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콤 미술의 빈번한 소재가 된 ‘선한 목자’ 그림
상태바
카타콤 미술의 빈번한 소재가 된 ‘선한 목자’ 그림
  • 이상규 교수
  • 승인 2023.04.19 12: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규 교수의 초기 기독교 산책 (140) - 카타콤과 기독교 신앙의 상징(18)

카타콤 미술의 형태는 다양한데, 나사로를 살리신 사건 외에도 여러 이적과 기사를 표현했다. 가나 혼인잔치에서의 기적이나 5천명을 먹이신 일도 카타콤 미술의 중요한 주제였다. 윌페르트에 의하면 누룩의 비유 같은 기적을 보여주는 경우가 38건 발견되었다고 한다. 예수님께서 5천명을 먹이신 일은 굶주린 이들에 대한 단순한 연민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육신의 필요를 채워주는 즉각적인 만족 그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것은 “인자의 살을 먹지 않고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 생명이 없다”(요 6:53)는 상징이었다. 이 상징의 더 높은 단계가 성만찬이었다. 예수님은 떡과 포도주를 자신의 살과 피와 동일시했다. 그래서 성만찬은 카타콤 미술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주제가 된 것이다. 이 중 유명한 그림이 앞에서 소개한 바 있지만 프리스길라 카타콤에서 발견된 ‘프라치오 파니스’(Fractio panis), 곧 ‘떡을 뗌’이라고 부르는 그림이다. 성만찬에 대해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가 성 칼리스투스 카타콤의 성만찬 관(chapels of the Sacraments)일 것이다. 그 인근에 만찬예식에 대한 그림이 제시되고 있다고 한다.

죽은 자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추모나 장례식이 망자의 무덤에서 행해졌는데, 이는 고대사회에서는 아주 일반적인 일이었고, 그리스도인들에게도 동일했다. 특히 순교자의 무덤에서 순교자를 기념하고 추모하는 일은 더욱 그러했다. 한 가지 경우가 아피아 가도(街道)의 카타쿰바스(ad Catacumbas)라는 곳에 있는데, 아래와 같은 낙서가 그려져 있다<그림 1>. 이런 글씨를 ‘그래피티 graffiti’라고 말하는데, ‘긁다, 혹은 긁어서 새기다’라는 뜻의 그리스어 ‘sgraffito’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림 1>에 새겨진 글씨는 PAUL ED(T) PETRE PETITE PRO VICTORE 인데, ‘바울과 베드로는 승리를 위해 기도한다’(Paul and Peter pray for Victor)는 내용이다. 이런 것 외에도  카펠라 그레카(Cappella Greca)에서는 돌 의자(stone bench)가 발견되었는데, 장례식 때 사용된 것으로 보고 있다.

카타콤에서 발견된 가장 빈번하고 현저한 그림은 선한 목자에 대한 그림이다<그림 2>. 이 그림은 모든 카타콤에 등장하는 보편적인 그림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들의 목자라는 개념은 구약의 시편과 선지서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고(시 23, 78, 80, 100, 이사야, 예례미아, 에스겔서 등) 신약에서도 예수님은 우리의 목자라는 이미지는 요한복음에 강하게 나타나 있고 잃은 양에 대한 비유는 마태와 누가복음에 나타난다. 또 목사로서의 그리스도 상은 사도행전, 베드로전서, 히브리서, 폴리갑의 순교기에도, 그리고 1세기 중엽에서 2세기 어간의 로마에서 기록된 헤르마스(Herma)의 예언서적인 기록인 목자(The Shepherd)라는 책 제목도 있다. 이 때문에 ‘선한 목자’ 그림이나 상징은 카타콤 미술의 가장 빈번한 주제가 된 것이다.

백석대 석좌교수·역사신학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