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먼저 생각나는 어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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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먼저 생각나는 어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6.2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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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청소년들을 품어내는 신재협 목사(그루터기교회)

보호관찰위원으로 활동하며 청소년 돌봄 사역
“거리 아이들 사역은 특수목회 아닌 일반목회”
“그릇된 성인식 개선 절실, 성공사례 만들어야”
그루터기교회 신재협 목사는 거리에서 방황하는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사역을 사명으로 감당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힘든 일이 생길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어른이었으면 한다”고 고백했다.
그루터기교회 신재협 목사는 거리에서 방황하는 위기 청소년들을 위한 사역을 사명으로 감당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힘든 일이 생길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어른이었으면 한다”고 고백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중학교 3학년 여자아이가 임신을 했습니다. 신고하면 결국 자기만 시설에 잡혀간다고 생각해 억울한 심정, 복수심만 안은 채 또 거리를 배회합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요. 대부분 교회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루터기교회 신재협 목사는 거리를 떠도는 위기 청소년들을 돕고 있다. 일반적으로 반항기 다분한 사춘기 청소년들보다 강도가 훨씬 센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폭력, 성매매 심지어 마약까지 손대는 아이들도 만난다. 아무나 감당할 수 없는 사역이다. 

신재협 목사는 “사각지대가 너무도 많다. 아이들이 억울하고 힘겨운 일을 당해도 손을 내밀어 잡아주는 이들이 없다. 지금 먼저 돕지 않으면 다른 아이들까지 위험에 노출되고 만다”며 “돈을 성공으로 알다 결국은 범죄에 빠지는 이 아이들을 마냥 내버려 둘 수 없었다”고 했다. 

신재협 목사는 위기 청소년들을 돌보기 위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이중직 목회자다. 그루터기교회 담임목사로서 목회하고 있지만, 평소에는 배달, 대리운전, 재무설계 등 다양한 일을 하며 사역 재정을 마련하고 있다. 목회 사역에 전념하고 싶지만, 거리의 아이들을 품는 최선의 길을 위해 직업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신 목사는 “교회가 거리의 아이들을 위한 도피성 제도를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아이들이 잠시 머물 수 있는 공간이라도 내어주는 교회를 그는 기대하고 있다. 

잠시 머물 도피성은 어디에?
“매우 강한 아이들이죠. 부모가 포기해버린 친구들도 있습니다. 아이들을 돌보다 보면 뒤통수를 맞기도 하지요. 그래도 하나님이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으로 보려고 합니다. 이기적으로 행동하고 배신하기도 하지만 아이들을 비난하진 않아요. 저를 거울삼아 보는 겁니다.”

신재협 목사는 법무부 보호관찰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남부보호관찰소 보호관찰협의회 부회장까지 맡고 있다. 우리나라 보호관찰 공무원 1인당 평균 128명의 청소년들을 맡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민간의 보호관찰 위원의 역할은 아주 중요하다. 신재협 목사는 보호관찰 위원으로 탁월하게 활동하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다. 
신 목사가 보호관찰 활동을 하는 것은 한 명의 청소년이라도 더 회복시키고자 하는 방편이다.

“아이들에게 보호관찰 위원은 강력한 권한을 가진 사람이에요. 위원 평가에 따라 법원의 처분이 달라질 수 있거든요. 청소년 보호시설에 들어가면 오히려 더 범죄를 배우는 경우가 많습니다. 감호 처분을 받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도록 안내해줘야죠.”

위기에 처한 아이들을 쫓아다니다 보면 안타까운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아이들은 억울한 일을 당해도 호소할 곳이 거의 없다. 

얼마 전 학교폭력 가해 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와 각종 언론에 대서특필 된 적이 있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있었지만, 이 사건은 이미 종결돼 당사자들의 화해로 마무리됐다. 사건이 다시 집중되면서 아이들은 일상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신 목사가 도왔지만, 어느 곳에서도 반론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이들은 다시 세상이 찍은 낙인에 거리로 숨어들 수밖에 없었다. 

출산이 임박한 여중생을 야간에 발견한 신 목사는 당장 하룻밤이라도 재워달라고 호소했지만 허락하는 교회는 한 곳도 없었다. 결국 보호관찰위원 명함을 제시하고 어쩔 수 없이 모텔 방을 잡아줄 수밖에 없었다. 

“아동청소년보호법 때문에 잠깐 호의를 베풀어도 불법일 수 있기 때문에 그렇지요. 선한 사마리아법도 통하지 않아요. 성경 속 도피성 같은 제도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한국교회가 아이들이 실질적인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정치권에 제도를 제안해주면 좋겠어요.”

