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강력한 법 집행보다 ‘사랑’ 외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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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강력한 법 집행보다 ‘사랑’ 외쳐야”
  • 손동준 기자
  • 승인 2022.07.2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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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공협, 최근 촉법소년 연령 하향 반대 성명 발표
헌법재판소 ‘사형제’ 공개 변론…종교계 ‘위헌’ 주장

최근 법조계와 정치권에서 ‘사형제 존치’·‘촉법소년 연령 하향’ 등 ‘생명’과 ‘용서’의 가치를 다투는 이슈들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력한 처벌’을 바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뒤따르는 가운데 개신교 단체와 인사들이 ‘성경적 가치’를 근거로 ‘반대’의 목소리를 내 눈길을 끌고 있다.

 

“우리의 사명은 단죄가 아니다”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대표회장:소강석 목사, 이하 기공협)는 지난 20일 ‘촉법소년연령 하향 조정을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법무부가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데 대한 반대의 뜻을 표명하는 성명이었다. 기공협은 성명에서 “사회의 급속한 변화에 부적응과 기성세대의 무관심이 만들어낸 촉법소년의 문제를 연령 하향이라는 단순한 해법으로 해결하고 책임은 촉법소년들에게 전가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이다. 이는 미래세대를 슬프게 하는 어른들의 무책임한 정책제안”이라고 지적했다. 

기공협은 또 “형사미성년자 기준을 하향해 형사처벌을 확대할 경우, 부정적인 낙인효과만 확대되어 아동의 사회 복귀와 회복을 저해하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성장하는 데 방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소년원에 입원하는 많은 청소년이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 정신건강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현실에서 연령의 하향으로 12~13세 소년을 형사처벌로 소년교도소를 보내는 충격요법을 통해 재범을 줄여 보겠다는 대중영합주의에 접근하는 해결방안의 제시는 참으로 안타깝다”고 밝혔다. 

기공협은 정부를 향해 △청소년범죄예방을 위한 현 시스템을 점검하여 개선하고 개별 맞춤형 교화 시스템을 개발할 것 △재범방지 등 청소년범죄예방을 위한 현장중심의 민관협력시스템을 구축할 것 △부모교육을 직장교육으로 지정하여 청소년의 가정교육의 내실화를 도모할 것 △민관이 함께하는 (가)소년사법제도개선특별위원회를 국회 또는 국무총리실에 설치할 것 등을 요청했다. 

성명 초안을 작성한 기공협 청소년정책위원장 윤용범(전 법무부 부이사관, 청소년행복재단 사무총장) 장로는 “기독교인에게 ‘사명’이란 사람을 살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이라며 “이 시점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람을 살리는 일인지 깊은 묵상이 필요하다”고 취지를 밝혔다. 

윤 장로는 또 “이런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에는 ‘사랑의 부족’이 있었다”며 “일부 목회자들이 오히려 앞장서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주장하는 모습을 보며 기독교의 사랑 없음을 돌아보게 된다. 우리 스스로가 하나님 앞에 죄인임을 깨달아야 한다. 하나님께서 빚진 자를 불러 탕감해줬더니 저는 도리어 자신에게 빚진 자를 옥에 가두는 모습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생명은 하나님께 달렸다”

그런가 하면 지난 14일 헌법재판소에서는 사형제도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공개 변론이 진행됐다. 사형제도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오른 건 이번이 세 번째로, 앞서 1996년과 2010년 헌재는 사형제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번 공개 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국가가 개인의 생명을 박탈해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국가의 본질에 반해 국가형벌권에는 생명박탈권이 포함될 수 없다”며 “국민 합의의 산물인 현행 헌법질서의 기본이념과 충돌하는 국민 일반의 법감정은 법해석의 기준이 될 수 없고, 확인되지 않거나 확인할 수 없는 국민의 법감정은 사형제도를 정당화할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피청구인인 법무부 측은 “형벌의 본질인 응보라는 측면에서 사형은 생명을 잔혹한 방법으로 해하는 등 인륜에 반하고 공공에 심각한 위협을 끼치는 범죄를 저지른 자에 대해 그 잘못에 따른 죗값을 치르도록 하는 정의의 발로”라고 주장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에게 사형제에 관해 물은 결과 69%가 ‘유지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폐지해야 한다’는 응답은 23%에 그쳤다. 

이런 가운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총무:이홍정 목사)를 비롯한 7개 종단은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모든 사람들은 평등한 존엄을 선언하며 헌법재판소에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위헌 결정을 기다린다”며 “우리 사회 인권의 마지막 희망인 헌법재판소에서 정부와 국회가 국민의 생명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법과 제도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침례신학대학교 김종걸 교수(기독교철학)는 “아무리 극악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인간이 만든 법으로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합법적으로 죽일 수가 없다고 보기에 사형제 폐지론에 더 무게를 두고 싶다”며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 받았으므로 아무리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으로 변화될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신학함과 기독교의 필요성은 제기될 수 없을 것”이라면서 “사형제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인간의 생명을 소중히 여기고 존중할 수 있는 사회 문화와 풍토를 만들어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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