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한국교회, 엔데믹시대 맞을 준비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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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한국교회, 엔데믹시대 맞을 준비 됐나?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3.02.02 1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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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목회포럼, 지난 2일 제19-1차 정기포럼 개최
‘재도약과 추락의 기로’ 주제, 한국교회 과제 모색
미래목회포럼은 지난 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올해 첫 정기포럼을 개최하고, 코로나 엔데믹 시대를 맞는 한국교회의 과제에 대해 진단했다.
미래목회포럼은 지난 2일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올해 첫 정기포럼을 개최하고, 코로나 엔데믹 시대를 맞는 한국교회의 과제에 대해 진단하고 토론했다. 

정부는 지난달 30일 0시를 기해 실내 마스크 착용을 ‘의무’에서 ‘권고’로 전환했다. 온 국민들을 괴롭혔던 코로나19의 종식까지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방역완화 조치다.

무엇보다 교회에서도 예배를 드리며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무척이나 반갑다. 설교자는 약 3년 만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교인들의 얼굴을 직접 마주할 수 있게 됐다. 닫혀 있던 교회 식당을 여는 교회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0명 미만, 그보다 더 가혹하게 모일수 없었던 때를 생각하면, 엔데믹(Endemic) 시대로 전환은 감격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한국교회는 코로나19 이후 새로운 환경을 제대로 맞이할 수 있을까. 코로나를 겪으며 생활양식부터 사고방식까지 많은 것이 바뀌었다는데 이견은 거의 없다. 지금 한국교회는 재도약이나 추락이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는 관점에서, 미래목회포럼이 지난 2일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올해 첫 정기포럼을 개최하고 한국교회 과제를 논의했다.

“약자를 찾아가는 목회여야”
포럼 첫 발제를 맡은 춘천동부교회 김한호 목사는 ‘섬김’을 뜻하는 헬라어 ‘디아코니아’(διακονια)를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한국교회가 나갈 방향으로 제안하면서, 현장목회 속 적용 사례를 설명했다.

먼저 김한호 목사는 “요한 하인리히 비헤른(Johann Heinrich Wichern)은 19세기 산업혁명 전후 사회적 약자들이 자력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고, 이것이 내적 선교의 기초가 됐다. 교회가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 정신인 디아코니아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교회와 사회를 접목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독일의 사역자 비에른의 디아코니아 목회를 조명했다.

김 목사에 따르면, 비헤른의 영향으로 1849년 내적선교회가 설립됐고, 디아코니아 사역은 독일뿐 아니라 북유럽 국가까지 확산돼 사회복지국가로 도약할 수 있는 뿌리가 됐다는 것이다.

김 목사는 “코로나19 기간 새로운 약자그룹에 생겨났고 기존 약자그룹을 위한 섬김도 크게 약화됐다. 위드 코로나에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여전하다”며 “소외되고 외면당하는 이들을 찾아가 그들의 구원과 필요를 섬겼던 예수 그리스도 것처럼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야 한다”고 원칙을 강조했다.

2011년 춘천동부교회 부임 직후부터 김한호 목사는 지역 내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사회적 디아코니아를 실천했다. 찾아가는 당회, 영아부부터 청년부까지 특성화된 찾아가는 봉사 등을 펼치며 이웃들을 섬겨왔다. 

김 목사는 “코로나를 겪으며 사회적 거리두기에 교회가 익숙해졌지만, 이제 세상을 향해 다가가야 하고 약자들을 찾아가야 한다. 코로나 시대일수록 찾아가는 목회가 중요하다”면서 “성장을 위한 섬김이 아니라 그냥 섬겨야 한다. 교회 이름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법인을 만들어 섬기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무엇보다 기도하지 않으면 어떤 사역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했다.

대한교회 윤영민 목사는 “디아코니아 목회는 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라는 말씀을 실제적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교회가 세상에 소금처럼 녹아들어가 동화된 후 빛처럼 구별되는 것을 말한다”며 “교회가 찾아오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섬기면서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엔데믹 리스크’ 관리해야 할 때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조성돈 교수(목회사회학연구소)는 "코로나 동안 미뤄왔던 문제들이 이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이른바 ‘엔데믹 리스크’를 교회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돈 교수는 “과거에는 속도보다 방향이라고 했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방향보다 속도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코로나 때문에 2030년을 지금 시대로 당겨온 것처럼 속도를 따라잡기 어려운 지경이다”며 “충분히 겪어야 할 과정을 생략했기 때문에 결국에는 문제가 생겨나고 이는 교회에서도 마찬가지 현상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3년 동안 코로나를 겪는 동안 교회 환경이 크게 바뀌었다. 교인들의 신앙생활과 인식도 변화한 것이 사실이다. 조성돈 교수는 특히 교인들이 스마트해진 ‘주체적 신앙인’이 되었다고 평가하면서 명암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조 교수는 “코로나로 인해 교회가 신앙 욕구를 채워주지 못하자 교인들은 스스로 살길을 찾았고, 유튜브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통로가 되었다. 스마트한 성도들에겐 새로운 (신앙생활) 패턴으로 자리잡았다”면서 “교회 프로그램이 많은 부분 회복했다지만 문제는 교인들이 과거처럼 동력화되지 못할 수 있다. 굳이 교회 틀안에서 신앙생활을 유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 작년 11월 학원복음화협의회가 발표한 대학생 의식조사를 보면, 교회에 참석하고 있는 학생들의 신앙생활은 5년 전 같은 조사에 비해 더 열심이었다. 특히 묵상과 통독에 대한 비율이 더욱 높았다.

조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성도들이 교회를 기다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길을 찾은 것이다. 어쩌면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장점이라고 할 수 있지만, 목회적 측면에서는 교인들이 교회에 모이는 것에 대한 열심을 잃어버린 확률이 커진, 위기로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조 교수는 “바울 사도가 유대적 기독교에서 벗어나 세계적 기독교로 뛰쳐나갔던 것 같은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엔데믹 리스크는 이제 현실이다. 시대전환의 때에 한국교회는 오히려 새로운 세계로 뻗어나가야 한다. 오히려 엔데믹 리스크가 교회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중온누리교회 양인순 목사는 “목회 현장에서 엔데믹 리스크 상황을 직접 경험하고 있다. 편리함에 익숙해진 교인들을 어떻게 성전 중심의 예배와 봉사로 이끌 것인가가 과제”라면서 “목사 중심의 사역과 일방통행식 구조의 경직성을 재고해볼 좋은 시간이다. 자발적인 참여와 섬김의 구조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의 때”라고 희망적 안목을 제시했다.

양 목사는 “중요한 것은 분명한 교회론 정립, 복음과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해”라면서 “도그마화된 신앙의 틀을 벗어나 복음의 본질을 지키되 세상이 요구하는 질문에 바른 응답을 해야 한다.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해 기독교적 신앙과 신학, 윤리에 근거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편, 미래목회포럼 대표 이동규 목사(청주순복음교회)는 “언택트로 표현되는 온라인 중심 생활환경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면서 “이러한 세상의 변화는 기존 한국교회 토양과 상반되어 있다고 봐야 한다. 한국교회는 이런 급격한 변화를 어떤 자세로 맞이할지 향후 더욱 깊이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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