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소그룹 활동 활발할수록 개인 신앙도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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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소그룹 활동 활발할수록 개인 신앙도 살아났다
  • 한현구 기자
  • 승인 2023.06.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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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RE) 세우는 한국교회 (16) Recall, 교회 떠난 성도를 소그룹으로 초대하라

코로나 팬데믹도 끝자락이다. 어느샌가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코로나 시대의 마스크는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한 방벽이기도 했지만 침묵과 단절의 상징이기도 했다. 거미줄처럼 연결돼있던 관계들이 마디마디 끊겼고 살가운 악수 대신 화면 너머의 눈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해야 했다.

예배와 교제를 양 기둥으로 삼는 교회에 있어 만남을 차단한 코로나 방역지침은 치명적이었다. 멈춰선 것은 비단 공예배뿐만은 아니다. 신앙생활을 지탱하던 한 축이던 소그룹 활동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지구촌교회와 한국소그룹목회연구원,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지난 2021년 11월 발표한 ‘한국교회 소그룹 실태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성도들의 61%가 코로나19 이후 소그룹 활동을 멈췄다고 답했다.

그래서일까. 코로나 팬데믹 사태가 저물어가고 다시 회복을 꿈꾸는 시기, 소그룹 목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지난해 조사에서 목회자들은 2023년 목회 계획에서 가장 중점을 둘 분야로 현장예배 강화(40%)에 이어 소그룹 강화(36%)를 꼽았다. 여러 전문가들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회복과 부흥의 길로 소그룹 목회를 지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저 소그룹을 조직하기만 하면 자연히 부흥이 될 거란 안일한 생각은 곤란하다. 소그룹 목회가 한국교회 회복의 키(key)가 되기 위해서는 한국교회의 현실과 성도들의 필요를 철저히 분석한 전략과 변화가 필요하다. 코로나라는 폭풍이 예배와 교제, 선교 등 교회 사역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왔듯 소그룹 목회 역시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방치된 소그룹은 안 된다

사실 안일한 소그룹 목회에 대한 성도들의 불만은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감지되기 시작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발표한 ‘2018 한국기독교 분석리포트’에서 출석교회에서 하는 10개 사역에 대한 만족도를 물었는데 소그룹 활동에 대한 만족도는 3.56점(5점 만점)으로 최하위권인 8위에 그쳤다. 2012년 실시된 조사에서 3.78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도 하락한 수치다.

교회가 애써 마련한 소그룹 활동에 성도들이 만족하지 못하는 이유는 왜일까. 지난 4월 열린 캠퍼스청년연구소 포럼에서 그 이유를 일부나마 엿볼 수 있다.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정석율 목사(잇바이블 대표)는 가장 큰 이유로 소그룹 활동이 이뤄지는 방식을 꼽았다. 공예배와 더불어 구태여 소그룹 활동을 따로 하는 이유는 성도들이 긴밀하게 관계를 맺고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 위함인데도 그 목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 목사는 “자유로운 나눔과 토론이 아닌 리더가 혼자 설교하는 방식으로 소그룹 성경공부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분명 ‘그룹’으로 모여있음에도 역동적인 상호작용이 전혀 일어나지 못하게 된다”면서 “내용에 있어서도 사변적인 내용이 많고 구체적인 삶의 적용으로 파고들지 못한다”고 분석했다.

그런가 하면 묵상과 신앙 나눔이 생략되고 지나치게 취미 활동과 친목에만 초점이 맞춰진 소그룹도 바람직하다고 보기 힘들다. 한국교회의 전통적 소그룹 활동이라 할 수 있는 ‘구역예배’ 방식에도 개선이 필요하다. 기존의 구역 모임 활동은 주로 여성들이 평일 낮에 가정에서 모이는 형태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제는 직장생활을 하는 여성이 늘었고 자기 집을 개방하기 꺼려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런 구역 모임에 사람들이 모이지 않다보니 당연히 소그룹 모임 자체의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었다.

