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 구경꾼에서 ‘예비된 자’로 거듭나는 은혜 누리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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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 구경꾼에서 ‘예비된 자’로 거듭나는 은혜 누리는 청년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12.05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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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의 실험 도전하는 예능청년교회
예능청년교회는 2015년 예능교회로부터 독립했다.
예능청년교회는 2015년 예능교회로부터 독립했다.

소위 ‘N포세대로 불리는 요즘 청년들을 두고, 이들이 신앙마저 포기할까 싶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갈수록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면서 한국교회 안에서 청년부가 힘을 잃어가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 청년들이 모여드는 교회가 있어 눈길을 끈다. 다음세대도 얼마든지 은혜받고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는 소신 아래 과감히 청년부를 독립시킨 예능청년교회가 그 주인공. 세상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위로받는데 그치지 않고 교회에 대한 자부심과 주인의식으로 믿음의 실험을 이어가고 있는 예능청년교회를 통해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예능청년교회 이명신 전도사(왼쪽)와 심성수 담당목사(오른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예능청년교회 이명신 전도사(왼쪽)와 심성수 담당목사(오른쪽)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인의식으로 이끄는 교회
청년들은 하나님이 한국교회에 주신 선물이자 미래를 이끌 주역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잠재력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어린아이로 취급한 건 아닌지 돌아보게 됐죠. 청년세대가 열정을 갖고 소신껏 사역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7년 전 모교회인 예능교회(담임:조건회 목사)로부터 재정적·행정적 독립을 이룬 예능청년교회 심성수 담당목사와 이명신 전도사는 그 배경에 대해 이같이 입을 모았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모교회 소속 청년부로 있을 당시 70여 명이던 성도는 현재 4배가량 성장했다. 연간 예산 규모도 6배 정도 커졌다. 청년들만으로는 교회 운영이 어려울 것이란 편견을 당당히 무너뜨린 것이다.

심 목사는 청년부였을 때 매번 당회에 예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하는 게 번거로웠다. 반대로 모교회의 형편에 따라 청년부 사역이 제한되는 현실도 아쉬웠다처음부터 부흥에 목적을 둔 게 아니라 기존의 사역을 더 잘 해보자는 마인드로 독립을 결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 일환으로 예능청년교회는 독립 첫해부터 청년운영위원회라는 의사결정기구를 조직, 매달 회의를 열고 청년들의 다양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해왔다. 구경꾼에 머물던 청년들이 예배와 사역, 예산집행 등 교회 운영 전반을 적극적으로 리드해가는 것이다.

심 목사는 운영위원회에는 예배·찬양·영상·새가족 팀장 등 필드의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청년 팀장들이 참여한다덕분에 청년들의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사역들을 꾸려가고 있다. 청년들은 주체적으로 사역의 개선점과 방향성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교회에 불만 대신 애정과 신뢰, 그리고 책임감을 갖는다고 귀띔했다.

그렇다고 예능청년교회가 본교회와 완전히 단절된 건 아니다. 이 전도사는 본교회 담임목사와 담당교역자 및 장로 등도 운영위원회에 소속됐다. 이들은 본교회와 청년교회를 잇는 가교로써 혹시 모를 갈등을 중재해준다물론 대부분의 결정은 청년들의 몫이다. 지금 출석하는 청년 중 3분의 1은 운영위원회 출신일 정도로 교회에 대한 충성도도 남다르다고 말했다.

예능청년교회는 분립개척 이후 예산집행에 관해서도 꾸준히 본교회와의 유기적인 연합을 도모해왔다. 청년들이 헌금의 일부를 다시 본교회로 흘려보낸 것이다. 이 전도사는 장성한 자녀들이 부모를 돕는 것처럼 우리의 예산이 늘수록 모교회를 위한 지원에 힘을 쏟았다예능청년교회가 우리들만의 리그가 아닌 건강한 신앙공동체로 서길 바랐다고 부연했다.

