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이타적인 사랑은 삶에 선물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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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이타적인 사랑은 삶에 선물을 가져다준다
  • 최윤정 웰다잉 강사(각당복지재단)
  • 승인 2023.07.19 1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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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을 생각하다⑱

영화 <이키루>

시청 과장인 와타나베가 놀이터에 앉아서 구슬프지만 행복한 듯 노래를 부르며 숨을 거둔다.
“그대의 사랑이 아직 식지 않았을 때, 내일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 소녀여, 사랑을 하세요.”
암에 걸려 죽음을 목전에 둔 주인공을 살게 만든 것은 이타적인 사랑이다.

복지관에서 강의를 들으시던 어르신 한 분이 영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가슴이 뭉클하다고 한다. 예전 일본에서 많이 들었던 노래에 추억이 되살아나고, 영화 주인공처럼 남편과 함께 봉사하는 삶을 현재 살고 있다고 하셨다. 좋은 영화 한편이 가져다주는 추억 소환과 현재의 삶을 올바르게 살고 있다는 증거를 찾으신 듯하다.

1950년대 일본 영화 <이키루> 제목의 뜻은 ‘살다’이다. 이 영화 속 주인공은 타인을 위하여 봉사하며,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을 함으로 육체는 죽어가지만 정신은 새로운 삶을 살아간다.
영화 <이키루>는 끊임없이 살아있는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영화는 두 부분으로 나뉜다. 주인공 와타나베의 장례식 전과 장례식 후반으로 나뉘며, 장례 전 장면들은 와타나베가 살아있지만 죽어있는 것 같은 삶, 장례식이 시작되는 장면부터는 죽었지만 그가 진정 살아있었음을 묘사한다.

와타나베는 자신이 위암임을 알게 된 후, 정신과 육체 모두 죽어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같이 근무했던 여직원을 가끔 만난다. 그녀는 공무원은 자신이 삶이 아니라며 그만두고 봉제공장에 다니고 있다. 와타나베는 그녀의 생기있는 삶을 부러워하며, 어떻게 하면 그렇게 밝게 살아갈 수 있냐는 질문을 한다. 그녀는 토끼 인형을 만드는 지금이 좋고,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상상을 하면 행복해서 열심히 만든다고 말한다.

이때 와타나베는 외친다. ‘늦지 않았어!’ 시청 과장으로 감정 없는 기계처럼 살았던 자신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장면이다.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찾았다. 마을 주민들이 염원했던 것, 냄새나는 웅덩이를 놀이터로 재건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심한다. 와타나베가 결심한 그 순간, 생일을 축하하러 온 소년들의 ‘해피버스데이’ 노래가 흐른다. 와타나베가 드디어 살아나는 순간이다.

이후 영화 장면은 와타나베의 장례로 이어진다.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은 와타나베가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자신이 타인을 위한 봉사를 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찾아간 것이라는 결론을 내린다.

사랑은 이타적이다. 와타나베는 자신의 삶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이타적인 삶을 살다가 갔다. 삶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늘 우리 곁에 있다. 나이가 적든 많든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 속에서 매일 매일을 가치 있게 살아내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다. 어느 철학가의 말처럼, 우리가 후세에게 선물해주어야 하는 것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의 삶이다. 마치, 어린아이들을 위하여 마을 웅덩이를 놀이터로 바꾼 이타적인 삶을 살다 간 와타나베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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