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지역’보다는 ‘연령’… 성도들의 관심사 맞춘 소그룹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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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지역’보다는 ‘연령’… 성도들의 관심사 맞춘 소그룹 필요해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6.16 09: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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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 (17) Recombination, 소그룹의 재구성

어릴 적 금요일 저녁이면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한 번은 김 집사님네, 한 번은 최 권사님네를 돌아다녔다. 구역예배라 불리던 그곳에선 목사님 대신 장로님 한 분이 짧게 말씀을 전하셨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풍성한 식사와 다과가 먹음직스럽게 차려졌다. 고작해야 초등학생에 지나지 않던 그 시절의 나는 예배보단 아무래도 콩고물에 관심이 컸다. 어울리지 않게 앳된 모습으로 앉아있는 꼬마 아이를 보며 쏟아지는 집사님들의 칭찬과 관심은 덤이었다.

파편화된 코로나 사회를 지나며 소그룹 목회에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소그룹 사역은 한국교회의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왔다. 기자가 어릴 적 경험했던 ‘구역’ 역시 소그룹이고 ‘속회’나 ‘순’, ‘셀’, ‘목장’과 같은 이름으로도 불렸다. 한때 소그룹 목회가 유행처럼 번지며 셀교회나 목장교회, 가정교회와 같은 이름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저 다른 교회들이 다 하니 우리도 해야겠다는 식으로 조직한 소그룹은 성도들을 만족시키지 못했다. 한국목회자협의회가 발표한 ‘2018 한국기독교 분석리포트’에서 확인할 수 있듯 소그룹 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그 결과는 교회 구성원들의 저조한 참여로 이어졌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교회 내 연령별 소그룹에 참여하고 있는 비율은 5060 세대의 경우 52%였지만 3040세대에선 33%에 그쳤다. 청년층의 소그룹 참여 비율이 3분의 1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지역에서 연령, 가정에서 교회로

아무리 소그룹 활동이 좋고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들 성도들이 참여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어떻게 성도들이 오고 싶은 소그룹을 만들 수 있을까. 또 어떻게 해야 성도들이 만족하고 성도들의 신앙을 성장시키는 소그룹이 될 수 있을까. 지구촌교회와 한국소그룹목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3 한국교회 소그룹 활동 실태 조사’에서 그 단서를 엿볼 수 있다.

한국교회가 전통적으로 고수해오던 구역모임은 주로 지역을 기준으로 편성됐다. 이를테면 A동에 거주하는 성도들을 가정 단위로 묶어 A동 1구역, A동 2구역으로 조직하는 식이다. 하지만 사는 지역이 같다는 이유로 한 그룹에 소속된 성도들은 그저 동네 이웃 이상의 공통분모를 찾기가 쉽지 않다. 자연히 일상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공감대를 나누며 깊은 교제로 이어지는 것에 벽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지역으로 묶을 수 없다면 어떤 공통분모를 찾아야 할까. 성도들은 공담대를 형성하기 위해 가장 좋은 도구로 ‘연령’을 꼽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다. 특히나 생애주기에 따라 정형화된 패턴을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같은 연령대 사이에서의 공통점이 두드러진다. 20대 초반은 대부분 대학생활, 20대 후반은 취업의 고충, 30대 초반부터는 사회생활과 결혼, 그다음은 육아와 건강 문제로 관심사가 모아진다.

‘한국교회 소그룹 활동 실태 조사’를 진행한 목회데이터연구소는 “최근 우리나라를 관통하는 이슈 중 하나가 세대갈등이다. 연구소가 올해 3월 실시한 조사에서도 한국에서 세대갈등이 심각하다는 응답이 80%에 육박했고 앞으로 더 심해질 것이란 응답도 49%나 됐다. 이제 우리 사회에서는 세대 간 동질감을 공유하는 것이 힘들어졌다는 의미”라면서 “이를 반영하듯 과거에는 교회 소그룹 편성 기준이 지역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연령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장소도 이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각 가정을 순번대로 돌며 예배를 드리고 다과를 준비하던 모습은 이제 옛 풍경이 됐다. 소그룹이 모이는 장소를 묻자 가정은 단 18%밖에 되지 않았고 교회에서 모인다는 응답이 64%나 됐다. 개인적인 공간인 집을 공개하고 싶지 않은 요즘 세대들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다.

