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 아픈 영혼들 돌보는 병원이 제게는 선교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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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아픈 영혼들 돌보는 병원이 제게는 선교지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10.31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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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크리스천 (24)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윤수호 전담간호사
윤수호 간호사는 더 많은 환자를 품고자 ‘수화통역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볼 간()에 지킬 호()로 이뤄진 단어 간호는 누군가를 돌본다는 의미다. 하지만 한 영혼의 아픈 몸과 마음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기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이를 업으로 삼는 간호사들의 경우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늘 마음 한구석에 거룩한 부담감을 지닌다.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상의학과 인터벤션실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윤수호 씨(52·예수인교회)도 그렇다. 올해로 27년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 간호사지만 언제 생길지 모르는 응급환자를 대비해 가슴을 졸이는 건 여느 간호사들과 다름없다.

그도 그럴 것이 수호 씨가 속한 인터벤션실은 중재시술을 담당하는 곳으로 대개 암이나 뇌경색 등 위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자들을 상대한다. 이에 항암보조치료부터 사지혈관이 막히거나 비정상적인 출혈이 일어날 시 긴급하게 투입되는 것 모두 그의 역할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는 매번 당직인 주말에는 언제 울릴지 모를 응급 콜을 염두에 두고 병원으로 30분 만에 달려갈 수 있는 거리에서만 일정을 소화한다. 웬만한 열정과 헌신으로는 불가능할 얘기다.

수호 씨는 촌각을 다투는 환자들이 언제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다당직 주간에 멀리 여행을 가는 건 당연히 꿈도 못 꾼다. 그동안 샤워를 하거나 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갑작스런 부름을 받고 병원으로 뛰어간 적도 셀 수 없이 많았다고 웃어 보였다.

어디 이뿐이랴. 소위 간호사는 고된 업무량과 밤낮이 바뀌는 3교대, 감정노동 등으로 체력과 정신이 소진되는 극한직업으로 묘사된다. 그의 고충이 충분히 짐작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수호 씨는 생사의 문턱에서 함께 울고 웃었던 환자들 덕분에 삶의 가치와 보람을 발견하고 하나님이 주신 소명을 확신했다.

특히 5년 전 5개의 암을 동시에 진단받은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끝없는 감사를 고백하던 네팔 선교사와의 만남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하나님이 부르신 곳에서 그리스도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진정한 복음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실 제가 청년의 때에 계속 기도했던 게 자비량 선교사가 되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어느 선교지를 가야 할지 늘 고민했었죠. 그런데 네팔 선교사님을 만나면서 지금 내가 서있는 이곳, 바로 병원이야말로 진짜 선교지란 걸 깨달았습니다. 저에게 건강이 허락된 이유도 하나님이 맡겨주신 사람들을 잘 케어하라는 뜻 같아요.”

질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돕는 것만으로도 그저 감사하다는 수호 씨. 무엇보다 20년 넘게 간호사로 재직하면서 이름만 대면 모두가 알만한 거물급 인사들도 숱하게 접한 그는 간호사로서의 사명을 더욱 뼈저리게 실감했다.

사회적으로 대단한 명망과 지위를 얻은 분들도 막상 검사실 침대에 누우면 연약한 인간일 뿐이더라고요. 이런 사람들에게 의료진이 얼마나 큰 힘이 되겠어요. 저 역시 한 생명이 다시 살아나길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어머니의 심정으로 밤새 그들의 곁을 지킵니다.”

한편, 수호 씨는 더 많은 환자를 품고자 수화통역사자격증을 따는 열성도 보였다. 청각장애인들은 아파서 병원에 가도 의료진과 말이 통하지 않아 적절한 검사나 치료를 받는데 상당한 애를 먹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수화통역사가 배치된 병원들은 턱없이 부족해 청각장애인들의 의료권이 제약받는 실정이다.

이에 수화를 배우는 게 의료인의 마땅한 임무라고 여긴 그는 그동안 하나님이 자신을 꼭 필요로 하는 청각장애인 환자들을 적재적소에 보내주셔서 감사함과 동시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저는 제가 마주하는 모든 환자를 붙잡고 맘속으로 기도해요. 가령 하나님, 만약 제게 은사를 주신다면 부디 치유하는 손을 주셔서 저의 손길이 닿는 사람마다 통증이 사라지고 건강을 회복시켜주세요라고 말이죠. 간호사로서 맞이하는 매 순간이 은혜인 이유는 이처럼 환자들에게 제가 조금이나마 축복의 통로가 됨을 믿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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