신재협 목사는 법무부 보호관찰위원으로 활동하며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있다.
신재협 목사는 법무부 보호관찰위원으로 활동하며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것을 내어주고 있다.

 

“다시 생명을 품어내는 교회”
신재협 목사가 거리의 아이들에게 관심을 쏟는 이유는 자신 역시 위기 청소년이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모태신앙의 신 목사는 청소년기 수련회에서 큰 은혜를 받아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났다. 교회에서는 인기도 많고 리더십도 강했다. 

“그런데도 사람은 완전히 변화되지 않았던 거죠. 일진 친구들과 어울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싸움을 했고, 내가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전국모의고사 상위 7%가 될 정도로 곧잘 공부도 했지만 결국 폭력적인 친구들과 어울려 대학 진학을 못했습니다.”

대학을 가지 못했다는 좌절감이 컸다. 사실 집안 살림도 무척이나 가난했다. 평생 교회 관리집사로 일했던 아버지는 경제적으로 무력했다. 신 목사는 사병으로 복무하며 받은 월급마저 밀린 월세를 내라고 집으로 보내야 할 정도였다. 

제대 후에는 방송국 차량 운전, 사우나 관리, 호텔리어, 피혁회사, 주류회사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그러는 동안에도 교회 생활을 성실한 편이었다. 교회학교 교사로 20대를 보냈다. 음주와 담배까지 하면서 말이다. 누구도 모를 정도로 철저히 이중생활(?)을 했던 그다. 

“하나님께서는 용수철처럼 죄를 짓지 못하도록 잡아당기고는 하셨습니다. 결국은 하나님 뜻대로 살겠다고 결심하고, 신학의 길을 걷기로 했습니다. 관리집사 아들로 겪은 설움이 커서 교회에 대한 반항심도 강했거든요. 그래서 더 좋은 목회자가 되겠다는 각오를 하게 됐습니다.”

백석대 평생교육신학원에서 학위를 받고 백석대 신학대학원(M.Div)에서 공부했다. 백석대 신대원은 그에게 개척에 대한 비전을 강하게 심어주었다. 하나님이 보내주시는 곳에서 무조건 살아내는 것이 목회라고 생각했다. 10여 년 동안 부교역자로 훈련받은 후 2018년 경기도 용인에 그루터기교회를 개척했다.

“이사야 6장 13절에서는 거룩한 씨를 그루터기라고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보이지 않는 뿌리에서 다시 싹이 나도록 하십니다. 아픔과 상처가 있는 사람들에게 쉼과 회복을 주는 것이 그루터기잖아요. 믿음의 사람들이 다시 생명을 품어내는 교회를 만들어가고 싶었습니다.”

복음으로 나아가는 통로
생명을 품어내는 교회가 되기 위해 그는 위기 청소년들을 돌보는 사역을 멈출 수 없다. 밤낮없이 그에게 손길을 내미는 청소년들이 있으면, 경찰서든 법원이든 달려간다. 외롭게 홀로 남겨진 아이만 지키는 장례식장을 다녀오기도 한다. 교회로 찾아오는 아이들을 만나는 것이 목회의 중요한 축이다. 

“출산율 감소로 전체 아이들은 준다지만 위기를 겪는 아이들은 늘고 있습니다. 이 생각을 한다면 거리의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특수목회가 아니라 일반목회입니다. 백석에서 배운 개혁주의생명신학으로 생명을 나눠줄 수 있는 목회를 하려고 합니다.”

신재협 목사는 거리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주고 있다. 무엇보다 복음으로 나아가는 통로를 열어 주고 있다. 

“요즘 아이들을 만나면 잘못된 성 의식을 당연한 줄 압니다. 동성애자들에게 성을 파는 남자 아이들, 성매매로 돈을 쉽게 버는 방법을 알아버린 여자아이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쾌락을 사랑으로 알고 더 강한 쾌락으로 나가곤 합니다. 아이들을 위해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일단 살려내야 합니다.”

가끔 아이들에 신 목사에게 왜 자신들에게 잘해주냐고 묻는다. 아이들의 시선에서는 밤낮없이 자신들을 돌보고 돈을 쓰고 뒤통수를 맞는 목사가 이상할 만도 하다.

“십자가의 은혜를 내가 값없이 받아서 그러는 거니까 너희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사람이 되라고 해요. 아이들이 힘들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사람이 저였으면 좋겠습니다. 자신들 옆에도 희망이 되는 어른 한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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