이 결과는 교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도들이 가정이 아닌 교회에서 모이기를 선호한다면 교회 공간도 그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배 공간 이외에도 소그룹이 모여 삶을 나눌 수 있는 아늑하고 조그만 공간을 갖추는 것이 좋다.

 

소그룹 리더에겐 훈련과 돌봄을

한국소그룹목회연구원 대표 이상화 목사가 담임하는 서현교회의 경우 독특한 이름의 소그룹들이 즐비하다.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그룹이 있는가 하면 산에 올라 맑은 공기를 마시는 등산그룹도 있다. 소그룹을 단순히 지역이나 연령, 성별로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와 필요에 따라 다양하게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한국교회 소그룹 활동 실태 조사에서 ‘나의 관심(운동, 독서, 각종 취미활동 등)에 맞는 취향 소그룹이 운영된다면 참여할 의향이 있는지’ 묻자 81%가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앞선 조사에서 소그룹에 참여하고 있는 3040세대의 수가 33%에 그쳤다는 것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수치다. 단순히 인적 정보에 따른 수치로 그룹을 구성하는 것을 넘어 성도들의 취향과 관심사를 파악하고 그에 맞는 솔루션을 제공할 때 훨씬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인 성도들이 네트워크 안에서 관계를 쌓아갈 때 교회에 대한 소속감과 서로를 향한 유대감이 훨씬 강해질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취향과 관심사로 모이다 보면 신앙과 말씀에 대한 나눔이 사라지고 취미만 남게될 것이란 우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조사에서는 취미를 계기로 모인 소그룹이 신앙 나눔과 교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취향 소그룹에서 말씀과 삶을 나눌 의향이 있는지’ 묻자 대부분인 88%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상화 목사는 “영적 소그룹을 위해서는 ‘말씀 나눔’과 ‘교제’, 그리고 ‘전도와 섬김’이 필수 요소다. 어떤 성격의 소그룹이 됐든 이 세 가지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취향을 계기로 모인 소그룹이라고 할지라도 이를 통해 말씀과 삶의 나눔, 궁극적으로는 신앙의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 성도들이 만족하고 신앙이 성장하는 소그룹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그룹 리더의 자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목회자가 모든 소그룹을 케어할 수 없는 만큼 소그룹에서는 리더가 그룹원들을 돌보는 목자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한국교회의 신앙이 주로 주일예배 시간에 설교를 듣고 돌아가는 수동적 형태를 보여왔던 만큼, 소그룹 내에서 적극적인 쌍방향 교제가 일어나려면 모임을 이끄는 리더의 어깨가 무겁다.

건강한 소그룹 리더를 길러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두 가지,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훈련과 헌신하는 리더가 지치지 않도록 돌보는 공급이다. 소그룹 리더들 역시도 대다수(94%)가 리더교육의 필요성을 느기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리더로서의 섬김의 자세나 태도에 대한 교육’이 가장 필요하다고 요청했고 ‘성경에 대한 교육’이 그 뒤를 이었다.

소그룹 구성원들은 ‘구성원들이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리더를 원하고 있었다. 그 다음으로는 ‘모임을 항상 긍정적으로 이끄는 능력’과 ‘소외된 자 없이 골고루 이야기 나눌 수 있게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말씀을 가르치는 능력’이나 ‘기도의 능력’은 각각 7, 8순위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이상화 목사는 “소그룹 리더들은 변화무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성도들을 직접 대하며 하나님의 말씀을 나누고 온전한 그리스도인으로 성장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며 “목회자들은 소그룹 리더들이 고갈 되거나 지치지 않도록 영적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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