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노예 전 세계에 4천만 명…교회가 함께 구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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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노예 전 세계에 4천만 명…교회가 함께 구해주세요”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7.30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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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 거래 뿌리 뽑는’ 국제기구 IJM 아태 대표 방한
7월 30일은 UN이 정한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
IJM의 아프리카 토지강탈 피해자 지원 모습.
IJM의 아프리카 토지강탈 피해자 지원 모습.

국내에서도 ‘염전노예’ 같은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이를 한국의 일상적인 현상이라 말하기는 어렵다. 사건이 알려지는 즉시 국민 대다수가 분노하며 가해자들을 매섭게 비난하는 것부터가 이 사건이 얼마나 특수한지를 방증한다. 한국의 사법 시스템 또한 허점이 있을지언정 이를 개선할 능력과 의지가 충분하다. 하지만 아시아나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동유럽 등에 위치한 개발도상국의 상황은 다르다. 많은 어린이와 여성, 극빈자들이 ‘노예’라는 호칭이 부족하지 않을 만큼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이를 목격한 주변인들, 더 나아가 공권력까지도 이를 방관하거나 심지어 가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IJM(대표:게리 하우겐. International Justice Mission)은 오늘날 지구촌에서 자행되는 ‘노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997년에 설립된 국제기구다. 전 세계 14개 국가 24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1,200명이 인신매매 및 강제노동 구출과 피해자 회복, 현지 사법체계 강화를 위해 일하고 있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에서 만 명에 달하는 피해자를 구출했다.

이들은 ‘현대판 노예’의 수를 약 4천만 명으로 추산한다. ‘대서양 노예무역’이 횡행하던 당시, 400년에 걸쳐 아프리카를 떠나야 했던 노예의 수가 1,100만 명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IJM은 인신매매를 통해 이뤄지는 노예 산업의 규모가 연간 1,5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하는데, 피해자의 4분의 1이 어린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노예 산업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가난하고 약한 이들을 노린다. 인도에서는 유아를 포함한 온 가족이 벽돌 가마와 쌀 제분소 등에서 하루 최대 20시간의 중노동을 강요받는다. 가나에서는 어른도 힘든 어선 조업에 4살 이하의 어린이들이 투입되어 노예처럼 착취당하고 있다.

7월 30일은 UN이 정한 ‘세계 인신매매 반대의 날’이다. 이를 기념해 최근 한국을 찾은 크리스타 헤이든 샤프 IJM아시아태평양지역 대표를 만났다. 크리스타 대표를 통해 현대 노예 문제의 실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단체의 노력, 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에 대해 들어봤다. 이 자리에는 2020년 한국 사무소 설립 이후 한국대표로 섬기고 있는 민준호 상임이사도 함께했다. 

 

IJM의 아시아태평양 대표 크리스타 헤이든 샤프를 지난 15일 만났다. 크리스타 대표는 2005년 IJM 캄보디아의 디렉터로 합류한 이래 지금까지 현장과 워싱턴 본부를 오가며 교회 협력 디렉터, IJM 캄보디아 대표, 글로벌 에프터 케어 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IJM의 아시아태평양 대표 크리스타 헤이든 샤프(사진 왼쪽)를 지난 15일 만났다. 크리스타 대표는 2005년 IJM 캄보디아의 디렉터로 합류한 이래 지금까지 현장과 워싱턴 본부를 오가며 교회 협력 디렉터, IJM 캄보디아 대표, 글로벌 에프터 케어 부문 부사장을 역임했다.

 

선순환을 이루기까지

“이 땅에서 노예 거래의 뿌리를 뽑는 국제기구.” IJM은 자신들을 이렇게 소개한다.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는 단체 이름에 명확하게 담겨 있다. ‘정의(Justice)’와 ‘선교(Mission)’다. 정의가 사라진 곳에 정의를 세우고 이를 통해 복음의 가치를 전파하는 단체가 IJM이다. 이들의 사역은 피해자를 ‘구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지금껏 5만 명 이상의 어린이와 여성, 남성들이 IJM의 도움을 받아 노예 상황과 폭력으로부터 해방됐다. 크리스타 대표는 이 ‘구출’의 의미가 단순히 피해자를 ‘꺼내오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희는 피해자들이 왜 이렇게 고난을 겪고 배가 고픈지를 주목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강제로, 혹은 속아서 평생 빠져나오지 못할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면, 그 사람을 위기에 빠뜨린 범죄자들을 기소해서 현지 법정에 세워 벌을 받게 합니다. 기본적으로 IJM은 변호사들이 설립한 단체이기 때문에 법과 사회 제도를 변화시키는 데 주력합니다. 저희가 말하는 구출이라는 의미에는 아무 데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사람들을 구출하고 법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어서 선순환을 이루도록 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IJM의 아시아태평양 대표 크리스타 헤이든 샤프
IJM의 아시아태평양 대표 크리스타 헤이든 샤프.

