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마누엘’의 하나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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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마누엘’의 하나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2.10.11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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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녀의 행복한 아빠 , 다드림교회 김병년 목사

18년 동안 침상에 누운 아내 돌보며 목회
고난 속에도 ‘임마누엘 하나님’ 감사 고백

인생의 고난은 예기치 않는 순간에 들이닥친다. 건강했던 아내가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이틀 만에 쓰러졌다. 원인은 뇌경색. 생명의 탄생에 대한 기쁨도 찰나였다. 갓 태어난 핏덩이를 품지도 못한 채 사지가 굳어버린 채로 눈도 뜨지 못하게 된 아내를 마주해야 했다.

그런 아내를 보며 울부짖어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20일 금식기도를 두 번. 7일, 5일 닥치는 대로 금식기도를 하며 하나님의 응답을 구했다. 다급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아내의 회복을 위해 기도했던 그에게 하나님이 주신 응답은 “내가 너와 함께 하겠다”라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침상 위에 누워있는 아내를 간호하며 돌본 지 18년이 지났다. 아내는 여전히 누워있고 별다른 차도도 없다. 핏덩이 같던 셋째도 이젠 어엿한 고등학생이 됐다. 다드림교회 김병년 목사(57)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앞에 고통스러워하며 아내의 병이 낫기를 간구했지만, 지금은 그 어떤 응답보다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김병년 목사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앞에 고통스러워하며 아내의 병이 낫기를 간구했지만, 지금은 그 어떤 응답보다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김병년 목사는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앞에 고통스러워하며 아내의 병이 낫기를 간구했지만, 지금은 그 어떤 응답보다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나와 함께 하신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앞에서

지난 7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다드림교회에서 만난 김 목사는 아내가 쓰러진 뒤 18년 동안 아내를 간호하고 세 자녀를 돌보며 교회사역을 이어온 이야기를 담담히 털어놓았다. “아내가 쓰러질 당시 교회를 개척한 후 3개월이 지났고 첫째가 9살, 둘째가 5살이었고 이제 막내가 갓 태어난 상황이었습니다. 교회도 자리 잡지 못했던 상황에서 너무나도 혼란스러웠고 제 삶은 혹독 그 자체였습니다.”

더군다나 당시 그는 열 가정의 성도들과 함께 갓 교회를 개척한 상황이었다. 교회도 자리 잡지 못한 채 어린 자녀를 부양하며, 24시간 아내까지 간호해야 하는 말 그대로 ‘참담한’ 심정이었다. 아내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꼼짝도 할 수 없는 몸이었다.

처음에는 실낱같은 ‘희망’이 있었다. 하나님께 간절히 구하고 기도하면 병든 아내가 아픈 몸을 훌훌 털고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 말이다. 처음 3년은 그러한 기대를 안고, 아내 곁에 간병인을 두고 기도원에 다녔다. 수일 동안 금식기도를 했고, 교회에서 기도 하며 밤을 새운 일도 허다했다. 하지만 기도하면 할수록 고난은 쉬지 않고 들이닥쳤다. 아내가 낫기는커녕 한순간의 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게 된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앞에 그는 “하나님, 이제 그만 좀 하세요”라며 울부짖었고 원망이 밀려왔다. 그러한 과정을 겪으며 세미한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토록 간절했던 아내를 낫게 해주시겠다는 것이 아닌, 고통 속에 있는 그와 함께 하시겠다는 ‘임마누엘’의 하나님에 대한 응답이었다.

“처음엔 아내가 움직일 수 있게 해달라고 그것이 하나님의 뜻이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아무런 미동도 없으셨고 오히려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고통 속에 몸부림치고 있는 나와 함께 하고 계시며, 나보다 더 아파하신 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셨습니다.”