 

소그룹 활동, 개인신앙과 연결

이쯤 되면 모이지도 않고 불만만 많은 소그룹 모임이 대체 왜 있어야 하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섣불리 ‘소그룹 무용론’을 말하기에는 건강한 소그룹 모임이 성도들에게 주는 유익은 너무도 크다. 특히 대성전에 다수의 사람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이 제한됐던 코로나 상황에서 시행된 소그룹 활동은 훌륭한 대체제 역할을 해냈다.

먼저는 코로나로 단절됐던 성도들간의 유대감을 유지시켜 줬다는 점이다. ‘한국교회 소그룹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도들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 소그룹 모임의 유익한 점으로 ‘소그룹 식구들과 삶을 나누며 유대감이 강해짐’(29%)을 꼽았다. ‘코로나19로 저하되기 쉬운 영성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됨’(22%)이 그 뒤를 이었고 ‘교회와의 연결성이 끊어지지 않음’(16%)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이뤄지지 못한 주일 대면 예배와 교제의 역할을 소그룹 모임이 일정 부분 대신해낸 것이다.

소그룹 모임이 지켜낸 성도들의 끈끈한 유대감과 교제의 끈은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영성으로 이어졌다. 같은 조사에서 소그룹 활동자들과 비활동자들간 교회 생활과 신앙생활의 차이는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주일간 얼마나 신앙 활동을 했는지 묻자 소그룹 활동자가 비활동자에 비해 모든 항목에서 2~4배 가량 높았다.

‘기독교 방송을 시청하거나 청취’한 소그룹 활동자는 45%였지만 비활동자는 20%에 불과했다. ‘신앙 나눔이나 상담’(활동자:30%, 비활동자:7%), ‘성경공부 및 제자훈련’(활동자:25%, 비활동자:6%), ‘QT나눔’(활동자:24%, 비활동자:5%)에서는 그 차이가 더 극명하게 벌어졌다. 개인 신앙 활동을 거의 하지 못했다고 응답한 소그룹 활동자는 9%에 그쳤지만 비활동자는 33%나 됐다.

교회 생활에 대한 인식도 남달랐다. 소그룹 활동자의 경우 94%가 ‘나는 예배를 소중히 여긴다’는 문항에 ‘그렇다’고 대답했지만 비활동자는 86%였다. ‘나는 교회의 도움으로 그리스도인으로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문항엔 소그룹 활동자 84%가 ‘그렇다’고 답한 반면 비활동자는 64%에 머물렀다. 앞으로 교회의 양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도 소그룹 활동자(81%)가 비활동자(56%)에 비해 훨씬 컸다.

결과적으로 소그룹에 참여하는 이들은 교회 내 신앙수준이 가장 높은 그룹인 것으로 드러났다. 교회 성도들을 그룹별로 나누고 그룹 내에서 신앙수준 상위자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분석하자, 소그룹 리더 그룹이 60%로 1위를 차지했고 소그룹 정기 활동자가 54%로 그 뒤를 이었다. 여성 중직자(48%), 중직자 전체(47%), 남성 중직자(46%) 등 직분을 맡은 중직자들보다 소그룹 활동자들의 신앙수준이 더 높게 나타난 것이다.

건강한 소그룹 활동은 성도들의 개인 신앙생활뿐 아니라 교회 전체의 성장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내년도 목회 전망을 물은 질문에 ‘좋아질 것’이라고 긍정적 응답을 한 목회자들의 특징을 분석하자 네 가지 공통점이 나타났다. 그 중 한 가지가 ‘소그룹 운영이 잘 되고 있다’는 응답이었다. 소그룹 운영이 원활하게 되고 있을수록 교회의 미래도 밝게 그리고 있었다.

한국소그룹목회연구원 대표 이상화 목사는 “목회자들은 2023년에 강화되어야 할 중점 목회 사역으로 소그룹 강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관계의 거리감을 해소하고 성도들이 서로 교제와 친교를 강화하는 방법으로 소그룹을 꼽았다”면서 “소그룹 목회는 파편화됐던 코로나 시대는 물론 시대의 분위기가 달라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가장 효과적이고 필수적인 사역 방안일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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