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세대에게 이어가기 위한 그림대회·글쓰기 행사도
지난달 31일 오전 6시 40분. 부지런한 직장인들이 출근 준비를 위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있을 즈음 난데없는 사이렌 소리가 서울 전역을 뒤덮었다.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로 인해 긴급하게 울린 경계경보였다. 이른 아침의 해프닝으로 끝나긴 했지만 우리나라가 아직 전쟁이 끝나지 않은 휴전 국가임을 새삼 되새길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한국전쟁이 기억에서 사라져 갈수록 목숨을 걸고 우리나라를 지킨 참전용사들의 희생과 헌신 또한 잊혀져 간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70년간의 평화로 점점 흐려지고 있는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매년 감사를 전하는 교회가 있다. 새에덴교회(담임:소강석 목사)는 지난 2007년부터 17년째 한국전이 발발한 6월 25일을 즈음해 해외 참전용사들을 초청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18일 마지막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진행한다.
정부행사를 제외한 종교 및 민간행사로는 최초, 최대 행사로 이어오고 있는 참전용사 초청행사는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시작됐다. 지난 2007년 1월 15일 ‘마틴 루터킹 국제평화상 전야제’에 참석한 소강석 목사가 리딕 나다니엘 제임스라는 노병을 만났다.
그는 소 목사에게 다가와 왼쪽 허리의 총상 흉터를 보여주며 한국전쟁 이후 한 번도 한국에 가보지 못했다고 울먹였다. 소 목사는 그 자리에서 절을 하며 한국으로 꼭 초청하겠다고 약속했다. 그해 6월 23~27일 50여 명의 미국 한국전 참전용사를 초청하며 시작된 인연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각국 참전용사 50여명이 한국을 찾는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이자 참전용사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마지막 행사라는 점에서 특히 뜻깊다. 올해는 전쟁이 중단된 정전 70주년이기도 하지만 정전은 우리나라가 주도하기보다는 주변 열강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됐다는 점에서 새에덴교회는 한미동맹 70주년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새에덴교회 참전용사 초청행사를 맡고 있는 이종민 목사는 “아무래도 한국전 발발 이후 73년이라는 세월이 지났다보니 돌아가신 분도 많이 계시고 생존해 계신 분들도 장거리 여행을 하기 힘든 상황”이라면서 “한국으로 초청하는 인 서비스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초청은 마지막이지만 참전용사들과의 인연의 끈은 계속해서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건강 문제로 한국까지 찾아오기 힘든 참전용사들을 대신해 새에덴교회 측에서 직접 그들의 고국을 찾아 방문하고 감사를 전하며 후손들과의 연결고리를 이어나가게 된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행사인 만큼 기념 프로그램도 풍성하게 준비됐다. 한국전쟁과 참전용사를 주제로 한 어린이 글쓰기 대회, 그림 그리기 대회도 마련돼 다음 세대들도 분단의 현실과 참전용사들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종민 목사는 “참전용사분들 중 한국을 굉장히 사랑하는 분들이 많이 계신다. 현실적인 이유때문에 한국 초청 행사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진행하지만, 새에덴교회는 가족들과 후손들을 연계해 한국전쟁의 의미와 참전용사들의 헌신을 기리는 일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