이를 기반으로 예능청년교회는 청년기 자부심을 갖고 헌신한 경험이 장년기 때 더욱 빛을 발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교회에 대한 긍정적 인식과 깊은 이해를 지닌 청년들이 나이가 들어 본교회로 돌아갔을 때 준비된 리더로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뜨거운 열정의 동력은 영성
예능청년교회가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었던 비결은 단

운영위원회 청년들이 교회 운영에 대해 회의하는 모습.
운영위원회 청년들이 교회 운영에 대해 회의하는 모습.

 

단순히 독립에만 있지 않다. 바로 은혜와 영성이란 본질적 가치를 추구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야말로 청년을 위한, 청년에 의한 사역들을 두고, 심 목사는 청년들이 교회에 나오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돌봄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교회와 목회자를 통해서 신앙적으로 힘과 용기를 얻고픈 것이라고 밝혔다.

그 일환으로 예능청년교회는 찾아가는 예배, 심방사역에 구슬땀을 흘리며 청년들을 격려한다. 사실상 청년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은 교회가 아닌 직장과 학교다. 이에 예능청년교회는 서울뿐 아니라 대구·부산 등 지방도 마다하지 않고 어디든 달려간다. 또 매년 상·하반기에는 메타노니아 예배를 개최해 청년들의 영적 갈급함을 채운다.

예능청년교회는 해마다 아프리카·러시아 등 해외선교에도 열심이다. 특히 2015년 시작된 인도네시아 선교는 어느덧 7기까지 이뤄졌는데 열매가 값지다. 심 목사는 한 선교지를 오래 지속적으로 섬기면서 현지교회와 끈끈한 교류를 형성하고 있다다수의 청년들이 같은 선교지 땅을 밟으면서 영적 공감대를 갖고 이제는 현지신학생들을 정기 후원하고 있다고 했다.

예능청년교회는 해마다 국내외 단기선교에도 열심이다.
예능청년교회는 해마다 국내외 단기선교에도 열심이다.

믿음의 모험(Holy Insecurity)을 추구한다는 슬로건 하에 예능청년교회는 예배 디렉팅에도 큰 공을 들였다. 젊은세대의 특성을 고려해 전통과 현대적 요소를 겸비한 역동적인 예배를 구축, 뜨거운 감격을 회복시키겠다는 취지다.

전문 사역자를 쓰는 대신, 아마추어지만 소속감과 책임감을 가진 청년들로 찬양팀 워십메이커스를 꾸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워십메이커스는 20171예수는 빛에 이어 20192사랑한다 말하시네라는 타이틀로 앨범도 발매하는 역사를 쓰기도 했다.

이 전도사는 “2집에 수록된 8곡은 모두 청년들의 믿음의 고백이 담긴 자작곡이다. 평소 예배와 선교지에서 느꼈던 은혜가 고스란히 묻어난다청년들이 믿음의 추억을 공유하면서 스스로 성장한 이야기를 남겼다는 점에서 뜻깊다. 앨범 발매는 신앙의 유산이자 소중한 경험으로 남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회가 성장하는 만큼 개인의 신앙도 성숙해져야 한다. 소속감과 책임감을 갖고 훈련받은 청년들을 믿고 기다려주면 언젠가는 반드시 예비된 자로 거듭난다한국교회는 청년들을 마냥 위로받아야 할 나약하고 수동적인 존재로만 여겨서는 안 된다. 청년들도 대안을 제시하며 스스로 고정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고 목회 철학을 드러냈다.

끝으로 심 목사도 청년들은 정말 사랑하는 교회를 만나면 충분히 은혜받고 헌신할 준비가 돼있다. 그들의 깊은 내면에는 갈급함이 있다청년세대의 스펙트럼이 갈수록 넓어지는 가운데 교회들은 더욱 공격적으로 청년들에게 투자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예능청년교회 성도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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