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친구들은 ‘천국의 야생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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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친구들은 ‘천국의 야생화’입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2.10.04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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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사는 크리스천 (23) 아프리카 차드에 ‘우물’ 기부한 이요셉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이요셉 작가는 사진을 찍으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과 풍경들을 위해 기도한다.

제가 찍는 사진 속 아프리카 친구들은 마치 천국의 야생화같습니다.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도 그들의 얼굴에는 언제나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이 배어있죠.

여기, 카메라 렌즈 하나로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비추는 이가 있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밝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셔터로 담아내는 이요셉 다큐멘터리 사진작가(45·선한목자교회)가 그 주인공이다.  

이요셉 작가가 처음 카메라를 손에 든 때는 200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것도 아니었지만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는 마태복음 633절 말씀을 붙들고 무작정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형편과 처지가 어려운 노인부터 장애인, 노숙인 등 소위 사회적 약자들에게 렌즈를 비췄다.

추운 겨울날 하루는 폐지 줍는 할머니를 만났어요. 차가운 몸을 녹여드리고 싶어서 따뜻한 음료를 들고 할머니, 누구랑 사세요?’라고 말을 걸었죠. 그런데 뜻밖에 ? 하나님과 살아요란 대답이 돌아왔어요.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 땅 구석구석에 하나님의 천사들이 살고 있음을요. 누군가의 일상을 사진으로 기록하는 건 예수님의 시간을 담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요.”

취미로 시작한 사진촬영은 어느새 업이 되었다. 그리고 2007년 그동안 이요셉 작가의 활동을 눈여겨본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는 먼저 해외봉사에 동행을 제안했다. 녹록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그는 흔쾌히 수락했고, 본격적으로 에티오피아·르완다·케냐 등 아프리카를 돌며 재능나눔을 시작했다. 그는 이때를 돌아보며 하나님께서 자신의 지경을 넓히신 해라고 고백한다.

이 무렵 한국교회는 ‘Again 1907’을 슬로건으로 내걸고 수많은 부흥회를 열었어요. 저 또한 하나님께서 제 안에 기쁘신 뜻을 두고 행하시면 순종하겠다고 기도했던지라, 굿네이버스와의 사역은 응답으로 다가왔죠. 아프리카 여러 나라를 돌면서 사진을 찍으며 기도했고 자원봉사자들을 만날 때마다 하나님이 얼마나 아름다우신지를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요셉 작가가 마주한 아프리카의 현실은 처참했다. 2009년 아프리카 차드에서 수인성 질병을 앓고 있는 생후 5개월의 아기를 만났을 때는 유독 마음이 아팠다. 당시 그 또한 태어난 지 100일 남짓이었던 딸을 두었던 터라 더욱 잊을 수 없었다. 그렇게 후원을 약속하고 귀국했지만 끝내 아기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그곳에는 없다는 게 가슴 아팠어요. 영양실조와 수인성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프리카 친구들을 지켜보자니 눈물이 쏟아졌죠. 오염된 물 때문에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생과 사를 오가는 상황에서 이들을 위한 깨끗한 식수가 절실했습니다.”

이러한 만남은 이요셉 작가가 아프리카 차드에 안전한 물을 공급하는 우물을 기부하기로 결단한 계기가 됐다. 이를 위해 그는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현지 아이들의 모습과 풍경을 화폭에 그려 전시회를 개최했다. 또 사진전을 열어 저개발국가의 현실을 알리는 모금을 진행했다. 이렇게 얻은 수익금에 때로는 자비를 보태 세워온 우물이 올해로 50개에 이른다.

