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입법 어려워도 사회적 분위기 조성 목적으로
“헌법 개정 없인 불가능”… 가족보호하는 입법도 필요
동성애·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받기 위한 국회 입법 전략이 교묘해지고 있다. 21대 국회 회기가 종료되기까지 일 년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동성애 합법화 의지가 강한 정치인들이 입법 활동을 다시 강화하는 분위기다.
2020년 5월 개원한 21대 국회 약 3년 동안 동성애를 합법화 하는 내용의 포괄적 차별금지법(장혜영, 권인숙 의원), 평등법(박주민, 이상민 의원)이 4건이나 발의됐지만, 국회에서는 뚜렷한 논의가 전개되지 않았다.
해당 법안의 골자는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이지만, 여기에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의견을 공표하는 경우 처벌받을 수 있다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강력한 반발을 불러왔다.
법안 추진 주체들은 강력한 입법 의지를 천명했지만, 국회 내 공감대가 낮아 여러 해가 지나도록 본회의 상정조차 하지 못했다.
심지어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의원은 얼마 전 “21대 국회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적 공감대가 모이지 않았기 때문에 법안이 다뤄지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다.
그렇다고 동성애·동성혼 합법화를 위한 시도가 주춤할 것이라는 예측은 섣부르다. 이미 21대 국회 이전부터 독소조항이 담겨 있다는 의견에도 동성애에 초점을 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시도는 존재했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최근 사법부의 일부 판결은 동성애 동성혼 합법화로 나가는 전 단계와 같은 것도 있었다. 올해 2월 서울고법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동성 커플을 피부양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동성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사실혼과 같은 생활공동체를 하고 있다.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대우”라고 판시했다.
작년 11월에는 대법원마저 미성년자녀를 둔 성전환자의 성별 정정을 인정한다고 판단하고 말았다. 재판부는 성전환자의 행복추구권을 우선하면서도, 사회적 약자로서 미성년자녀의 복리는 철저히 외면했다.
뿐만 아니라 이미 동성혼을 합법화 한 국가들이 우리나라에 대한 국제적 압력을 가하고 있고, 국가인권위원회를 중심으로 동성애를 제도적으로 수용하도록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 큰 우려는 입법 활동이 더욱 교묘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동성애·동성혼 입법 동향
21대 국회에서 동성애·동성혼 합법화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 제정 시도는 중단되지 않았다. 최근에는 동성애·동성혼 합법화를 위한 유사법안이 발의돼 주목된다.
지난달 30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가족구성권 3법’을 대표 발의했다. 민법 일부개정법률안(혼인평등법),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비혼출산지원법), 생활동반자에 관한 법률안이 그것이다. 생활동반자법의 경우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발의한 바 있다.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는 환영 논평을 내고 “가족구성원 3법은 그동안 배제되었던 성소수자들의 시민권을 인정하는 법안이다. 성별과 관계없이 원한다면 누구나 혼인(혼인평등법)을 할 수 있고, 사회보장제도의 보호(생활동반자법)을 받을 수 있으며, 결혼이 자녀 출산의 필수조건이 아닌 사회(비혼출산지원법)를 제도로써 분명히 하자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연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났으면, 사랑하는 누구와도 마땅히 가족을 이룰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며 지지를 표명했다.
이 같은 법안 발의에 반대 단체들은 “법적 근간을 흔들 수 있다”며 “혼인은 남성과 여성 양성이 공동생활을 목적으로 하는 결합으로 가족법상 대표적 법률행위이다. 동성 간 결합을 합법화하려는 법안은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규탄했다.
법 체계 흔들어 ‘동성혼’ 합법화
그렇다면 동성애·동성혼을 찬성하는 정치인들이 당장 입법이 어려울 줄 알면서도 시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4선 국회의원 경력의 복음법률가회 대표 조배숙 변호사는 지난 21일 국회 토론회에서 “차별금지법 반대운동을 비웃듯 가정구성권 3법이 발의됐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도 현행 헌법상 위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법안을 제안하는 것은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결국은 입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언급했다.
정의당에서 밝히고 있는 대로 가족구성권 3법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 남성과 여성의 결합을 가족으로 인정하는 사회적 관습과 법 체계를 흔들어 동성 커플 간 결합까지 법적으로 보장받겠다는 심산이다.
이번에 발의된 민법 개정안의 제안이유에서는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2022년 33개 국가에서 동성혼을 제한 없이 인정하고 있다. 국내 민법상 동성 간 혼인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동성혼을 제한하는 것은 차별”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민법 개정안 내용에서는 “동성의 당사자 쌍방을 포함한다”고까지 밝히면서, 동성 부부도 부모로서 입양과 함께 보조생식술을 통해 자녀를 출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홍익대 법대 강봉석 교수는 “부부 개념은 민법총칙 기본 규정인데 개정안은 한참 뒤인 776조에서 부부 개념을 더하고 있다. 철저한 분석 없이 법 조항을 넣은 것 같다”면서 “동성부부가 단순히 입양만 부모가 된다고만 한 것도 파양제도와 연결되어 있는 일반 입양 관련 법과도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에서는 보조생식술 대상을 난임 부부로 한정하고 있는 것에 문제 제기하고 있다. 입법 취지에서 “법률 혼인관계 또는 파트너 없이 임신 출산하는 여성에게도 적용해야 한다”며 하고 있지만, 이 역시 동성혼 부부와도 맞닿아 있다.
강 교수는 “개정안은 혼인 여부와 상관없이 임신을 원하는 누구나 보조생식술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동성커플도 가능한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며 “프랑스와 영국과 같이 부모1, 부모2라는 호칭을 볼지도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생활동반자관계법안은 프랑스 시민연대협약 ‘팍스(PACS)’ 제도를 적용해 우리 실정에 맞게 변형한 것으로 보인다. 쉽게 말해 혈연관계가 아니어도, 혼인하지 않아도 생활공동체를 함께한다면 법적 가족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안이다. 역시 동성혼 합법화를 위한 꼼수 입법이다.
언론들까지 합세해 프랑스 ‘팍스’가 저출산 시대 비법이라는 추켜세우지만, 사회적 부작용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비판적으로 봐야 한다.
수도권기독교총연합회 등 반대단체들은 “상대 배우자에 대한 책임 약화뿐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혼인율 감소와 사생아 급증을 초래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생활동반자가 법적으로 인정된다면, 동성 상대방에 대한 국민연금과 고용보험 연금수급자,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까지 가능하게 돼 일반 국민들의 재원부담까지 지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동성혼을 법적으로 보장받으려면 “혼인과 가족생활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성립되고 유지되어야 하며 국가는 이를 보장한다”고 명시하고 있는 헌법 제36조 1항을 개정해야 한다. 가족구성권 3법이 입법이 된다 하더라도 위헌 법률이 될 가능성이 큰 이유다. 향후 동성애·동성혼을 지지하는 정치인들이 헌법 개정을 시도할 가능성도 충분히 예측해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긴장을 놓칠 수 없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