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 가슴에 묻고…‘하늘 길’ 소망하는 추모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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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이 가슴에 묻고…‘하늘 길’ 소망하는 추모예배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3.06.26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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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당복지재단, ‘제22회 공동추모예배’ 개최

죽음은 누군가에게는 암담한 생의 끝에 불과하지만, 그리스도인에게는 본향을 향해 나아가는 새로운 소망의 날갯짓이다. 그렇기에 기독교식 장례예배의 명칭을 ‘천국 환송식’이라 일컫기도 한다. 구원과 천국을 향한 소망과 확신을 담은 이름이지만, 그렇다고 슬픔의 무게까지 가벼울 수는 없을 터. 사랑하는 이를 잃고 숨 가쁘게 삼일장을 치르며 차오르는 슬픔을 뒤로했던 이들에게는 다시 한번 충분한 애도(哀悼)의 시간이 필요하다.

마치 무거웠던 잎사귀를 다 털어내고 나서야 나뭇가지에 새 생명이 움트는 것처럼 삶의 새로운 출발은 깔끔한 마무리에서 시작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들이 상실의 아픔을 털어내고 하늘의 본향에서 다시 만날 것을 소망하는 추모예배가 마련됐다.

각당복지재단 주최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강당에서 제22회 공동추모예배가 열렸다.
각당복지재단 주최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강당에서 제22회 공동추모예배가 열렸다.

각당복지재단(이사장:라제건) 주최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강당에서 제22회 공동추모예배가 열렸다. ‘하늘 가는 길’이란 주제로 열린 이날 추모예배에서는 20여명의 참석자들이 생전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하며 잠잠히 슬픔에 잠겼다. 같은 아픔을 가진 이들의 사연을 들으며 공감하고 흐느껴 울며, 잠잠히 상실의 현실을 받아들였다.

이날 추모예배는 각당복지재단 오혜련 회장의 촛불 점화와 특별찬양, 추모편지 낭독, 추모 말씀, 영정 앞 헌화, 추모연주회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오혜련 회장은 “애도상담을 하면서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아직 마음의 정리를 하지 못한 채 괴로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의 삼일장 장례문화가 짧기도 하고 고인을 잃은 슬픔을 다 해소하기 쉽지 않다. 추모예배는 다시 한번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고 고인과의 관계를 매듭짓는 시간”이라고 의미를 밝혔다.

‘하늘 가는 길’이라는 주제는 죽음이 고인과의 관계가 끝이 아니라 천국 본향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준다. 오 회장은 “현재의 삶에서 그들을 추모하면서 사후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을 심어주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추모 편지를 낭독하는 순서가 마련됐다. 함정은 목사(58·순천중부교회)가 안타까운 사고로 생명을 잃은 남동생을 추모하는 편지를 띄웠다.

그는 “너를 잃고 난 후 모든 일상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이미 나의 삶은 네가 존재했던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으로 나뉘어 버렸다. 네 마지막 모습을 생각하면 늘 후회가 가득하고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그래도 걱정하지 말고, 홀로 남은 어머니를 잘 모시고 있을테니 하늘에서 다시 만날 그날 못다한 효도를 다 하렴. 누나도 이 땅에서 잘 살다가 언젠가 네 곁으로 갈게, 사랑해”라며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했다.

올해 초 시어머니를 잃은 김다미 씨(61)는 “35년 전 어머니를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올해 초 사별하기까지 참 감사하고 소중한 날들이었다. 어머니는 기둥이셨으며, 흔들리는 가족의 든든한 언덕이 되어주셨다”고 회상했다.

또 그는 “타지에서 힘들 때 늘 어머니를 생각했고, 삶이 막막할 때 기차를 타고 찾아가면 큰 품으로 저를 안아주셨다. 늘 제게 무언가 채워주시려 애쓰셨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차 감사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하늘에서 다시 만난 날, 활짝 웃는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사랑하는 남편을 잃고 눈물로 편지를 읽은 박승원 씨(78)는 “당신을 보내고 홀로 살아가는 시간이 벌써 4년이 지났다.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것이 믿기지 않는다. 중환자실에서 당신이 겪었을 극심한 아픔과 고통을 난 왜 외면했을까. 이런 나를 떠나지 못하고 내가 어려울 때마다 나타나서 나를 위로해주고 다시 살아나도록 의미를 부여해줬지,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 내가 다시 당신을 만날 그날까지 잘 있어주길 바랄게”라며 편지를 마무리했다.

이어 참석자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연주곡으로 ‘차이코프스키 현악 4중주 제1번 2악장’과 ‘You raise me up’의 바이올린·첼로연주가 이어졌다. 이윽고 미리 준비한 영정사진에 꽃을 헌화하는 참석자들은 흐느껴 울며 조용히 마지막 남은 슬픔을 마주했다.

이날 추모예배에서는 박지웅 목사(내수동교회 담임)가 ‘심는 인생’(고전15:42~44)이라는 주제로 추모의 말씀을 전했다.

각당복지재단 주최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강당에서 제22회 공동추모예배가 열렸다.
각당복지재단 주최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각당복지재단 강당에서 제22회 공동추모예배가 열렸다.

박 목사는 “20년 가까이 목회를 하면서 정말 많은 이들의 소천을 경험했고, 장례예배 때마다 잠시 잠깐 후에 우리가 영광중에 만날 것이라고 전했다”면서 그리스도인이 잠깐의 이생이 아닌, 영원한 천국 본향의 삶을 소망할 것을 요청했다.

이어 그는 “바울은 죽은 자의 부활에 대해 썩을 것으로 심고 썩지 아니할 것으로 다시 살아난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의 인생을 마지막까지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위해 심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각당복지재단은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고인의 기일이 되어도 추모의식을 치르지 못하는 이들, 사별의 슬픔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달래기 위해 지난 1992년부터 매년 6월 공동추모예배를 드리고 있다. 올해 22번째로 열린 이번 추모예배는 먼저 떠난 이들의 소중한 기억을 간직하고 되새기는 애도의 시간으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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