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칼럼]“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삶과 함께하는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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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칼럼]“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삶과 함께하는 동반자”
  • 오혜련 (각당복지재단 회장)
  • 승인 2023.04.04 22: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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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죽음을생각하다 6 죽음교육의 선구자들

죽음은 생명의 탄생과 함께 늘 함께 있어 왔다. 따라서 죽음을 주제로 다루는 학문의 영역은 참으로 넓다. 그러나 현대적 의미의 죽음준비교육은 역사가 길지 않다. 죽음교육의 선구자라고 불릴 수 있는 죽음준비교육 실천가는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 알폰스 디켄 박사, 시실리 손더스 박사 세 분을 꼽을 수 있다. 이분들은 죽음 연구와 호스피스에 일생을 바친 분들이다.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 박사는 많은 죽어가는 환자들을 상담하고 죽음에 대해서 20여권의 책을 남긴 널리 알려진 분이다. 스위스 태생으로 열아홉 살 때 폴란드 마이데넥 수용소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중에 벽에 수없이 그려진 환생을 상징하는 나비 그림을 보고 의학을 전공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그녀는 1965년부터 시카고대학교에서 정신과 의사로 일했다.

로스 박사는 1969년 첫 저서인 <On Death and Dying>에서 죽음을 앞둔 500명의 임종환자들과의 인터뷰 결과를 발표했다. 이 책에서 인간이 죽음을 앞두고 겪게 되는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다섯 단계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지금도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변화에 대하여 널리 인용되고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인생수업>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에 간절히 원하게 될 것, 그것을 지금 하라”고 말한다.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동안 부정적이고 편협한 모습을 걷어내고, 자신 안에 있는 최상의 것을 발견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하여 언제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난 진정한 삶을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게 하라고 가르쳤다.

알폰스 디켄 박사는 1932년 독일 출생으로, 미국, 영국 등을 거쳐 1970년대에 일본에 정착했다. 그는 대학 시절 임종을 맞이하는 환자에게 모차르트 레퀴엠을 틀어 주며 행복하게 눈 감는 모습을 본 것을 계기로 평생 죽어가는 사람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결심했다. 동경 상지대학에서 가르쳤고, 1982년에 ‘일본 생과사를생각하는회’를 시작하고 이끌었다.

죽어가는 환자는 사후의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와 불안뿐 아니라, 지독한 좌절과 사랑하는 이들로부터의 분리감을 느낀다. 그래서 그는 죽음 준비를 소홀히 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고, 죽음준비교육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디켄 박사는 퀴블러 로스 박사의 다섯 단계 다음에 기대와 희망을 추가해 여섯 가지의 심리 변화를 이야기했다. 그리고 죽음준비교육의 열다섯 가지 목표를 제시했다. 이 열다섯 가지는 각당복지재단 죽음준비교육의 기틀이 되어 있다.

시실리 손더스 박사는 현대 호스피스 운동의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영국의 간호사, 사회복지사, 의사였다. 말기 환자를 위해 일생을 바치기로 한 그는 38세의 만학도로 의사가 되어 말기환자의 통증 완화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해서 암 말기환자 통증완화의 전문의가 되어 세계의학계에 크게 이바지했다. 환자의 생명 연장에만 집중을 하던 의학계에 인간의 품위를 지키며 죽음을 맞이하게 돕는 것을 주장한 손더스 박사의 호스피스는 죽음준비교육과 함께 적극적으로 확산돼야 할 분야이다.

위의 세 선구자들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게 했다. 죽음 앞에 후회하지 않는 삶, 진정한 삶을 살려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쳤고, 죽음준비교육이 왜 필요한지를 삶으로 실천하였으며, 말기환자의 마지막을 편안하고 의미있게 마무리하도록 돕는 호스피스 운동을 시작하였다. 세 선구자들은 죽음은 동전의 양면처럼 삶과 함께하는 동반자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준비하라고 가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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