캄보디아는 IJM의 사역이 지역의 오랜 악습을 깨고 ‘선순환’을 이룬 대표적인 나라다. 캄보디아의 경우 수도에서 조금만 외각으로 나가면 경찰을 만날 수도 없고, 심각한 범죄가 발생하더라도 경찰이 출동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아이가 납치되어 성매매에 희생이 되더라도 경찰이 반응하지 않는 곳이 캄보디아였다. 심지어 영국이나 호주에서 ‘캄보디아’를 검색하면 ‘유아 성매매 방법’이 상위에 뜰 정도였다. 

“어떤 작은 마을은 관광지가 아닌데도 한 달 동안 4천 명의 외국 남자들이 다녀갑니다. 이곳에서 성매매가 이뤄집니다. 이 마을은 성매매 여성의 30%가 12세 미만입니다. 저희가 20년 전에 처음 캄보디아에 가서 보니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경찰들도 부패할 대로 부패했고요. 그런 경찰들을 교육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600명의 경찰 고위 관료들을 교육했습니다.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고 알려주는 겁니다. 피해가 발생하고 신고가 들어오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해자는 어떤 원칙을 가지고 처벌해야 하는지 체계를 갖추도록 돕고 있습니다.”

이제는 캄보디아에서 IJM의 교육과정을 이수하지 않으면 고위 관료로 진급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여기 더해 IJM내부의 온라인 전담팀과 현지 활동가, 캄보디아 경찰이 공조하여 성을 산 외국인 남성들을 추적하고 법정에 세웠다. 

처벌에 이르는 사례가 많아지면서 구글에서 ‘캄보디아 유아 성매매’ 검색어 순위도 낮아졌다. 30%에 달하던 12세 미만 아동의 성매매 피해 건수도 0.5% 이하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남아시아 강제노동 구출 현장.
남아시아 강제노동 구출 현장.

 

위험을 무릅쓰는 이유

IJM은 자신들을 드러내며 활동하지 않는다. 현지 정부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유도하거나 교회를 중심으로 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범죄 현장에서 피해자를 구하는 일이 언제나 안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마찰 과정에서 폭력에 휘말리기도 한다. 린치를 당하기도 하고 활동가가 납치되어 사망에 이른 사례도 있었다. 
“아프리카에서 경찰의 공권력 남용은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실적을 채우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체포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총을 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6년 전 케냐에서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맞서던 IJM 변호사가 재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는 순간 현직 경찰을 포함한 범죄자들에게 납치되어 살해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 이후 피해자의 아내와 지역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습니다.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알려졌고, 잘못된 사람들이 처벌을 받고 경찰 내부에서도 자정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저희에게는 가장 슬픈 일이지만, 결과적으로 하나님께서는 저희가 예상하지 못했던 방법으로 케냐 땅에 선한 변화를 일으키셨습니다.” 

한편 IJM은 2년 전 한국 사무소를 열었다. 한국 사무소 개소는 무엇보다 분단 된 한반도의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국가에서 벌어지는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에 관해서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더불어 불과 몇십 년 만에 조국을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의 반열에 올려놓은 한국인의 에너지를 새로운 동력으로 삼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한국 사무소의 민준호 대표는 “국제 개발 분야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자신들이 평생을 걸쳐 아프리카나 개발도상국에서 일했지만 변하지 않았다는 좌절감이 있다”며 “그들에게 한국은 특별할 수밖에 없는 놀라운 나라”라고 설명했다. 

IJM한국 사무소의 민준호 대표.
IJM 한국 사무소의 민준호 대표.

민 대표는 또 “지금 한국교회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우리에게 아직 남은 것이 있을 때, 시간과 물질, 관심이 있을 때 세계를 위해 헌신할 수 있다면 잃어버린 세상의 존경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크리스타 대표는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를 비롯해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 각국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노예 문제를 대할 때면 압도당하는 기분을 느끼기도 한다”며 “그럼에도 교회는 이땅의 희망이다. 어둠이 짙을수록 교회가 세상에 희망을 전하고 빛이 될 수 있다. 한국교회가 우리와 함께 고통당하는 세계 사람들을 돕는 일에 참여해주기를 바란다. 우리는 필리핀과 방글라데시에 아이들을 구할 팀을 보낼 수도 있다”고 제안했다. 

크리스타 대표는 끝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를 위해 기도해주면 좋겠다”면서 “복음이 살아있는 한 교회에는 여전히 희망과 용기가 있다. 어려운 시간에 우리와 함께 세상을 밝히는 일에 나서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IJM과 관련한 더 많은 정보는 IJM 한국 홈페이지와 설립자 게리 하우겐의 저서 ‘약탈자들_폭력은 빈곤을 먹고 자란다’(옐로브릭)를 통해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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