그러나 이요셉 작가의 사진들에는 아프리카가 꼭 부정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는 차드의 실상을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카메라를 목에 걸었지만, 아픔이나 슬픔보다는 힘든 상황 속에서도 밝고 긍정적으로 생활하는 아이들의 잔상을 담기 위해 애썼다. 개구진 표정으로 장난을 치거나 공놀이를 하며 즐겁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이요셉 작가는 아프리카를 떠올리면 흔히 가난과 질병으로 힘겨워하는 이미지를 연상하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며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볼 때 아프리카 아이들은 천국의 야생화와 같다. 열악한 환경 가운데서도 순수하고 해맑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우리가 도와줘서 그들이 웃는 게 아니라, 원래 웃고 있는 그들의 손을 우리가 잡아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그에게 사진을 찍는 것은 곧 예배이자 선교. “저는 내 사진이 저들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를 오랫동안 고민했어요. 그런데 주님은 아주 단순한 답을 주셨습니다. 그저 사진을 찍으며 기도하라는 말씀이었죠. 저는 평범한 일상에서 드리는 모든 기도의 순간에 주님의 임재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제가 만나는 사람들, 풍경들을 사진에 담아내며 기도했습니다.”

이를 통해 하나님은 그가 감당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이루셨다. 케냐·에티오피아·차드 등 아프리카는 물론, 필리핀 쓰레기 마을을 비롯해 강진으로 힘든 네팔에도 그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찾았다. 그리고 이 땅에서 천국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매거진 사이트 럽앤포토에 연재했다.

국내에서도 희귀난치병 아동 후원, 탈북자 대안학교 사진교실 재능기부, 교정시설 수용자 자녀 대상 사진강의 및 정서지원 등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다양한 나눔과 봉사를 펼쳤다. 이 밖에 오늘 믿음으로 산다는 것’(규장) ‘하나님의 시간을 걷다’(토기장이) 등 다수의 책들로 그가 만난 하나님을 전해왔다.

덕분에 그는 아산상 자원봉사상(2021) 국민추천포상 국무총리 표창(2020) 한국기독교출판문화상 우수상(2018) 대한민국을 빛낸 한국인상(2017) 청와대 나눔실천자 선정(2014) 한국나눔봉사대상 금상(2009) 등 다수의 수상이력을 겸하게 됐다.

한편, 이요셉 작가에게는 색약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선천적으로 일부 색을 구별하지 못하는 그의 눈에는 사람의 얼굴이 모두 초록으로 보인다고 한다. 세상적인 판단에서는 색약이 사진작가에게 큰 제약이 될 법도 하지만, 그는 도리어 축복의 통로라고 겸손히 말한다.


바울은 육체의 가시가 떠나가기를 세 번이나 간구했지만 주님은 네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해진다고 말씀하셨죠. 저도 제대로 된 색을 볼 수 없기에 제대로 된 그림 또한 그릴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제 작은 기도를 받으셔서 수많은 생명을 살리셨습니다. 무엇 하나 저의 능력으로 된 게 없어요. 저의 연약함은 곧 하나님의 영광입니다.”

실제로 이요셉 작가는 삶에서 여러 번 연약함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체험했다. 10년 전 쯤 어느 날 하나님은 갑자기 그에게 엽서를 만들라는 마음을 주셨다. 순종하기에는 혼자서 너무 막막했던 그에게 하나님은 놀랍게도 동역자를 붙여주셨다. 이튿날 기도회에 참석했는데 어느 한 자매가 찾아와 혹시 엽서 만들 일 있으면 내가 도와주겠다고 제안한 것.

이요셉 작가는 해마다 자신의 사진과 글을 엮어 캘린더도 제작하고 있다. 수익금은 네팔과 아프리카의 크고 작은 선교와 구제 사역비와 더불어 생활비에 보탰다그는 오늘도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25:40)이란 말씀을 따라 주님이 맡기신 걸음을 걷는다.

가끔 사람들은 제게 어떻게 이런 인생을 선택하게 됐느냐고 묻습니다. 다른 일을 하거나 부를 축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이 길을 걷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뜻이죠. 저의 대답은 쉬워요. 재능이 많은 사람들은 여럿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을지 몰라도, 저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서 선택의 폭이 좁았다는 겁니다. 대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감사했고 그때그때 믿음의 순종들이 있었을 뿐이에요. 그 선택이 이어져 오늘의 제가 되었습니다.” 

이요셉 작가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밝고 천진난만한 모습을 카메라 셔터로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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