며 각지에 교회를 세웠으며 학교와 병원, 고아원을 세워 근대화 교육의 기틀을 마련했다.

선교사역에 몰두한 그는 본인의 몸을 돌보지 못한 채 급성 폐렴으로 43세를 일기로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자식을 잃는 고통 가운데서도 포기하지 않고 척박한 땅에 복음을 뿌린 이들의 헌신과 사랑에 감명하며, 숙연히 고개를 숙이게 된다.

초기 선교사들은 ‘삼각선교의 원칙’에 따라 전도와 목회의 복음선교를 기본으로 교육선교와 의료선교를 통해 조선인의 삶의 실질적인 필요를 채웠다. 1898년 마티 잉골드 선교사가 전주 완산의 초가집에서 진료소를 연 것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선교의료병원인 예수병원의 시초가 됐다. 선교사 묘역 아래로는 우리나라 최초의 의료선교병원이자 호남 최초의 근대 의료기관인 예수병원이 내려다보인다. 복음과 교육, 의료 삼박자로 조선의 근대화에 이바지하고, 자신과 가족의 삶을 드린 선교사들의 헌신과 열매에 감복하지 않을 수 없다.

최초의 한글 성서번역가 레이놀즈 선교사는 자신의 언어학 재능을 활용해 1920년 신구약 성경 완역을 이뤘다. 낮에는 선교사역으로 밤에는 틈틈이 성서번역 작업을 통해 구슬땀을 흘렸다. 레이놀즈 선교사가 1893년 설립한 호남 지역 최초의 교회인 서문교회도 이번 여행에서 반드시 들려야 할 코스다. 정림건축 고 김정철 선생의 작품인 서문교회는 정적인 전주의 분위기를 예배당에 녹여낸 걸작으로 꼽힌다.

전주기독교근대역사관에는 최초의 한글 성서번역가 레이놀즈 선교사가 완역한 신구약 성경이 전시돼 있다.

전북 순례길은 전통의 문화와 멋을 함께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풍남동 일대 700여 채의 한옥이 밀집한 한옥마을을 둘러보며, 조선 왕조의 본향인 전주가 어떻게 복음의 도시로 거듭났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근대 기독교 정신, 생생히 경험

2코스는 전라북도에 60여 교회를 개척한 루터 올리버 맥커친(한국명 마로덕) 선교사의 길을 잇는다. 123년 역사의 완주 위봉교회를 시작점으로 한국전쟁 때 희생당한 성도들을 추모하는 순교비가 세워진 학동·수만·신월 교회 등을 순례하며 마로덕 선교사의 발자취를 좇는 여정이다. 구한말 파송된 마로덕 선교사는 전주와 완주, 진안 등지에 60여 개의 교회를 세우며 ‘복음의 족적’을 남겼다. 위봉교회 인근 ‘BTS 성지’로 유명한 위봉산성과 아원고택을 함께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군산 수덕산 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전킨, 드루 선교사의 것 선교 기념비가 세워져있다. 군산역에서 은파호수공원까지 총 15.5km에 이르는 길은 군산 기독교의 뿌리를 살펴볼 수 있는 길이다.

3코스는 ‘근대도시’ 군산과 김제를 연결한다. 일제강점기 당시 숱한 수탈의 아픔을 겪었지만, 복음으로 치유돼 다시 일어선 두 도시의 역사를 순례자의 발걸음으로 따라가 본다. 출발점은 옛 군산세관이다. 일제 시절 수탈 창구로 기능한 이곳은 전킨 선교사가 선교의 첫발을 뗀 역사적 장소다. 신흥동 일본식 가옥 등이 자리한 군산 근대화 거리를 가로지르면 아펜젤러순직기념관을 마주하게 된다. 초창기 호남 선교 기지인 구암교회는 순례 여정의 백미다. 1919년 3·5만세운동이 벌어진 장소로 옛 예배당은 현재 기념전시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 최장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오른 새만금 방조제(33.9km)를 내달려 만경평야에 다다르면 ‘노아의 방주’를 본떠 지은 김제 죽동교회를 볼 수 있다. 벽돌로 쌓아 올린 아담한 예배당으로 이 동네의 숨은 ‘사진 맛집’이다.

‘기역자(ㄱ)’ 예배당으로 유명한 금산교회에서는 ‘남녀칠세부동석’의 전통문화와 어우러진 초기 교회의 모습 엿볼 수 있다. 기역자로 꺾인 건물에서 각각 남성과 여성이 앉아 서로를 볼 수 없는 독특한 구조인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교회 건축 양식이다.

금산교회에서는 ‘남녀칠세부동석’의 전통문화와 어우러진 초기 교회의 모습 엿볼 수 있다.

1~4코스로 구성된 ‘전북순례길’은 코스별로 당일, 1박 2일, 2박 3일 등으로 세분화해 운영된다. 추후 매일 서울-전주를 왕복하는 투어버스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번 여정에는 각 선교지에서 현지의 역사를 꿰뚫고 있는 지역의 전문 해설사가 큐레이팅을 전한다는 점에서 더욱 특별하다.

‘맛과 멋’의 도시인만큼 맛집 투어와 다양한 체험도 빼놓을 수 없다. 한정식과 비빔밥 등 전라도 음식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현지인 맛집 탐방’이 매끼 이어진다. 문화체험으로는 전통한옥에서 즐기는 다도체험과 고군산군도 유람선 투어가 있으며, 마지막 날 밤에는 CCM 아티스트와 함께하는 치유콘서트 ‘순례자의 밤’이 열린다.

전북순례길에 마지막 날 밤에는 ccm아티스트와 하는 치유콘서트  ‘순례자의 밤’이 열린다.
전북순례길에 마지막 날 밤에는 ccm아티스트와 하는 치유콘서트 ‘순례자의 밤’이 열린다.

향후 전북CBS와 ㈜돌봄여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천만 관광도시 전주를 비롯한 전라북도를 ‘성지순례 1번지’로 브랜딩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이번 ‘전북순례길’에 관한 문의는 ㈜돌봄여행사 홈페이지와 대표전화(1644-6979)를 통해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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