당시 어린 막내는 동생 부부에게 맡겨놓고 어린아이 둘은 아빠 없는 사택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했다. 누구보다 자신이 가장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을 때쯤, “아이들이 제일 힘들 것”이라는 누군가의 말이 그의 가슴을 때렸다. 그제야 교회는 자신이 없어도 다른 누군가가 섬길 수 있지만, 가정 안에는 자신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후 세 자녀가 아내가 있는 한방에서 함께 자게 됐고 도란도란 떠들며, 아내와 있었던 시시콜콜한 얘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집에서 간병을 하며 제일 좋았던 것은 아이들에게 엄마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교회 공동체’가 있었기에

그런 상황에서 김 목사는 월, 화, 수요일은 매일 아내를 돌보며 생활해야 했고, 매일 저녁 시간에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병든 아내를 간호해야 했다. 이러한 생활을 20년 가까이 반복했다. 교회와 성도들의 배려 없이는 불가능한 부분이었다. 처음에는 혼란스러운 일상이었지만,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은 교회의 사역도 가정의 모습도 어느 정도 안정을 이뤘다. 그는 이 과정에서 교회 공동체가 함께 했기에 견딜 수 있었고, 자녀들도 잘 양육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당시 아내를 돌보랴 아이들을 양육하랴 설교 준비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습니다. 사실 담임목사가 이러한 상황에 처할 경우 성도가 기다려주지 않으면 목회를 포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정적 부담도 엄청난 상황에서 성도들이 저를 기다려주었습니다. 성도들이 여행을 갈 때 저희 아이들을 같이 데려가 주기도 했고, 무엇보다 아이들을 정말 제 가족처럼 공동체의 일원으로 대해주었다는 것에 감사합니다.”

김 목사의 고난은 성도들이 더욱 하나로 똘똘 뭉치는 계기가 됐다. 누구보다 열심히 기도하는 교회가 됐고, 자연스레 서로의 아픔과 고난을 품고 함께 울어주는 교회가 됐다. 그렇게 개척 당시 열 가정이 모여 시작된 교회가 지금은 성도 340여 명이 재적하는 공릉동의 단단하고 건강한 교회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사모 역할이 부재한 가운데 24시간 아내를 케어해야 하는 목회자로서 어려움이 없었겠는가. 묵묵히 홀로 목회 사역을 감당해야 하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감정적인 문제와 외로움이 있었지만, 마땅히 털어놓을 수 있는 대상도 없었다. 그러니 하나님 앞에 나아와 기도로 호소할 수밖에 없었다. 세 아이를 키우는 일은 또 어떠했겠는가.

그는 “아이들이 간병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아내의 간병은 아빠 몫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이야기해주었고 아이들이 도와줄 수는 있지만, 힘들 경우 거절할 수 있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주었다. 또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여행을 가거나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보니 구김살 없이 밝고 창조적인 아이들로 자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병년 목사와 세 자녀가 함께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다드림교회 김병년 목사와 세 자녀가 함께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마누엘’의 하나님이 함께 계셔

인생의 고난 앞에 많은 사람이 좌절하며, 하나님을 원망하거나 떠난다. 하지만 그가 생각하는 고난의 의미는 다르다. 그는 “인간이 태어나고 노화가 되는 과정에서 누구든 질병에 걸릴 수 있다. 이 모든 일에 고난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다. 물론 병에 걸린 아내를 돌보는 과정에서 오는 화나 분노, 재정적 어려움 등의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겪는 일인데 저는 조금 더 강하게 오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그가 묻게 된 것은 ‘왜 이런 고난을 주시느냐’는 질문이 아니라, ‘하나님이 누구이신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었다. 아내의 간병을 위해 많은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필요한 재정을 하나님이 주셨고, 하나님의 채워주심과 돌봐주심을 경험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고난 중에 함께하시는 하나님을 경험하게 됐다는 것.

고난을 겪고 힘들어하는 그리스도인에게 그의 삶은 큰 위로가 된다. 누구보다도 고난에 대해 할 말이 많은 그가 고난에 대한 결론은 이렇다. 성경 어디에도 ‘그리스도인은 고난당하지 않는다’라는 말씀은 없으며, 하나님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를 건널지라도 그 과정에서 우리와 함께 하시기를 원하는 분이라는 것. 고난이 있었기에 가장 가까이 계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그의 고백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하나님을 믿으면 복 받는다는 성공과 번영의 신학이 한국교회에 만연해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생활을 열심히 하고 기도를 많이 했는데도 잘 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은 예수 그리스도가 바로 우리의 ‘복’되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예수의 자녀된 것이 복이며, 그분의 형상으로 변화되어질 것이 엄청난 복인 것입니다. 인생을 살면서 이해할 수 없는 고난으로 괴로울 때 이 사실을 기억하길 바랍니다. 또 무엇보다 어려운 성도를 은밀히 돌보는 곳이 교회가 되길 바라며, 서로의 짐을 함께 질 수 있는 성도들이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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